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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재회

사라지는 기억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사라지는 기억


그냥, 잊어버렸으면 했다는 말을 들으며

이미 기억하고 있지 않다는 답을 했다.

잊고자 하기 전에 사라지는 것이 기억의 속성이다.

영구저장 불가는 두뇌가 자가발진한 불치병이다.


새로운 기억이 보관된 기억 위에 쌓이면

종이에 대비색을 덧칠하는 것처럼 까매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래 유지하고 싶었으나

한계를 초과한 시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어떤 말도 생각해내지 못한다.


기억은 사라져 가야 한다.

유행에 맞지 않는 낡은 옷을 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듯

지금을 살아가기에 적당한 기억으로 대체해야 한다.

그렇게 너에 대한 오래 묵혀왔던 기억에서 해방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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