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셋으로도 충분한 에너지, 디스코로 시작한 VIVIZ의 선명한 날들
여자친구의 해체는 갑작스러웠다. 재계약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 여자친구의 추후 거취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여태까지 좋은 성적을 거둬왔고, 하이브와 함께 새로운 시너지를 낼 시점이라는 점에서 해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여자친구는 해체했고, 멤버들은 여자친구에 대한 여전한 애정과 함께 각자 흩어져 새로운 이름을 찾아 나섰다.
그 중에서 엄지, 은하, 신비는 함께 새로운 소속사를 찾았다. 그리고 그들은 ‘비비지'라는 이름을 선언했다. 선명하고 강렬한 이라는 뜻을 가진 VIVID와 날들(DAYZ)의 합성어이자, 은비(은하), 신비, 엄지의 이름 조합이기도 하다. (태티서는 이름 앞글자를 땄다면 여기는 이름의 뒷글자를 땄다).
선명한 날들. 촌스러울만큼 선명한 색상을 보여주기에 디스코만한 장르는 없다. 신곡의 장르가 디스코라고 발표되었을 때, 과연 그 전 활동곡인 MAGO와는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열어본 신곡 BOP BOP은 라틴 풍의 도입으로 약간은 끈적하게 시작해서, 후렴에서는 디스코의 신나는 리듬에 집중했다.
여자친구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벅차오름을 전제로 하는 음악이 많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템포로 몰아친다기 보다는 절정에 이르러서 감동에 벅찬 눈물 한 방울 또르륵 흘리게 만드는 것이 여자친구의 음악이다.
그러나 비비지는 좀 더 확실하고 직관적인 감각에 집중한다. 당장 부딪치는 까만 눈동자의 눈빛이 중요한 것처럼, 비비지는 터질 것 같은 에너지를 매끈하고 능숙하게 노래에 녹여낸다. 손가락 스냅핑 사운드와 재지한 피아노에서 유혹적으로 시작하는 노래는, 차차 고조되는 드럼과 ‘Check this Choreo’(이 춤을 봐!)라는 선언으로 순식간에 화려해진다. 후렴구에 켜켜이 쌓인 코러스와 신스는 80년대의 화려한 디스코를 재현한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멤버들은 화려한 글리터와 쨍한 색채의 세트, 의상으로 디스코 장르의 매력을 한껏 실현한다. 멤버들이 이렇게 마음놓고 다소 푼수같이 보일 수 있는 정도로 과한 표정 연기를 보여준 적이 있던가? 놀랍게도 이 곡에서 이러한 표정 연기는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곡에 생기를 더한다. 우리 이런 것도 할 수 있지롱?하고 뽐내는 느낌이다.
익숙한 장르에 새로운 긴장감을 싣는 것은 그간 갈고닦아온 비비지 멤버 각자의 보컬이다. 그 위를 ‘아-슬히 move it’한다는 가사의 표현이나, ‘터질 듯한 이! 순간’의 표현은 그간 그들이 서온 수많은 무대와 만들어온 앨범들을 그대로 증명한다. 특히 1절, 2절 벌스마다 매력적인 끝음 처리로 가사를 표현하는 엄지의 파트는 매번 귀를 사로잡는다.
이 부지런하고 성실한 삼인조 경력직 신인 그룹은 첫 앨범으로 인트로 포함 7곡의 미니 앨범을 발매했다. 삼각형은 완벽한 균형의 도형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멤버의 능력치가 균형을 이뤄야 아름다운 삼각형이 된다. 비비지는 현재 아름답고 선명하게 반짝이는 보랏빛의 삼각형이다.
비비지의 선명한 날들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