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쓴 이후로 저는 현생이 없어졌습니다 엑소가 훔쳐감
이번 12월, 청음이 선정한 ‘이달의 아이돌’은 엑소(EXO)입니다. 엑소는 벌써 데뷔 7년차가 된 남성 아이돌 그룹으로 현재 멤버는 총 9명(수호, 시우민, 레이, 첸, 백현, 찬열, 디오, 카이, 세훈)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전형적인 SMP(MAMA, HISTORY 등) 스타일의 곡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레게, 알앤비, 발라드 등 다양한 곡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제일 두드러졌던 아이돌이 누구냐고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탄소년단을 꼽을 거에요. 하지만 방탄소년단과 국내에서는 압도적인 투탑을 달리고 있는 엑소에게는, 올해 그들에게 주어진 관심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청음은 이번 달 엑소를 취재했습니다.
엑소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아이돌이니, 첫 콘텐츠는 엑소의 숨은 명곡 찾기입니다. 대부분 ‘중독’, ‘으르렁’, ‘늑대와 미녀’, 그리고 ‘Ko Ko Bop’ 정도로 엑소를 기억하고 계실 거에요. 하지만 사실 수록곡 맛집으로 알려진 SM답게 엑소에게도 무척 좋은 수록곡이 많습니다. 피눈물 흘리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추려낸 곡들입니다. 주로 콘서트 영상들로 준비했습니다. 엑소-엘 에디터가 들려드리는 엑소의 숨은 띵곡 찾기!
[1집] Peter Pan
'너는 웬디 신데렐라보다 예뻤지'
그 유명한 ‘으르렁’과 ‘늑대와 미녀’가 수록된 앨범으로, 엑소가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앨범이다. 이 앨범은 당시 SM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던 것인지, 혹은 내가 고등학교 때 많이 들어서 익숙한 것인지 몰라도 수록곡이 다 좋다. 숨은 띵곡 찾기로 이 앨범 속 여러 곡을 고민했는데 ‘Peter Pan’이 엑소의 순수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듯하여 이 곡을 선택했다. 1집 때만 느낄 수 있는 아련함과 순수함 같은 것들이 누구나 있으니까.
스토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피터팬 스토리를 차용해서, 어릴 적 순수한 마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일기장 속에 멈춰 있는 그 때 그 시간이 네버랜드처럼 어린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성장이 멈춘 피터팬처럼 어릴 적 그 마음 그대로 가지고 있는 엑소의 진심을 고백하는 이야기다.
말랑말랑하고 사랑스러운 댄스 팝 곡으로 당시 엑소가 자주 들려주었던 동화 속 이야기들 중 하나다. 지금의 엑소 활동은 좀 더 강렬한 퍼포먼스, 섹시미, 고혹적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 당시 수록곡들은 확실히 ‘첫사랑’스러운 면모가 강하다. 엑소에게도 존재했던 순수함, 설렘, 그리움, 그런 동화적인 스토리가 그리울 때 들으면 좋다. 섹시도 좋지만 이런 청순함도 좋다. 아- 그리워라.
(이 앨범의 대표적인 숨은 띵곡으로는 Baby Don't Cry(베돈크), 나비소녀, 3.6.5, Heart Attack 등이 있습니다)
[EXO-K(M) 미니 2집] Thunder
'천둥처럼 늦었다 나는 이제야 널 찾는다'
이 곡은, 가사가 미.쳤.다. (섹/도/시/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엑소 노래 top 5 안에 드는 곡. 멤버들의 보컬 밸런스도 정말 좋고, 베이스와 메인 리프가 독특하면서도 매혹적이다. 엑소의 컨셉이 초능력자(…)인인 것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그래서 그런지 엑소는 당시까지만 해도 매 앨범 초능력 컨셉을 버리지 못하고 한 두 군데 쯤은 꼭 넣었는데, 이 곡도 은근히 ‘번개’, ‘시간’, ‘빛’ 등의 개념에서 엑소의 초능력을 느낄 수 있다.
번개의 섬광처럼 지나간 사랑을, 천둥처럼 뒤늦게 후회한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달라도 시작은 같았다’, ‘시간의 벽을 넘어 너를 찾아간다’, ‘하나 둘 초를 세며 우리 거릴 잰다’처럼 번개와 천둥을 의인화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특히 ‘하나 둘 초를 세며’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번개가 어디 쯤에서 쳤는지 세어 볼 때 초를 세면서 떨어진 거리를 어림하는 일과 겹친다.
이 곡은 EXO의 발매곡이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EXO-K와 EXO-M의 발매곡이다. 초창기 EXO-K와 EXO-M이라는 쌍둥이 그룹으로 활동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중국 멤버들의 탈퇴로 지금은 구분없이 EXO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탈퇴 전에도 EXO로 활동한 적이 있는데, 이 때 ‘으르렁’으로 무척 잘되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어 버전과 중국어 버전 멤버가 다른데, 한국어버전에서는 D.O의 그루브와 찬열의 랩톤이 잘어울리고 중국어 버전에서는 첸의 애절한 보컬이 돋보인다.
[2집] El Dorado
‘어떤 날엔 폭풍 속에 있다 해도 함께라면 두렵지 않아’
(15분 29초부터 시작)
방탄소년단과 엑소를 계속 비교해보게 되는데, 엑소는 좀 더 판타지스러운 개념이 많이 사용되었던 것 같다. 모험, 탐험, 환상, 그런 개념들. 엘 도라도는 아메리카 대륙 북쪽에 있다고 믿어졌던 황금의 고장, 황금의 도시로 신대륙 탐험의 중요한 동기가 되었던 환상의 도시다.
이 곡은 황금향, 엘도라도를 향해 모험을 떠나는 줄거리의 곡으로, 2절 후렴 이후 브릿지 파트로 넘어가는 랩, 브릿지 파트의 디오-첸-백현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보컬라인, 그리고 폭발하는 백현의 고음이 포인트다. 2절로 넘어갈 때에도 음악 소리를 죽이고 백현의 보컬을 속삭이듯 연출하는 등,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보컬라인을 가장 적절하게 활용한 예시 중 하나다.
사실, 이 곡의 진짜배기 포인트는 무대다. 엑소는 보컬/랩 그룹이라기보다는 퍼포먼스 그룹에 가깝기 때문에 무대에도 많은 신경을 쓰는 편인데, 이 곡은 특히 콘서트에서 무척 멋진 무대와 연출로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무대는 2015년 도쿄돔 라이브 공연. 저작권 관계상 해당 콘서트 영상은 모두 내려갔지만(조회수가 몇 십 만에 육박했었다.) 다행히 풀 비디오는 남아있었다. 15:29초부터 시작되도록 표시해두었다. 전체 콘서트 VCR을 가져온 것은 청음 사상 처음이지만 이렇게라도 여러분에게 무대를 꼭 보여드리고 싶은 에디터의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백현의 고음에 집중해주시길.
[3집] They Never Know
'내가 먼저 선을 넘어 설게 네가 있는 그 곳으로’
3집은 ‘Monster’와 ‘Lotto’가 수록되어 있었던 앨범이다. 이 앨범 또한 좀 더 주목을 받아도 좋았을텐데-물론 밀리언셀러였지만-하고 자주 생각한다. 이 앨범 또한 수록곡들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다채롭기 때문이다. 3집에 들어선 이후로는 앞서 소개한 ‘피터팬’이나 1집 수록곡 ‘나비소녀’처럼 마냥 해맑고 상냥한 곡보다는 훨씬 센치하고 묘한, 신비롭고 몽환적인 사운드를 많이 그린다.
그런 곡들 중에서도 ‘They Never Know’는 제일 어둡고 끈적하고 무거운 곡에 속한다. ‘They Never Know’는 밝은 신스와 어두운 베이스 톤 및 업템포 드럼으로 구성된 R&B 장르의 곡이다. 신스와 베이스 사이의 격차가 커서 곡에 충분한 공간감이 느껴진다. 변주되는 드럼 리듬과 신스 사운드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평소 엑소가 들려주던 곡들보다 느린 템포의 곡이라서 후렴구에서 특히, 더욱 성숙하고 섹시하게 느껴진다.
우리 두 사람을 제외한 모두,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 모두는 절대 알 수 없을 우리만의 세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 곳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자는 유혹은 정말 뿌리치기 어렵다.
[4집] 전야
‘깨고 부딪혀야 해 우릴 볼 수 있도록’
사실 이 곡은 묻혔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타이틀곡은 아니니까 가져와봤다. 아마 엑소의 안무영상을 검색해본 사람이라면 이 곡을 쉽게 만나보았을 수 있을 것이다. 곡 길이가 채 3분이 되지 않는 짧고 굵은 곡이고, 비운의 ‘코코밥’이 수록되어 있는 앨범 속 첫 트랙이다. 이렇게 멋지게 앨범의 포문을 열어놓고 왜 코코밥의 분위기로 타이틀곡을 가져왔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물론 개인 취향이다) 심지어 이 곡은 원래 이 앨범이 아니라 지난 앨범의 수록곡이 아니었을까 의심이 드는 정도의 분위기다.
확실히 한 곡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아쉬운 구성과 길이다. 이제는 4분 단위의 곡 구성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좀 짧게 느껴진다. 특히나 1절-2절-브릿지-후렴 식의 구성이 아니라 1절-2절-브!-훌!() 이런 구성이라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곡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적당하다는 생각도 들지만(‘다시 깨어나야 해 새로워진 아침에’) 역시 완결성 측면에선 조금 아쉽다. 이 앨범의 수록곡 중에서 ‘전야’를 제일 아끼기 때문에 더 그런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안무를 보면, 아마 ‘중독’ 때부터, 엑소의 안무가들은 골반을 어떻게 쓸 지 고민하는 것 같다. 이 곡도 무척 노골적으로 골반의 웨이브를 강조하는 곡으로 극한의 섹시함을 강조한다(이는 최신 발표곡 ‘LOVE SHOT’과 이어지기도 한다). 음악방송에서도 컴백 주에 코코밥 이전에 '전야' 무대를 꾸민 적이 있다.
[5집] 24/7
‘I think about it 24/7’
문득 정리하다보니, 나의 취향이 소나무인지 혹은 엑소가 잘하는 곡 장르가 이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 전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곡은 최근 발매된 5집에 수록된 곡으로 또다시 R&B 장르의 곡이다. 5집에서 ‘24/7’을 꼽은 이유는, 엑소가 흔히 쓰지 않았던 가성이 무척 세련되게 강조된 곡이기 때문이다. 또한 ‘섹시’로 노선을 굳혔다는 것을 무척 잘 보여주는 곡이기도 하다. (다만 이 ‘섹시’ 이미지가 엑소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곡은 연인과 이별한 날, 그에게 저지른 잘못들을 생각하며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내용이다. 24시간, 7일 내내 후회한다는 말이다. 밤새 뒤척이며 그동안의 잘못을 생각하고, ‘미안해’ 보내도 전화가 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무척 구체적인 상황을 그려서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보이는 듯하다. 밝은 신스 사운드가 곡을 지루하지 않게 꾸미면서도 베이스 라인이 무게를 잡아서 이 농염한 새벽의 분위기를 잘 그려내고 있다. 가성의 사용과 밤 분위기가 어렴풋이 빅뱅 ‘CAFÉ’가 떠오르게 하기도. 새로운 시도였고, 성공적이었다.
+ 겨울 발라드 'Universe'
발매 당시 월간 가온차트 1위. 우주를 건너서라도 당신을 만나겠다는 엑소의 겨울 스페셜 앨범 타이틀곡. 겨울이니까 마지막으로 놓고 갑니다. 다음 청음 콘텐츠에서 다시 만나요! 全部因为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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