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독한 미식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남을 의식하지도 않으며 먹는 고독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자유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고독한 미식가>는 만화를 영상화한 드라마입니다.
어느 날 거래처의 모든 것이 취소, 걸려오는 전화마다 취소, 때마침 점심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그마저도 취소입니다. 막막히 걷던 고독한 미식가는 낚시터 간판을 보고 무작정 들어갑니다. 낚싯줄에 미끼를 끼고 탁- 던집니다. 물고기가 다가와 홀랑 고기만 빼먹고 ‘약 오르지?’ 하는 양 꼬리를 흔들며 멀리 달아납니다. 낚싯줄을 급하게 또 탁- 던집니다. 쪼르르 다가온 물고기가 보란 듯이 제 밥 먹는 양 먹고 쏙- 가버립니다. 짜증에 얼굴이 벌게진 미식가에게 옆 사람이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급하면 안 됩니다. 조바심을 내면 물고기는 더 멀리 갑니다.”
옆 사람이 다시 말합니다.
“기쁨이나 슬픔은 마음에 스며들지만 분노라는 것은 넘쳐나게 돼 있습니다. 분노가 있는 사람에게 물고기인들 가까이하겠습니까? 인간이 사기를 치는 것도 낚는다는 표현을 씁니다. 낚시는 낚는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말린 오징어는 그냥 안주감이라고 쓰지, 낚은 오징어라고 하지 않습니다.”
달걀과 닭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맛있게 먹고 상쾌한 기분으로 밖으로 나온 미식가의 눈에 집 앞에서 아빠와 딸이 정답게 노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모습에 닭고기와 달걀이 들어간 우동이 맛있었던 생각이 납니다.
그가 음식을 조심스럽게 차근차근 씹는 모습을 볼 때면, 먹는 행위란 배를 채우는 것에서 벗어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즐기는 것임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아침식탁>
고독한 미식가의 아침 식탁을 마련해봅니다.
늘 혼자 긴 다리를 흔들며 맛있는 것, 당기는 것을 찾아서 음식 사진과 간판만 보며 거리를 헤매는 미식가. 스르르 눈감아가며 한 끼를 잘 먹으면 배를 쓰다듬으며 기운차게 걷던 그에게 어느덧 가족이, 가정이 생겼습니다. 미식은커녕 제때 밥도 못 얻어먹습니다. 냄비가 식탁에 오르고 프라이팬이 날아옵니다. 고독하게 미식을 찾으며 거리를 헤맬 때보다 쟁취하며 먹는 맛이 더욱 맛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잘 씹지도 않고 넘어가는 맛이 있는, 생명력 있는 식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