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퍼_01

by 쓸모

어제는 일이 힘든 것도 바쁜 것도 아닌데 일을 마치고 산책을 잠깐 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잠깐 누워서 쉰다는 것이 푹 잠을 자고 일어나고 말았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하루가 지났고 포근하고 몽롱한 상태 그대로 다시 잠에 청했어야 했는데 양치랑 세수를 안 하고 잠이 들었다는 것이 생각나 양치하고 세수를 하고 다시 침대에 누우니 잠이 달아나 버렸다. 누워서 지난 일들과 경험하고 인상 깊었던 것들 그리고 사사로운 생각들이 떠올랐다. 최근 감정적으로 반응한 일에 대해서 잠깐 돌이켜 보면서 약간은 어리광 피웠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서 약간 부끄러웠다. 긴 시간을 고민하고 있었고 그 일로 촉매제가 되어 시기적으로 봤을 때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분들에 있어서 좀 더 단호하고 냉정해져야겠다는 생각 등 이런저런 생각들로 새벽을 보냈다. 새벽 세 시가 넘어도 잠이 오질 않아 얼마 전 보기 시작한 주술회전을 연이어서 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4편을 몰아서 보고나니 새벽 다섯 시가 지났다. 평소 이렇게 잠을 못 자면 다음 날에 지장이 많이 가는 체질인데 다행스럽게도 다음날은 휴가라는 것을 기억하고 좀 늦었어도 마음 편히 잠이 들었다.

평소처럼 출근하는 시간에 눈이 떠졌다. 전날 저녁에 푹 자고 일어난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았다. 더러워진 실내 슬리퍼와 바닥에 보이는 머리카락이 눈에 띄어서 이불에서 나와 빨래도 같이 돌리고 방 청소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는 아주 포근한 날씨였는데 오늘은 전날 저녁부터 추워지더니 겨울처럼 느껴지는 날씨였다. 보통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데 몸이 벌벌 떨릴 정도로 추워서 창문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전날 저녁에 해둔 밥이 있어 밥솥을 열어 확인해보니 아침 먹을 준비를 했다. 혼자 살아보면서 나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부지런하고 생활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사 오면서 고민하며 샀던 것들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편에서 만족스럽다. 어제 삶아두고 못 먹었던 삶을 달걀, 통조림 참치 그리고 김치랑 해서 아침을 먹었다. 이전부터 챙겨 보던 유튜버의 최근에 결혼하고 이사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사람이란 모름지기 서로 맞는 사람이 있으며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던 동영상은 보다 말고 간단히 밥을 먹고 난 다음 바로 설거지를 하고 어제 밥을 지으면서 보관해 둔 쌀뜨물을 챙겨 나와 오늘 아침을 먹으며 잡힌 당일 약속에 맞춰 나가기 위해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커피를 마셔야 할 것 같아서 양치는 바로 안 하고 커피포트에 끓여 놓은 물과 찻잔에 아메리카노 시럽을 넣고 따뜻하게 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마침 세탁이 끝나서 빨래를 건조기에 넣어 돌려놓고 시간이 어중간해서 특별하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휴가이자 일상의 아침을 기록하려고 커피를 들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어본다. 밖에 나가면 날도 추운데 뜨끈한 돼지국밥 한 그릇 하고 오후에는 책을 좀 읽어야겠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