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공생의 달인

치솟는 아파트 값! 자연의 지혜가 절실하다

by 야생


산 속 풍경이 달라졌다. 보통 겨울산 하면,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헐벗은 나무를 떠올린다. 근데 오히려 나뭇잎을 떨군 겨울산은 따뜻함으로 가득하지 않은가. 햇빛이 강렬했던 가을, 나뭇잎으로 그늘진 산 속은 어두웠는데, 지금은 가지 사이로 거침없이 햇빛이 쏟아진다. 지면의 이끼조차 햇볕을 머금고 있다. 자연은 때를 따라 입기도 하고 벗기도 하며 서로를 살리는 상생의 달인들 아닌가. 나에게도 이런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동안 나뭇잎으로 가려져 있었던 주변 정경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디를 둘러봐도 아파트 천국이다. 나는 두가지 생각으로 씁쓸해진다. 저 많은 아파트 중에 내 집 한 칸이 없다니! 저 아파트 한 칸을 위해 평생을 몸바쳐야 하다니! 아파트를 사고 싶다는 건지 사고싶지 않다는 건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이다.


2005년 이곳에 전세로 이사올 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매매가는 2억을 조금 넘었었다. 1년 후 판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잠자고 일어나면 몇 천이 올라간다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한 결과, 그 때 매매가는 5억을 훌쩍 넘었었다. 그런데 어느새 조금씩 거품이 빠지면서, 2013년 집주인이 집을 팔았을 때가 2억 9천이었다.


우리는 같은 동 같은 라인 바로 아래층으로 이사를 와서 지금까지 전세로 살고 있다. 그래서 다른 곳은 몰라도 이 아파트의 몸값에 대해서는 대강 알고 있다. 2013년 이래로 3억 초중반을 오르락 내리락 하던 것이 올해 6억대 중반에서 매매가 되었다는 소문이다. 부동산 매매업자들은 옆동네에 플랫홈 도시가 들어서면 7억까지 오를 것이라 예상하는 모양새다. 와! 20년 가까이 된 아파트가 7억이라.


세상이 미쳤구나! 이런 세상의 파도에 타지 못한 나도 미쳤구나! 한 편으로는 사고 싶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고 싶지 않았다. 전세값과 매매가가 얼마 차이나지 않을 때조차 아파트를 사지 못한 이유다. 나는 3억도 비싸다고 생각했다. 주거비용을 위해서 평생 일해야 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미친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빚지지 않고 매입할 수 있는 아파트가 있다고 생각하며 때를 보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그곳도 많이 올랐다고 하니.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난 몇날 몇일을 매물 찾기에 몰입했다. 남편이 시골살이를 하고 싶다고 하니, 최소한 출퇴근 한 시간 이내의 수도권 곳곳을 이 잡듯이 뒤졌다. 처음엔 양평, 이천, 여주 중심으로. 3~4억이면 넓은 마당과 텃밭이 딸린 예쁜 전원 주택을 살 수 있다. 그 다음은 서울 근접한 강원도 홍천과 원주, 횡성, 그리고 충청남도 충주 주변까지, 1~2억만 있으면 출퇴근 1시간 넘는 곳에 내 집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서도 난 3기 신도시 아파트 분양을 기다린다. 배고픈 사자가 먹잇감 노리듯. 내 집 한 칸 마련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랴마는, 먼 미래에 시세 차익을 누려보고 싶은 이기적 욕망은 아직 조금 부끄럽다. 서로를 살리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자본주의 물적 토대에서 그렇게 살아내기는 결코 쉽지 않음을 절감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자연의 지혜로운 공생을 배우고 싶다. 그리고 마종기 시인의 <겨울 기도>가 나의 마음 속 미련을 잠재우기 바란다.




겨울 기도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마종기, <그 나라 하늘 빛>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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