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퍼_02

by 쓸모

퇴근하고 산책하고 돌아와서 쉰다는 게 그새 잠이 들었다가 눈이 떠졌다. 목이 말라 냉장고에 있는 차가운 물을 벌컥 마시고 정신을 차려보니 밤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저녁에는 바람도 많이 불고 아침보다 더 추워져서 밖에 오래 있을 게 되지 못했다. 직장동료들과 함께 먹은 떡볶이와 순대 그리고 튀김을 퇴근하기 전에 같이 먹었던 것과 집에 돌아오면서 먹은 붕어빵으로 배가 불러서 끼니는 해결했다. 붕어빵은 이상하게 날씨가 추운 날에 먹으면 먹고 싶어지는데 평소 팥이 들어간 붕어빵을 좋아한다. 누워서 유튜브를 보고 이대로 잘까 싶었는데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라서 침대에서 나와 조명을 켜고 책상에 잠깐 앉았다. 실은 어제 관심 있게 보고 있던 조명을 괜찮은 가격에 중고로 팔고 있어서 사서 책상에 두었는데 꽤 마음에 든다.

글을 쓰려고 불을 켜고 앉았는데 글이 안 써진다. 얼마 전에 내리기 힘든 결정을 내리고 난 후 마음이 복잡하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하고 감사와 추억 그리고 슬픔과 희락이 있던 곳을 떠나는 결정을 내린 것인데 함께 한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만큼 사랑을 받은 만큼 이런 결정으로 인하여 혼란스러울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노라면 더더욱 그렇다. 상처도 있고 슬픔도 있고 어려운 시기를 같이 보내고 고난도 함께 한 그 시간은 헤아리기 어렵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값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결정을 나 스스로가 내린 것에 있어서 이럴 때일수록 더 이성적이며 냉정한 나를 보는 이들은 얼마나 마음이 괴로울지도 생각해본다. 그러나 돌아서고 아무도 없는 곳에 나는 혼자서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찢어질 듯한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

최근에 오랜 시간을 고민하기도 하고 중요하고도 어렵게 내린 결정으로 인한 파장은 나에게도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성적인 나로 다시 돌아온다. 사람들은 그다지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을 알기에 시간이 지나면 차근차근 상황을 받아들이고 익숙해질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함께 보낸 지나온 세월은 감사와 추억으로 간직하고 현재를 살아가고 앞을 내다보는 결정이기에 나와 타인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을 알 것이다. 마음이 번잡스러울 때는 글을 쓰는 것으로 토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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