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MU ‘개화‘ (2026) 리뷰
https://youtu.be/SNn_H_Q2moo?si=rdoadr0i3a8WpYwf
상처받은 마음과 그 치유의 과정을 대중이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 시기를 지나고 나온 노래들은 상처 입은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노출의 노래거나 지나고 나니 이런 거였더라는 깨달음의 노래였다. 두 부류를 모두 좋아한다. 처절한 아픔을 그대로 보여줄 용기가 느껴지는 노래가 좋고, 이겨내서 앞으로 걸어가는 씩씩함이 느껴지는 노래가 좋다.
악뮤의 새 앨범 '개화'와 타이틀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은 이 두 부류에는 정확히 나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상처를 입은 사람의 옆에 서있는 동반자가 된다. 이들은 기쁜 마음 다음에 슬픈 마음이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다독인다. 햇빛 비추는 날도, 그늘진 날도, 시린 날도 다 지나가는 날들일뿐이라 위로한다. 그리고 언젠가 슬픈 날은 오지 않게 될 거라는 희망도 심어준다. 모든 일을 한 번쯤 겪어본 사람의 노랫말은 수현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찬혁의 것이었다가, 어느새 조화로운 둘의 목소리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악뮤는 늘 최고의 지원군이자 응원단이었다. 무엇도 앗아갈 수 없는 강력한 애정은 막연한 형태가 아니라 무척 뚜렷한 형태였다. ‘낙하’에서는 어떤 시련의 날이 와도 ‘너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 했고 ‘Love Lee’에서는 ‘아끼는 옷에 커피를 쏟아도, 내가 준 목걸이를 잃어버려도’ 다시 사줄 만큼 사랑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 그들은 나의 울고 웃는 모든 날들에 따뜻한 응원과 사랑을 부어준다.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흐르는 밝고 흥겨운 분위기는 컨트리 음악의 계보를 따른다. 인디 레코드처럼 추가적인 보정 없이 홈 레코딩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Tent’, 영어로 달러를 말하는 ‘bucks’와 벌레 ‘bugs’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벌레를 내고’가 대표적이다.
종교적인 색채도 자연스레 묻어나온다. 악뮤는 첫 곡 ‘소문의 낙원’으로 천국을 이야기하고, ‘난민들의 축제‘로 모든 세계의 이웃들을 사랑하며 포용한다. 선교사의 자녀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종교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들만의 방식이 아닐까? 마지막 곡 ‘얼룩’은 케이팝스타 시절의 악뮤를 가장 많이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능청스러운 영어 단어와 생활 밀착형 비유들은 얼룩진 지난 시절들을 추억하면서도 웃으며 보내주는, 콘서트의 앵콜 같은 역할을 한다.
앨범의 발매 과정은 수현의 치유 과정과 맞닿아있다. ‘햇빛 Bless You’는 동생이 햇빛을 보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담긴 오빠의 노래이고, ‘물집을 터뜨리고 붕대를 감았’ 다는 ‘소문의 낙원’의 가사는 수현과 찬혁이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의 이야기와 닮아있다.
수현이 대중에게 공개된 삶을 산다는 이유로 우리는 커튼 친 방 안 그녀의 모습도 조금 엿보았다. 어둠이 가진 강한 중력을 알고 있다. 때문에 어느새 커튼을 걷고 햇볕을 쬐며 노래하는 모습의 수현이 돌아왔음에 더욱 감사하다. 상처와 치유를 고스란히 겪은 이들의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