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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Aug 25. 2018

11화: 석양이 아름다운 제주 차귀도

문화예술창고 몬딱

#1. 차귀도를 품은 자구내 포구   

 

제주도는 일출과 일몰 광경이 아름다운 곳이 많다. 그중 일출은 동쪽의 성산 일출봉을, 일몰은 서쪽의 차귀도를 손꼽을 만하다 할 것이다. 성산 일출이야 예로부터 제주 십경(十景)의 하나로 불려 왔으니 더 말할 것도 없겠는데, 차귀도는 요 몇 해 사이에 일몰을 찾는 여행객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이번 ‘찾아가는 갤러리’는 뜨거운 여름 끝자락에서 아름다운 일몰 사진도 찍을 겸 차귀도가 잘 보이는 고산리 자구내 포구를 찾았다.  

  

스마트폰 사진  김민수/ 차귀도 / LG G7

제주시의 서쪽 끝에 있는 한경면 고산리는 다른 관광지에 비하면 여행객들에게 그리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다. 몇 해 전, 나는 마침 잘 아는 한 선배가 이곳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어서 이래저래 이곳을 자주 찾았었다. 그때 나는 이곳을 관광지로 좀 더 널리 알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안서 하나를 고산리 이장과 제주도청에 제출했었다.   

 

“연말연시 일몰&일출 이어 보기 - ‘제주, 동쪽에는 성산 일출봉 서쪽에는 차귀도 일몰봉’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고산리 포구 일대를 차귀도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개발할 것을 제안합니다."


"12월 31일 차귀도 일몰을 보고, 1월 1일 성산 일출을 보는 1박 2일 테마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면 좋겠습니다.”  

  

스마트폰 사진  김민수/ 성산일출봉 / LG G7

차귀도가 바로 눈앞으로 보이는 고산리 포구에서 일몰을 조망하고 송년의 밤을 보낸 뒤, 동쪽 성산포로 이동해서 일출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1박 2일 테마여행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차귀도 사진 공모전 등 다양한 세부계획을 첨부한 PPT 제안서를 만들어서 고산리 이장을 만났다.  

  

그것이 3년 전 일이다. 당시 마을 이장은 우선 차귀도 사진 공모전을 해 보자 했고, 결국 마을 주관으로 사진 공모전을 열었다. 나는 거기에 심사위원으로 기꺼이 참여했는데, 그것은 순전히 사진가로서 제주의 아름다움을 한 곳 더, 깊이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아직 ‘연말연시 일몰&일출 이어 보기’ 테마여행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송구영신의 뜻을 가지고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지금도 꼭 추천하고 싶은 일정이다.    


차귀도 노을은 고산리 수월봉, 수월봉과 자구내 포구를 잇는 올레12길, 자구내 포구 등에 자리를 잡으면 아주 잘 보인다. 스마트폰 카메라만 가지고도 아름다운 사진을 찍기 좋은 지점들이다. ‘찾아가는 갤러리트럭’은 오후 4시 30분경 자구내 포구에 도착하여 주차장 한편에 바로 갤러리를 펼쳤다. 해가 지는 순간까지 기다리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풍광을 담는 사진 작업도 같이할 생각이었다.  

  


#2. 우연히 만난 전주의 박형호 작가    

    

자구내 포구를 끼고 있는 올레12길은 요즈음 많은 여행객의 발길이 닿고 있다. 전동 스쿠터를 빌려 해안도로를 타는 젊은이들, 낚시하는 사람들, 특히 해 질 무렵이 되면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는 사진가들이 많다.

   

“김 작가님 안녕하세요!”    


갤러리트럭에 한창 액자를 부착하다가 나는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았다. 전주에서 사진 작업을 하는 박형호 작가이다. 지인을 뜻밖의 곳에서 우연히 만나니 더욱 반갑다. 그는 사진 작업차 제주도에 왔는데 오늘은 차귀도 석양을 찍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의 갤러리트럭을 잘 살펴보고, 이내 자신의 작업상 좋은 구도를 찾아 이곳저곳 자리를 잡으며 열중이다. 만날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그는 사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작가이다. 몇 달 사이에 얼굴이 더 좋아 보인다.


이윽고 하늘이 차귀도를 배경으로 한층 한층 노을빛을 더해 가자, 여행객들이 이리저리 인증샷을 찍느라 바빠진다. 그 통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갤러리트럭에서 사진 관람을 하는 이들도 제법 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나의 제주 사진들을 보고 이것저것 물어 오기도 한다.   

 


나는 이들에게 제주도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곳들이나 스마트폰 카메라의 촬영 팁 등을 즐겨 소개해 준다. 한편 ‘문화예술창고 몬딱’과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가는 갤러리’ 전시 이야기를 꼭 붙인다. 많은 이들이 내가 늘상 제주도 여기저기 여행을 하며 유유히 즐기고 사는 반(半) 한량쯤 되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부러움에 걱정을 섞어 내 일상에 관해 물어 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몰이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지만 조금 더 기다려 볼 작정이다. 해가 지는 풍경을 담는 매직 아워(magic hour)는 일몰 전후 30분이다. 그 짧은 시간에 노을은 마술처럼 다양한 색을 펼쳐 보인다. 보통은 태양이 사라진 후 사진을 찍지 않지만, 사실 일몰 직후 10분 정도쯤 기다리다 보면 절묘한 색감이 빚어질 때가 많다.    


과연 해가 지면서, 석양에 물든 차귀도가 부드러운 실루엣 곡선을 만들어 내고, 바닷빛이 절묘하다. 이 순간을 찍는 데 사진가들이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일반인들이나 모두 바쁘다. 나도 바닷가로 달려가서 시시각각 변하는 순간을 바쁘게 담아낸다.

    

스마트폰 사진  김민수 / LG V30 전문가모드
스마트폰 사진  김민수 / LG V30 전문가모드


그런데 아까부터 젊은 남자 하나가 홀로 열심히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 작업을 하는 것이 눈에 띈다. 그를 지나치다 언뜻 보니 내가 쓰는 스마트폰과 기종이 같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스마트폰 카메라의 전문가 모드를 사용하여, 실제로 눈에 보이는 색감을 카메라로 만들어 내는 방법을 간단히 일러 주었다.    


여느 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홀로 열심히 스마트폰 사진 작업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말을 건넸다. 차귀도는 1년 전에 이어 두 번째 걸음인데, 이번에는 혼자 여행을 왔단다. 그사이 박형호 작가도 사진 작업을 마쳤다. 


나도 갤러리트럭 전시를 마무리했다. 박 작가와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져 떠나 오는데, 조금 전 그 젊은이는 계속 바다를 찍고 있다. 차창 너머로 나는 그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수고하세요. 즐겁게 여행하세요!”

“감사합니다!”    


길 위에서 우연히 잠깐 만나 서로 이름도 모르고 헤어졌지만, 우리는 둘 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작업을 하는 공감의 친구이다.    


다음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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