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사평에서
낮은 산을 따라 시냇물이 옹송거리며 모여있는
집들을 둘러맨 채 흐르고 있었다.
보릿대를 흔드는 바람이 작약꽃에 닿을 때쯤
물가에서는 왜가리 한 마리가 물짐승의 시간과 대치중이었다.
둔동마을 숲정이에서 임대정원림까지 느린 걸음에
녹음을 키우고 있는 바람이 따라왔다.
노쇄해 가는 탄광을 향해서도 들판을 가로지른 바람이
낮게 어울려 가고 있었다.
느긋한 풍경이 나에게 게으른 여행자를 자처하게 만들었다.
개울을 건너고 논두렁에 핀 자운영꽃을 뜯으며
코뚜레도 없이 방목이 된 소처럼
느슨하게 나를 풀어놓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과 들과 냇물이 버무려낸 사평의 한가로움 속에
한 점으로 동화되어 있고 싶어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