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종합센터에 제목이랑 쌩판 다른 이야기하러 온 강사들
귀농과 귀촌을 고려하면서 나는 작년부터 귀농귀촌과 관련한 교육을 찾아서 듣고 있다. 몇 주동안 진행되는 것도 있고 1일 2시간 정도 진행하는 교육들이 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찾아서 듣고 있다. 온라인으로도 진행되는 교육도 있고 각 지역별 귀농귀촌지원센터 등을 통해 이런 교육을 들을 수 있다. 특히 국가에서 운영하는 것은 대부분 무료 교육이고 평소 귀농이나 귀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나름 유용한 교육들도 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이라면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특히 귀농 후 주택기금 지원이나 시설, 토지 구입 등을 위한 금전적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교육이 필수적으로 필요한데, 실제 금전적 지원을 신청한 사람이 귀농과 귀촌을 위해 교육을 최소 100시간 이상 받았는지가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귀농을 한 사람 중에서도 이러한 교육을 받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다. 교육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 교육이 결국 귀농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꼭 필요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
그런데 나는 이러한 귀농귀촌 교육에 좀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교육의 강사로 초빙된 사람들은 실제 귀농과 귀촌을 한 사람들이 경험한 이야기나 관련된 연구자 혹은 교수, 기업의 대표 같은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어떤 사람은 아주 바쁜 자기 시간을 내어 노하우나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주기 위해 강의를 하기도 하고, 실제로 이 강의를 통해서 본인의 사업을 홍보하기도 한다. 실제로 귀농이나 귀촌에 꼭 필요한 내용들을 전달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전혀 생각지 못한 분야인데 귀농이나 귀촌에서 굉장히 유용한 특허나 상품 관리 같은 것들 말이다.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도 있다고 해야 할까? 본인만 홍보하러 온 사람들이나 정부 정책만 욕하러 나온 사람들, 안돼요만 말하러 나온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본인이 직접 귀농을 하고 농사를 짓기보다는 기관에 소속되어 있거나 교수이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오너였다. 그리고 본인이 강의 타이틀로 걸어놓은 것과는 쌩판 다른 이야기만 떠들며 시간을 보낸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인맥과 노하우로 이런 것들을 했고 저런 것들을 했다고 열심히 홍보하고 그걸 대단하다고 떠들고 있었지만 그 사람의 강의 자료는 최소 5년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은 헛소리였다. 거의 사기꾼 수준에 가까운 말로 현혹하는 그 사람은 또 다른 곳에 가서 그런 말을 내뱉고 있겠지? 또 어떤 특정 산업과 관련해서 현황을 공유하러 온 교수라는 사람은 이건 안되고 저건 안됩니다 라는 소리만 하다가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이 컴플레인을 해 겨우 그 헛소리를 멈추었다. 물론 농촌에서의 그 산업이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될 수 있지만 적어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그렇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를 듣기 위해 온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그냥 귀농 귀촌하지 말고 지금 삶을 열심히 사세요라고 하면 누가 아, 그래야겠네요 라고 생각하고 집에 갈까?
물론 되지 않을 것에 대해서 그건 이래서 좋지 않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당연히 할 수 있다. 사람들의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 위험을 알리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무조건 안된다 할 수 없다 지금 하면 망합니다(실제는 이것보다 더 심한 말과 표현을 사용해서 모두를 당황시킴)라는 말을 하는 것보다 대안이나 정확한 팩트를 전달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강사 본인의 감정대로 이건 안되니까 하지 마세요 라고 이야기하는 건 그 시간에 대해, 그 자리에 모인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굉장히 불쾌감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얼마 전 어떤 강사는 A라는 주제를 놓고 1시간 이상 정부 정책만 비난하고 있었다. 듣다가 화가 난 한 사람이 우리는 A라는 이야기를 들으러 왔는데 왜 자꾸 무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냐라고 질문하자 본인은 A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질문을 한 사람에게 무안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컴플레인은 그 사람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명에게 이어졌다. 강사가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갖고 컴플레인을 할 수는 있지만 굳이 귀농귀촌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자기의 감정만을 앞세워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정부 정책은 이런 점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방향으로 하는 것이 좋다. 요즘 트렌드는 이것이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활용 가능하다 등 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을 텐데. 강의 주제로 선정한 것은 거의 다루지 않고 본인 하고 싶은 말만 2시간 동안 하다가 끝이 났다. 생각해보면 정부의 정책이라기 보기에도 애매한 것들이었다. 그의 결론은 우리나라는 못났고 외국은 이렇게 잘한다였다.
왜인지 생각해 보았다. 왜 이렇게 귀농귀촌 관련 교육 강사들의 편차가 큰 것일까? 일단 다양한 교육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할 만한 사람, 인력풀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실제로 성공 사례로 활용할만한 사람들은 남에게 무언가를 공유해주고자 하지만 시간도 부족하고 강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건 아닐까? 그리고 여기에서 또 중요한 건 이러한 교육을 준비하는 기관이다. 보통 귀농귀촌종합센터에 교육을 들으러 가면 담당 직원은 출석부 앞에 앉아 있다가 강의를 소개하고 나가는데 그래서 그들은 실제 강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본인들이 섭외한 강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교육의 질이 땅바닥으로 처박히는 것 같다. 강사와 청중만 남겨진 공간에서 강사는 두 시간 넘게 헛소리를 열심히 해대는 것.
주택 지원 대출이나 토지, 시설을 위한 대출을 위해 최소 100시간을 들어야 하는 이런 교육이 실제로 효과가 얼마나 있는 것일까? 귀농과 귀촌을 고려한다면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책상에 앉아 의미 없는 2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런 교육이 무슨 소용인 걸까라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아니면 그냥 귀농 귀촌하지 말고 지금처럼 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알면 알수록 참 어렵고 씁쓸해지는 귀농과 귀촌의 길이다.
* 위에 설명한 교육의 경우 실제 현장에서의 교육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