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내가 가성비 좋게 회화과외를 받는 법
시내에서 좀 떨어진 게르구역에 있는 카페에 가던 길, 갈아타는 지점에 버스가 하도 안 와서 할 수 없이 택시를 탔다. 몽골에는 굳이 영업허가를 내지 않아도 택시영업을 할 수 있어서 도로변에서 무작정 손을 흔들면 차가 멈춘다. 택시앱만 이용하는 한국에서는 아마 흔치 않은 풍경이지 않을까 싶다.
구글맵으로 거리를 보니 어림잡아 4km 가까이 나올 것 같다. 이런,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만 탔던 내게 택시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턱하고 다가왔다. 아마 1만 투그릭은 나오리라. 한국 돈으로 치면 4,0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지만 여기 물가로 치면 1만원 그대로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 나는 아쉬울 것 없이 잘 지내고는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4,000원도 아쉬운 생활을 하고 있긴 하다.
그러다 문득 아이디어가 번뜩하고 떠올랐다. 운전하시는 분에게 즉석으로 몽골어 회화 과외를 받는 것이다!
운전을 하시는 분은 60대 가량 되어보이는 아저씨로, 인상이 참 선해 보였다. 그리고 캡모자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캐쥬얼하게 대화를 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묘한 신뢰감이 더해졌다. 나는 잽싸게 내부를 확인한 후, 백미러에 걸려있는 십자가를 화제로 기사 아저씨에게 십자가를 장식한 이유를 물었다. 본인은 다니지 않지만 딸내미들이 교회에 다녀서 자기도 십자가를 걸게 되었고, 요즘에는 가끔 이걸 손에 쥐고 기도를 하신다고 했다.
이렇게 자연스레 회화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요즘 화제가 된 몽골 내 석유난에 대해 물꼬를 트고, 지금 지나가는 동네 이름의 유래, 몽골에서 탈 자동차 추천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갔다. 중간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질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왠걸, 아저씨는 친절하게 풀어서 설명해 주셨다.
나: "아저씨, 'Дуу орно(소리가 들어온다)'"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아저씨: "그 말은 자동차가 울퉁불퉁한 길을 가다보면 에 문제가 생겨서 삐걱거리게 되잖아? 그 소음이 난다는 이야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이 배운 단어를 되내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흠흠...소리가 들어온다...라...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뿔사, 아저씨께서는 기름값이 올랐으니 기본운임 km당 가격을 25%나 높여서 부르시는게 아닌가! 아저씨는 멋쩍은 목소리로 '내가 미리 말할걸 그랬네'하시며 입맛을 다셨다. 약간 배신당한 듯한 마음에 분노가 오르려 했지만 회화수업 알차게 했으니 됐다 치자며 나를 다독이고, 은행앱으로 12,500투그릭을 아저씨에게 송금했다. 아저씨는 그래도 미안했는지 내리는 나에게 말을 걸며 자동차에 대한 추천을 이어나가셨다. 그래, 이정도면 괜찮지, 괜찮아.
이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여유롭게 할 일만 하면 되겠다 생각하며 카페 문에 손을 잡고 당기는데, 이런. 문이 움직이지 않는다.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니 오늘 영업을 안하는 날인가 보다. 허허.
내가 예상한 하루의 리듬에 결국 소리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