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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동KimLawdong Oct 12. 2022

50일

유니온이 세상에 나온 지 50일이 되었다.


- 어떻게 보면 또 다른 하루일 뿐이지만, 50일, 100일, 1년, 1,000일 같은 숫자에는 어떤 힘이 있다.


이제는 오래되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학 때 들었던 종교학 교양수업에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지루함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은 '상징적으로 죽었다가 부활하는 날'들을 만들어냈다고. 그렇게 새롭게 태어나는 듯한 의식을 치르고 나면 마치 그때부터는 또 다른 삶인 것처럼 살아간다고. 생일 케이크의 초를 불어 끄는 행위를 예로 드셨던 것 같다. 주변을 완전히 어둡게 만든 후, 초만 밝혀둔다. 생일자는 유일하게 빛을 내던 초를 불어서 끈다. 그 어둠의 순간은 '상징적인 죽음'이다.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이 다시 불을 켜고 축하를 하면서,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난다.


50일째 아침을 맞아 아내는 유니온에게 50일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특별한 인사를 건넸다. 50일이 되었다고 유니온이 갑자기 침대를 짚고 일어나 걸으면서, "두 분 모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거나 "퇴근할 때 떡볶이 사 오십시오, 튀김은 떡볶이랑 섞지 말고 따로 해서요."같은 말을 하게 되는 일은 없다. 실제로는 49일과 50일 사이의 시간, 하루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만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념하는 인간'이기에 50일 간 무사히, 건강히 지내온 유니온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고, 여기까지 나아간 우리 자신에게도 뿌듯함을 느낀다. 그리고 조금 앞서간 사람들로부터 전해지는 소식(아내의 조리원 동기분들), - 50일이 지나고 얼마 있으니 아기가 갑자기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와 같은 소식으로부터 위안을 받고 기대감을 얻는다.



- 매일 얼굴을 보고 있으니, 사실 달라지는 게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병원에서 막 태어났을 때쯤, 아니면 한 달 전쯤의 사진을 보면 유니온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느낀다. 막 태어났을 때는 쭈글쭈글하고 많이 부어있었구나. 지금은 그때보다 얼굴 윤곽이나 이목구비가 훨씬 뚜렷하다.



- 유니온은 혓바닥을 살짝 내밀고 어딘가 먼 곳을 응시하면서 약간은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을 때가 있다.


조리원에 있을 때는 유니온이 표정이 풍부하고, 웃음이 많아 보여주는 미소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 미소를 바라보면 웃음이 나고, 그 미소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어느 날부터인가 문득 깨닫게 된 것은 초점을 맞추지 않은 채 보여주는 그 미소는 웃음이라기보다는, 힘을 주는 동작의 일부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그간 축적된 경험에 따르면 유니온은 배변을 시작할 때나, 트림을 하려고 할 때 그 오묘한 미소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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