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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미킴 Aug 30. 2021

속초와의 눈맞춤

바다가 한숨을 내쉬며 자갈들을 훑어낸다. 자갈들은 파도를 타고 방파제 위로 올라와 그 틈 사이로 떨어져 내린다. 틈이 얼마나 깊은지 고개를 쭈욱 빼고 보지만 떨어진 자갈들에 내 손이 가 닿기에는 너무 멀다. 가엾은 자갈을 보다 문득 고개를 들어 수평선을 본다. 바다에는 산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저 너머의 것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수평선의 너머를 계속 보고있자면 (방향만 맞는다면) 일본이나 중국까지도 모두 볼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저 끝을 보게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수평선을 너머의 것을 보려는 나의 욕심과 부딪힌다. 그 순간 수평선은 더 넓은 세계로 연결해주는 유연한 곡면이 아닌, 볼 수 없는 것과 보고자 하는 욕심의 팽팽한 신경전선이 된다. 산은 대지에 있다. 산등성이 눈썹 사이사이로 부처의 얼굴이 보인다. 이 부처님은 다이소에 팔지도 않고, diy 키트로도 만들 수 없다. 어느 한 소녀가 무심하게 사진을 찍더니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나는 호텔방으로 돌아와 브런치에 짧은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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