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퍼_03

by 쓸모

요즘 일상 속에서 반복적인 루틴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밥을 짓고 바로 잠이 드는 것이다. 날씨도 추워지고 운동도 게을리하기 시작하면서 나름 체계적이던 루틴이 무너졌다. 이상하리만큼 몹시 피곤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육체적인 노동으로 인한 피로는 나름 덜해서 풀기가 쉬운데 마음과 정신의 피로는 풀기도 어려우면서도 육체적 피로에 피로를 더한다. 자고 일어나면 상쾌하면서도 찝찝한 기분이 뒤늦게 찾아온다. 창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저녁의 빛 말고는 어둠과 나 그리고 고요함 속에 있다. 피곤이 다 풀리지도 않고 찝찝한 기분으로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이불 밖으로 나온다. 저녁은 무겁게 먹는 편이다. 늦은 밤에 허기지거나 배고픔을 느끼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갑작스러운 약속이 생기는 일 말고는 늦은 시간에 먹는 것을 절제하는 편이다.

저녁을 먹고 그릇과 수저를 정리한 다음 커피를 내리고 책상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가깝게 지내는 형제와 요즘 같이 시간을 못 보낸 것 같아 보통 연락을 먼저 하지 않는 편인데 전화를 걸었다. 마침 하루를 정리하고 쉬고 있던 때에 전화가 왔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 서로 지금 시간이 되냐며 중간 지점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의외로 즉흥적인 만남과 선택을 좋아하는 편이다. 씻고 간단하게 준비를 하고 나서서 만났다. 시간이 늦어서 여는 카페가 근처에 없어서 생각난 곳이 서로 자주 가는 맥도날드에 가기로 했다. 거기는 24시간 운영하고 카페처럼 음료를 마시면서 수다 떠는 최적의 정소다.

도착해서 차를 대놓고 매장 안에 들어갔는데 때마침 가까운 형제 둘을 마주친 것이다. 그들도 시간이 여유로워 간단하게 먹고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러 온 것인데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햄버거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아이스티를 주문했다. 늦은 시간이기는 해도 평소보다는 사람들이 작았고 수다 떨기에 딱 좋았다. 형제들과 같이 게임을 하러 가는 것보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키고 서로 수다 떠는 것을 더 좋아한다. 누구는 햄버거를 먹고 누구는 커피를 마셨으며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각자 먹으면서 나의 마음과 정신이 피로하게 된 지난 일과 이어서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람은 말이지 혼자 존재할 수 없고 그렇기에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살도록 각 사람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 함께 살아가게 되는 존재인 것 같다. 사람을 통해서 아픔과 상처를 겪기도 하지만 기쁨과 희락을 누리기도 한다. 그렇게 한참을 수다를 떨고 보니 시간은 새벽 두 시가 지났고 만나서 그 시간까지 5시간이나 넘게 앉아 있었다. 점차 서로 피곤한 기색이 보이자 자리를 정리하고 나오려던 때에 응급으로 당직 콜 전화가 와서 새벽의 출근으로 그 날의 하루는 길고 길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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