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전.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었던 클린스만에 관한 영상이 자동으로 떠서 클릭하게 되었다.
가끔 천재네 집에서 식사할 때, 그 주간 이슈가 되었거나 재밌는 영상을 틀어 놓곤 한다. 사실 유튜브에 대해선 중독에 대한 경계심과 유해영상들의 부작용 때문에 터부시 하는 마음이 많았다. TV도 거이 안 보는 데다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하면서는, 유튜브도 꼭 봐야 할 교육적 콘텐츠 외에는 아예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러나 가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채널을 볼 때면, 공해 속에서 발견한 진주 같다랄까.
몰입감과 위트, 서사, 정보가 있는 아래 영상을 볼 때가 그랬다. 이 정도면 오락 영상이지만 수준이 꽤 있다 싶었다.
우린 둘 다 스포츠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리고 타인이나 세상에 대해서 비판하는 일을 둘 다 좋아하지 않기에, 어두운 단어들은 입밖에 잘 안 내는 편이다. 하지만 온 국민 가슴에 고구마를 밀어 넣은 모종의 사건에는 관심이 좀 있었던 터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도대체 클린스만은 어떤 사람인가, 호기심으로 클릭했던 영상이었다.
영상을 다 보고 나서, 말을 조심해서 하는 나조차도 이런 강한 워딩이 튀어나왔다.
"헉! 이 정도면 밉상의 레전드시다. 어쩜 사람이 이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짝꿍은 아예 말을 잇지 못하며, 한숨을 쉬며 허허허 웃을 따름이었다.
"(반성은 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입담이 세다. 이 정도면 입생 로랑 아니 입센 노랑 아닐까?"
그는 공교롭게 얼핏 노랑머리 신사였던 것이다. 순간 더 강력한 단어가 머리 위로 둥실 떠올랐다.
"아니다! 입생 로랑 아니고 밉상 노랑!"
우린 순간 이 한 단어에서, 고구마 같은 감정들이 사이다처럼 산화되는 기분을 잠시나마 만끽했다.
그것이 글이든 영상이나 오디오 콘텐츠이든, 인간의 희로애락을 고상하게 작품으로 길어낼 수 있구나, 잠시 생각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글이나 영상, 오디오 나아가 댓글이나 대댓글에서, 과도한 욕지거리나 저속한 단어, 과잉 감정으로 타인과 세상에 경종을 울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을 읽는 세상은, 비난의 대상이 된 사람이나 사건보다, 그 공해언어들이 세상을 도리어 더 악화시킬까 우려할 수도 있다.
엽기적이고 황당한 일들이 많은 세상이다. 그러나 말을 아끼고 감정을 절제하며, 그 묵힌 마음으로, 한방이 되는 고상한 글로써 승화하면 어떨까, 가끔 생각한다. 영상 콘텐츠도 새 시대의 언어 구조화라는 점에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 영역이다. 유튜브 등 영상 콘테츠로 유입되어 장기 거주하는 가망 독서인구들에 대해서 서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양질의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노력과 성실, 창의성, 전문성 조차도 배우면 어떨까. 물론 부족한 점은 타산지적으로 삼으면서 말이다. 그런 여러 생각이 오갔던 날이었다.
분통이 터지는 일들 앞에서 조차 조심해야 한다. 하늘로 공허하게 사라질 정제되지 않은 단어의 내지름, 나 자신을 후지게 만드는 욕지거리나 감정배설. 그것은 나와 세상에 오히려 해악을 남길 수도 있다. 대신 그 자리에 세대를 아우르는 고급진 작품, 부정에 대한촌철살인(寸鐵殺人)의 통찰과 언어로, 세상의 불의에 멋진 한방을 남겨 주자.
영상 콘텐츠의 시대, 영상 작품들을 압도할 좋은 글을 길러 올리기 위해, 먼 시간을 내다보고, 오늘도 한 줄의 글을 성실히 습작한다.
*입생 로랑 :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자신의 이름을 딴 명품 패션 브랜드 생 로랑의 공동 설립자이며, 20세기 최고의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입생로랑’으로도 줄여서 부른다. 하지만, 프랑스어 발음은 ‘이브생로항’에 가깝다.
※저희 짝꿍 천재(가칭)는 브런치 작가활동은 전혀 하지 않아요. 비슷한 필명'들'에 헷갈리지 마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