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처럼

by 야생


'엄마! 브런치 작가 됐어!' 막내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내가 브런치 작가 신청서를 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걸 막내는 알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 작가 소개와 앞으로의 글쓰기 계획을 써서 식구들 앞에서 어떠냐고 물어봤었다. 모두가 좋다는 반응이어서, 좋은 소식이 올지도 모른다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결과가 나오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인생이 참 엉뚱하게 흘러간다. 작가라고 불릴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워낙 사람이 메말라서, 내 안에 사람의 마음을 촉촉히 적셔줄 무언가 있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자신 없던 게 글쓰기이기도 했고. 그런데 브런치 작가라니!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고 조금은 자랑스럽기도 하다.


브런치 작가! 내 인생에 어떤 바람을 몰고 올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어떤 바람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사실 내가 관심있는 분야는 자연주의, 변방의 사상이다. 중심을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엔 너무 멀리 있다.


그럼 나는 왜 이렇게 인기없는 주제를 가지고 씨름하려는 걸까. 나에게 햇빛이 되고, 공기가 되고, 물이 되기 때문이다. 자연주의를 붙잡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익숙한 것들을 갈아엎고 낯선 씨앗을 뿌리고 싶다. 낯설고 수상한 것에서 오는 두근두근 스릴감이 짜릿한 해방감으로 열매맺기를 바란다.


또 하나 꿈을 꾼다면, 같은 생각을 품은 사람들과 손잡고 담쟁이 처럼 절망의 벽을 타고 넘어가 희망을 보고 싶다. 도종환의 <담쟁이>, 오늘도 되새김질 해본다.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 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