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Jing Jun 29. 2021

[서평] 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가끔 나는 감정을 앓았다. 세상 만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내가 자는 시간, 먹는 것, 시간을 쓰는 방법 밖에 없다는데 그 모든 것들이 '감정'하나에 무너져 내리곤 했다. 강철같을 것 같았던 의지도, 영원할 것 같았던 우정도 때때로 나도 모르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감정에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25살 즈음의 여름이었다. 내 마음인데,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속수무책으로 나를 무너뜨렸다. 감정을 나쁘게 하는 것들을 멀리 하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도피는 어떤 것도 해결해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은 조금 다른 의미로 나에게 다가왔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로 더웠던 여름 날부터 웅크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추웠던 겨울날의 내가 고민했던 모든 것들이 담겨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나 자신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 줄 수 없는 순간들을 보내는 당신을 위한 위로를 [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 에서 만날 수 있다.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러워진 요즘에는 <감정다루기>에 대한 다양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개중에는 심심한 위로를 건네거나, 때로는 전문적인 정신과 지식까지 더해진 내용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 에서는 실제로 저자가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워나갔던 경험이 그대로 담겨 있어 더욱 공감이 가고, 또 그 해결방법들도 실천하기가 쉽다. 이번 서평에서는 특히 공감이 갔던 내용들에 대한 소개를 통해 #감정조절 에 대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케이스와 필자 또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해결책들을 공유해본다.




자신의 기분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오롯이 마주하기 위해.

잘 지내지 못하는 내 기분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지금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건지

혼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기 위해

이 책은 그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해우소 인줄 알았던 불평이 일상이 되었다면


감정 컨트롤이 유난히 안되는 시기를 돌아보면 늘 불만 사항을 말하고 다니곤 했다. 직장 상사의 이런 점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사는 집의 이런 구조가 너무 불안해서, 심지어는 식당이 너무 시끄럽다는 불평까지. 때때로 불편과 불만은 더 나은 발전을 위한 현재의 상황 인식으로 작용하곤 하지만, 그것들이 가지는 부정적인 감정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불평을 중단하라는 말은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애써 무시하라는 말과는 아예 다르다. 불평이 습관이 되는 걸 경계하라는 의미다.

입에 불평이 가득하면 어딜 가든 그곳 또한 불평할 것들이 넘쳐나는 곳이 된다.



돌아보면 좋은 일은 한번에 생기지 않는다. 서서히, 많은 시간에 걸쳐 빌드업되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구절 중

생각을 조심하라.


말이 되기 때문이다.

말을 조심하라.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행동을 조심하라.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습관을 조심하라.

인생이 된다.


라는 구절이 있다. 이렇듯 선물처럼 내려온 것 같은 좋은 일도, 하필 나에게 떨어진 벼락같은 나쁜 일도 꾸준한 역사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그러니 감정 조절을 위해 쏟아내던 불평들의 방향을 바꾸어 나가는 연습은 장기적인 마인드셋의 방향을 위헤 필수적이다.


걱정, 정말 필요한 순간이었을까?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를 겪을 때 걱정거리는 좋은 밤친구가 되어 주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걱정 거리들, 결국 최악으로 치닫는 시나리오는 나를 겁먹게 만들기 충분했다. 우스운 일은 걱정했던 상황은 대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따금 그 걱정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여지없이


거봐!!


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모두 그 상황들을 해결해왔다. 그리고 걱정하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더라도 대부분 훨씬 더 견딜만한 수준으로, 걱정하던 밤이 무색하게 간단하게 끝날 때도 있지 않던가.



걱정을 마냥 덮어두는 그런 무책임한 태도를 견지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걱정의 크기를 실체보다 더 크게 느껴서 지레 겁먹거나 움츠러들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 걱정이 되는 일이 있다면 단 한가지를 떠올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인가?" YES 의 답이 나오면 더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해결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NO 라는 답이 나온다 해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내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정을 미리 조절하는 법


스스로가 예민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때때로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의 파도를 겪는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나는 나만의 리츄얼을 만들었다. 바로 감정을 미리 조절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가끔 역치에 도달하기 까지 그 모습을 숨길 때가 있어서, 갑작스럽게 폭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엔 매일, 1주일, 2주, 한달, 분기별로 스트레스를 완화하곤 한다. 예를 들어 매일 일기쓰기, 일요일엔 화장실을 청소하기, 2주에 한번은 가만히 누워 영화보기, 한달에 한 번 좋아하는 친구와 장시간 통화하기등이다.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삶에 치여 잊기 쉬운 일들을 일부러 해 나가다 보면 인지하지 못한 채 쌓여있던 스트레스들을 경감할 수 있어 감정의 파도를 막을 수 있다.



기분 전환을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두는 건 중요한 일이다.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순간에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탈출구가 되기 때문이다. 하루를 기대하게 하는, 생각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그것을 당신이 꼭 찾을 수 있기를.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 기회를 빼앗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날씨의 영향으로, 심지어는 스쳐지나는 말 한마디에도 울적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땐 단순노동의 힘을 빌려보자. 책에서는 뜨개질을 소개했는데, 나의 경우엔 냉동실에 쟁여놓을 수 있는 음식거리를 만들곤 한다. 요리의 특성상 과정 중에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렵고 완성된 요리를 가족들과 함께 맛있게 먹는 과정에서 충분한 감정 환기는 물론 보람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에게서 주도권을 빼앗아 오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경험의 힘은 생각보다 강렬해서, 이후 감정에 압도당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삶의 복잡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가끔 경험하는 단순작업을 통해 머릿속이 환기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당신의 주의를 끌만한 새로운 일 혹은 단순한 일에 집중하면서 잡생각과 복잡한 문제로부터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다.



여행마저 어려워진 요즘, #코로나블루 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울감 뿐 아니라 감정에 압도당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매일 밤 고통을 겪지 않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감정컨트롤을 통해 평정심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 이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수 있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야 할 우리의 인생을 위해, 좋은 위로는 꼭 필요하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