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대신이라 하기엔…
추석 때 엄마가 잔뜩 삶아준 밤을 일부 냉동실에 보관했다. 12월 둘째 주 주말 컴퓨터 작업 하다 출출해서 냉장고를 열어보는데 ‘떡볶이, 와플믹스, 만두, 식빵…’ 탄수화물뿐이다. 일부러 찾아 먹지 않아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죄다 탄수화물. 얘네들이 나를 유혹하기는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부담스럽지 않은 걸 원한다구!’
냉동실 문을 여니 ‘찐빵‘이 아닌 ’ 찐 밤‘이 있다. 밤이 담긴 봉지에 엄마가 ”찐밤“이라고 크게 써놨다. 그냥 밤도 아니고 커다랗게 “찐밤”. 날 좀 봐달라는 듯이 말이다.
차갑게 얼었으니 냄비에 물 넣고 다시 쪘다.
김이 오르기 시작하자 집 안에 가을 냄새가 퍼졌다. 따뜻한 수증기가 퍼지는 느낌이 좋다.
겨울밤에 얻은 가을밤.
한 알을 입에 넣어 어금니로 ‘톡’. 반으로 쪼개어 티스푼을 깊숙이 넣어 ‘폭‘떠서 노랗고 포슬포슬한 녀석만 입에 넣었다. 잠깐 5분 정도 데웠을 뿐인데, 방금 삶은 것처럼 달고 포슬포슬하다.
하나 둘.. 밤 껍데기가 쌓여간다.
톡 쪼개고, 폭 파서 먹는 것에 너무 집중했나 보다. 상당한 포만감이 느껴진다.
2025년이 끝나가는 12월 겨울밤.
가을밤으로 얻은 따뜻함과 포근함. 그리고 포만감.
행복한 표정으로 포근히 잠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