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고야 말았다, 시베리아의 손님이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건 힘겨운 일이다. 솔직히 요즘은 넉넉지도 못하다 보니 여분의 현금도 들고 다니지 않기도 했다.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했지만 잊히지 않는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가 어린 손주를 보듬고 길가에 앉아있었다. 무언가를 바라는 모습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묘했다. 그 모습이 내 잠 못 드는 밤에 되돌아올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있는 몽골은 유목민 가정이 참 많다. 꼭 엄마나 아빠가 유목민이 아니어도 아이들은 여름방학에 초원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나 친척을 만나러 간다. 그렇다, 여름은 그리움이 기쁨으로 변하는 계절이요, 평화의 계절이다.
하지만 짧은 여름이 지나면 그게 있었냐는 듯이 눈이 내린다. 들풀도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들판의 소에게서 우유를 선물 받기 어려워진다. 생활 형편도 녹록치 않은 가정이 자연의 혹독함도 동시에 견뎌야 하는 시기가 온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는 여름에는 보이지 않던 이웃들이 빈 공간을 채워나간다. 조그만 박스를 앞에 두고 지팡이에 턱을 괴고 앉아계신 할아버지도 있고,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저렴한 보드카에 몸을 적시고 웅크린 아저씨도 있다.
할머니와 그 아이도 그중 하나 아니었을까? 이제야 마음속에 눈감고 있던 사실이 상기되어 버렸다.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