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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 클레어 Nov 28. 2024

삶이 좋은 날

인생은 불행과 행복의 치열한 시소게임, 감사는 행복에 무게를 싣는다

최근 연재글이 제때 못 나온 이유를 소명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저의 탈진을 항상 살펴주시는 작가님들과 독자님들을 애정하고 감사해요. 페이스 조절하며 연재글에도 너무 억매이지 않고 컨디션 허락될때 연재는 재개할께요 :)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아련한 불행을 복선으로 깔고 있다. 어쩜 너무나 일이 술술 잘 풀릴 때, 인간이 느끼는 아스라한 불안감을 반영한 소재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임원급 프로젝트가 잘 성료되어 12월 초에 얼추 1건에 2500만 원 정도 인센티브가 나온다. 주지하다시피 나는 헤드헌터로서 주력 직급이 팀장과 임원급이다. 임원급은 성사되면 평균적으로 2000만 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내 급여로 받는다. 어떤 때는 이에 3~4배 이상의 금액을 일시금으로 받기도 했다.


최저시급 9000원. 내가 미국행을 준비하던 시절 나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보다 낮은 시급을 경험한 바 있다. 그래 내 소득을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글을 꽤 솔직하게 쓰기에, 결핍과 고통에 대해서 과감이 없듯 좋은 것도 있는 그대로 쓰곤 하는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목이 혹여 눈에 걸린신다면 양해해 주시길 바래 본다. 잘난척은 나와 거리가 있다는 것을, 클레어를 겪어 보신 분들은 대략 아실테니 말이다.


다만 열심히 살아 성취자의 대열에 대략 들어섰음에도 삶은 여전히 녹녹지 않는 클레어 아니 세상의 성취자들의 실제 삶을 공유하고도 싶었다. 유투브나 인스타그램의 성취자, 과소유자를 부러워 할게 없는 이유는, 그들도 다른 측면에서 충분한 결핍과 고통의 맥락을 여전히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스펙트럼이 극과 극을 오가는 인생을 살다 보니 운수 좋은 날도 마냥 행복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반대로 일이 잘 안 풀린다고 그다지 풀이 죽지도 않는다. 전화위복이기도 하고 새옹지마이기도 하며, 인생사 플러스, 마이너스 주판알 튕기다 보면 거기서 거기인 게 인생이 아닐까 싶었다.


얼마전 내 바로 위의 언니 곧 진국이의 엄마가 수면제 15알을 먹고 죽고 싶다며 (가족)자매 카톡방에 새벽녘에 글을 남겼었다. 그날도 이상하게 피곤해서 초저녁에 자고 새벽 1시경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던 차였다. 재빨리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수면제 15알을 먹고는 삶에 대한 회의를 풀어냈다.


넷째 언니는 평소 어머니(나에게도 엄마)가 돌아가시면 5일 후에 나도 죽겠노라던, 결사항전의 1인 중 한 사람이었다. 이제 아들도 인생이 풀리려고 하는데, 그간 누적된 인생의 피로감이 밤의 감수성을 타고 흘러나왔나 보다. 진국이가 지방출장 중이라 집에 언니는 혼자 있었고 때마침 나도 지방에 일이 있어 내려와 있던 터였다.


해당 브랜드의 수면제 15알은 그닥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얼핏 알고는 있었지만 추가로 더 먹을까 봐, 아니 정신없는 틈을 타, 다른 어떤 시도를 할까 봐, 안전 제일주의자인 나는 119에 연락을 했다. 여차저차 보호자가 없으면 또 (정신 멀쩡해 대화가 되는)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119는 병원은 물론 문 강제개방 마저도 시도하기가 어렵다며 푸념처럼 애로사항을 토로하셨다.


다행히 잘 얘기가 돼서, 언니는 그 새벽에 119를 타고 큰언니가 간병차 있는 몇 정거장의 어머니집으로 모셔졌다. 새벽 3시 집 CCTV(어머니 간병 때문에 집에 4대의 가정용 CCTV가 있고, 자매 5명과 여자 조카들 몇명이 수시로 CCTV로 어머니이자 할머니를 모니터링하며 합심하여 케어하고 있다)를 보니 멀쩡하게 식탁에서 큰언니와 고구마를 먹다가는, 이내 어머니가 누워있는 침대에 함께 누워 자는 모습이 보였다.


동시에 그 새벽 청주의 둘째 언니, 어머니집 근처 사는  셋째 언니와 통화하며 한바탕 물밑 소동이 있었다. 이 와중에 셋째 언니는 도리어 나를 걱정했다. 한 달에 1000만 원이 넘게 고정비가 나가고 있는, 그중 과반 이상 금액이 어머니 간병과 직계 가족들 대소사를 수습하느라 쓰고 있는 나의 삶에 대해서 말이다. 이번달도 갑자기 펑크가 난 누군가의 600만 원의 인생 실책을 수습해 주었던 터였다. 셋째 언니는 내가 시집도 안 가고 이런 삶을 무한반복하다 나마저 허튼 생각을 할까 많이 두렵다며, 처음으로 고해성사를 했다. 짝꿍과 너무도 잘 지내지만 종교가 거리가 있는 언니의 날 것의 생각으론 나의 삶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이에,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기독교에서 예수님을 만나 이후로, 우울증은 물론 우울감도 거이 없었고 그런 허튼 생각을 할 틈 없이 마음이 내내 평안할 때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가정의 크고 작은 일들로, 내 삶에 정신과 감정, 시간과 재정적으로 소모가 일어나곤 했지만 피해의식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내가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잘 나와서 지금의 내 커리어를 쌓은 것은 어머니와 언니들의 희생 덕분이라고, 그런 언니들과 그 자녀 곧 내겐 조카들을 챙기는 일인데, 내 돈과 마음 그리고 시간을 쓰는 것이 나는 기분이 좋다고, 그건 내 입장에선 은혜에 보은하는 것이라 감사하다고 했다.





물론 언니도 그리고 실은 나도 안다. 이런 생활의 오랜 반복에 때론 심신이 지칠 때도 있고 감수성과 감정이 예민하게 날이 올라오려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은혜로 돈을 잘 버는 커리어를 쌓았고, 이것은 내가 잘 나서거나, 나 혼자 잘 살라고 주신 게 결코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셋째 언니가 이날 유독 미안해 했던 것은, 그 딸이 대학 전공이수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덜 하다 보니 100만 원 벌던데서 50만 원으로 줄어 빠듯해지자, 그 차액을 (내가) 저번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보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제인가, 브런치에 모 작가님께서 다른 글 댓글을 통해서 나의 안부를 물으셨다. 아마 저번주 글이 안 올라오자 안부가 염려되셨던 것 같다. 11월은 스터디카페 리뉴얼 작업하느라 내 본업도 소홀할 지경으로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정말 극기훈련 수준이었다. 진국이는 재직 중인 직장일이 내년 1월 중순에 마무리되고 계속 지방출장 중이다. 게다가 짝꿍 천재도 손발 움직이는 소소한 일이 서투르기에, 그야말로  내가, 아르바이트 친구 2명과 리뉴얼 세팅을 주도해 오고있다. 그리고 거이다 리뉴얼 세팅이 마무리 되었다.


기존 이용객들의 칭찬이 이어졌고 이용자도 더 늘어나고 있다. 16종의 커피/음료 머신과 대학가에 비치된 무인복합기(프린터, 복사, 스캔, 팩스)도 잘 아귀가 맞았다. 쇼케이스 냉장고를 들여 놓았고 창고를 개조해 나니아 연대기를 방불할만한 멋진 공간인 일명 <고요의 장농>도 만들어냈다. 이곳엔 미니 천문대를 구현할 예정이다.


이런 경사스러운 와중에, 진국이 어머니인 넷째 언니의 돌발행동을 직면하며 여러 상념에 젖어들었다. 나와는 3살 터울의 언니. 중학교 때 그 학교 3대 얼짱에 들었던 미모의 여인. 미인의 인생은 굴곡이 있기 마련인지, 그간 우리집 7남매중 누구보다 인생이 녹녹지 않았다. 수면제 15알을 먹고 새벽에 반강제로 119에 태워져 어머니 곁에서 새근새근 잠든 언니의 모습을 CCTV로 보는데, 마음이 애잔하고 울컥했다.


'어느 누구라서 인생이 쉬울까?'


아니 그 쉽지 않은 인생에 단연 나 역시 포함되건만, 늘상 자신을 자주 뒷전에 미뤄두고 타자들의 인생을 수습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나. 그럼에도 인생이 신비로운 것은, 내가 타자의 고통에 과몰입하며 스스로를 소진시킬수록 내 영혼은 더욱 영롱하게 강인해진다는 점이다. 사랑을 퍼주듯 돈을 퍼주는데, 이상하게 돈은 나를 좇아오듯 계속 희한한 방법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여러모로 육체와 감정이 소진되어 탈진이 오려하자, 이번엔 좀 브런치를 오래 쉬어 가야 하나 싶었다. 근데 문득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를 생각했다. 딱히 글을 잘 써서, 책 내서 돈 벌 의도도 없었고, 그저 오늘처럼 낙서글 쓰던 습관의 연장선상이었다. 혼자 낙서글 쓰고 지금처럼 속풀이 하던 글을, 오픈된 공간에서 나뿐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이 낙서글을 함께 본다는 취지 말이다. 


물론 내가 꽤 솔직해서 이런 것도 오픈해도 되나 싶은 대목도 있긴 하다. 허나 그 수위 조절은 감안하되, 나의 낙서글을 브런치 플랫폼에다 쓰므로, 내 낙서글은 오늘도 브런치의 한 소절의 글이 되었다. 


오늘 너무 바쁜 날이라, 이 글도 몇 십 분 만에-나중에 퇴고 한번 하니 1시간이 넘었지만- 두서없이 적었다. 내용이 부실할 것은 감안해, 이 글은 일상글로 카테고리에 넣고자 한다.


이 글을 통해, 내가 행복하다 할 때, 전혀 결핍이나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란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평소에 감사를 많이 하는 나의 시선에선 결핍과 문제보다는, 받은 것과 누리는 것을 감사하기에, 불행과 행복의 시소게임이 팽팽한 인생길에서 행복에 좀 더 무게가 담기는 것 같다는, 사실 말이다.


몇주간 좋은 일도 있었고 아쉬운 일도 있었지만 오늘도 감격하고 감사하므로 하루를 시작한다. 언니가 수면제를 먹었음에도 내가 때마침 깨어 있어서 제때 도울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속얘기를 더 깊이 들을 수 있었고 가족의 소중함, 형제자매간의 우애를 경험할 수 있었다.


짝꿍의 투자로 스터디카페를 인수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 장소를 오가는 이들도 나처럼 행복과 불행의 팽팽한 시소게임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이 아닐까. 현재 직장에 몸 담고 있어 현장에는 (내가) 거의 없지만 리세팅을 주도하기에 그런 마음을 인프라 곳곳에 담고 싶었다.  


오늘도 새 하루를 주셔서 감사와 감격으로 시작한다. 언니의 새 하루를 축복하며 하늘의 위로가 그간 오랜 고통과 상처, 피로를 씻고도 남음이 있기를 기도한다.















*본 글에 댓글창을 닫은줄 알았는데, 그 사이에 글을 써주신 작가님들 댓글 아래 남겨드려요. 좀 쑥스러운 주제라 금번엔 댓글창 다시 닫고요, 차후 댓글창 연날에 함께 소통해요. 좋은 하루 되시고요!



호랑


'고요의 방' 꾸리느라 작가님 많이 바쁘셨군요. 더구나 언니의 일도 그렇고요. 두루두루 보살피며 사는 모습이 어여뻐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조카들까지 챙기는 일은요. 멋진 스터디카페에 11월을 다 보내셨다니 그 카페가 어떨지 잠작할 수 있어요. 사진만으로도요.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 모두가 따뜻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작가님의 마음이 깃들어 있을 테니까요. 애쓰셨어요. 작가님^^


청년 클레어


아... 제가 오늘도 새벽 1시에 일어나 일짝 하루를 시작하느라 살짝 몽롱했거든요. 실은 댓글창을 닫은줄 알고 이 글을 아주 편하게 썼어요. 어쩌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호랑작가님의 댓글이라 다시 닫을 수도 없고요. 옛다 모르겠다, 그냥 둘께요 ㅎㅎ

내 인생도 그간 쉽지 않았는데, 사는 동안 내내 '수습반'처럼 살아온 것 같아요. 그럼에도 참 감사하고 다행인 것은 내 안에 피해의식이 거이 없다는 점이에요. 늘 누군가 도울 수 있는 마음과 의지, 재정, 체력과 건강 등등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남들보다 더 갖고 있다면 그건 나누어 쓰라고 주어진거라 생각하거든요.

이거, 혼자 쓰는 낙서글 스타일인데, 제가 털털하니 이런 글도 브런치에 버젓이 올려 놓습니다.

고요의 방. 공부하는 학생이나 취준생, 고시생 등등 그런 분들이 고요하게 자신을 털어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단 취지에서, 창고를 개조해서 만들었어요.

호랑작가님 덕분에 오랜만에 댓글창을 열어 둡니다.
작가님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


금숙이


속풀이가 필요해 글을 쓰는 것 또한 한 세상 잘 살아가는 지혜이지요. 한숨도 푸념도 하지만 다시 따뜻한 밥 지어 가족들 입으로 들어가는 것 보며 웃는게 인생이지 싶습니다. 오늘도 건강하고 충만하게 사시는 작가님, 화이팅 입니다.



청년 클레어


그죠? 중학교때부터인가 속풀이가 필요해서 낙서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최고 기록은 한번에 A4 7장 분량을 노트북으로 막 두둘겨 썼던 적도 있어요. 그것도 한숨에요. 지금은 많이 외향적이 되었는데, 어렸을땐 극내향인데다가, 지금도 힘든 것을 사람들에게 잘 투정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워낙 맏이 컨셉으로 두루 살아, 내게 하소연과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저는 그러질 못 해서, 낙서글 (주로 묵상글이 많지만요) 썼던 것 같아요.

한숨과 푸념을 하다가 따뜻한 밥을 짓는 작가님의 마음에 큰 울림과 공감이 돼요. 이 하루도 충만하게 건강한 하루 되시고요 ^^



어니스트 정


폭설로 인해 아침 출근 걱정에 밤 잠을 설치고 작가님 글을 기상하고 마주합니다.

솔직한 감정, 10여 분만에 작성한 신 필력. 공감 되고 잘 읽었습니다.

클레어 작가님도 소진 되지 않게 오늘 하루 자신을 잘 잘 돌보시며 힘내세요~^^



청년 클레어


몇십분 동안 제 오랜 습관처럼 낙서글 써놓고, 정신 차리고 다시 보니 오타와 엉김이 많아, 퇴고하고 나니 얼추 1시간이 넘었어요. 흐흐흐 ;

제가 인스타그램형 인간이 아니라 쇼윈도로 사는건 잘 못 하는 것 같아요. 보여지는 것 이면의 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 어쩜 오프라인에서 다 구현하지 못한 부분을 이곳 브런치에서 나눌 수 있어 참 좋아요.

가족의 인생의 짐을 함께 지며 힘들어 하는 분들을 정말 많이 보아왔거든요. 조금이나마 그런 분들의 마음을 위로하고도 싶었고 쪼금은 나도 브런치에선 땡강하듯 속내를 풀고 있나봐요.

작가님의 격려 말씀 감사드려요. 스스로 소진되지 않도록 페이스 조절 잘 하며 오늘도 화이팅하겠습니다 ^^















 

보너스 선물 "스터디카페의 변화된 모습" 



리뉴얼한 공간.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일명 나니아 연대기에서 응용한 '고요의 장농()'과 휴게실 모습. 책장을 밀면 이 공간들에 들어갈 수 있다.


짝꿍을 비롯해 뭇 어른들의 로망 구현하느라, 11월 한달 몸은 힘들었으나 마음은 신나고 즐겁게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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