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에 흰 구름 두둥실! 쨍한 날씨여도 별로 반갑지 않다. 바람 한 점 없는 끈끈한 더위가 몸을 휘감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찌는군! 더위를 탓할 수만은 없다. 푸른 숲의 산책로를 찾는다.
산허리까지 가파른 등산로를 올랐을 때 숨이 차오른다. 벤치에 앉아 숨 고르기를 한다. 땀 찬 살갗으로 바람이 불어온다. 아, 시원해! 숲이 주는 시원함에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니, 바람 한 점 없이 푹푹 찐다. 새들도 매미도 숲속 벌레들도 피서를 갔는지 고요하기만 하다. 때마침 나타나는 광천 약수터가 몹시 고맙다.
흘러가는 약수로 팔과 눈가와 입가를 적신다. 물이 얼마나 찬지 10초 이상 손을 댈 수가 없다. 시원한 약수에 힘입어 또다시 발길을 옮긴다. 어느새 산책길 마지막 벤치, 여기는 바람이 분다. 흔들리는 나뭇잎 속에서 새소리, 매미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올 여름은 폭염을 뛰어넘는 역대급 더위라는데,.. 나의 산책은 이렇게 계속되겠지. 숲속 산책은 열불나는 몸과 마음을 식혀주는 피서 방법이기 때문이다. 역대급 더위라도 한차례 지나가고 마는 것이라면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지구의 미래,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올봄 날씨가 참 이상했다. 기상청의 '2021년 봄철 기후분석 결과'에 의하면, 3월 기온은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서울 벚꽃 개화가 1922년 관측 이래 가장 빨랐다. 4월은 한파와 초여름 날씨가 동시에 나타났다. 5월은 최고 기온이 역대 4번째로 낮았다.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도 봄철 기후 변화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것은 아닐까.
이같은 기후 변화를 보며 다들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 지구의 위기가 곧 우리 인간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파란 하늘 빨간 지구>의 저자 조천호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는 과거부터 인류가 선택한 것들이 축척되어 만들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미래 세계 역시 이 순간부터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이 축적되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고 질문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라고 자문해야 합니다. -11쪽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기후 위기도 우리의 선택에 의해 축적된 것이다. 산업 혁명 이래 인류는 본격적으로 화석 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00년 사이에 큰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과속은 지구환경의 파괴와 기후변화를 가져왔다. 경제적 성장과 지구 환경 파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화석 연료 배출량의 증가는 '온난화' 현상의 주범이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 조절 시스템의 불안정을 초래한다. 기후변화,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식량 생산 감소, 생물 다양성 파괴 등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온실 가스는 지구에게 급소다. 온실 가스는 대기 중에 아주 적은 양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 양이 조금만 더해져도 변화가 커지고 지구가 위험에 처해진다. 지구를 살리는 데 온실 가스를 줄이는 것이 관건인 이유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경제 성장과 그 혜택을 누리며 지구와 인류를 큰 위험에 빠트릴 것이냐, 아니면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여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것이냐.
지구온난화의 책임, 나에게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후 변화에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이 아직 나의 현관문을 두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이것을 정부의 문제로 돌리려 하거나, 과학자들이 기술적인 묘책을 발견해주기를 바란다.
이런 안일함에 <너무 더운 지구>의 저자 데이브리는 일침을 가한다.
결국 책임은 여러분에게, 나에게 있다.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우리가 내뿜은 온실가스가 문제인 것이다. -15쪽
데이브리에 따르면, 우리가 배출하는 전체 온실가스의 원인 중 절반 가까이가 자동차(46%)로 인한 것이다. 이어 가정용 냉난방과 냉장고, 냉동고, 기타 주방 기구와 가전제품이 3분의 1을 넘게 차지한다. 그리고 식량(10~20%), 쓰레기(5~10%)가 뒤를 잇는다.
우리 대부분은 매년 10~20톤의 온실 가스를 배출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까? 데이브리의 연구조사를 통한 표1~표4를 참고할 수 있다.
우리가 온실 가스 감축을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개개인으로 볼 때는 바닷가의 모래알 하나 같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힘을 합치면 기후변화로 가는 길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데이브리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어떤 길을 선택하겠는가?
올 여름 역대급 무더위를 잘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나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