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파하지 않길 기도해

종현의 죽음을 기억하며

by 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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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갑작스러운 비보가 들렸다. 나는 갑작스럽게 너무 큰 슬픔과 상실을 마주하게 되면 웃음이 난다. 이게 무슨 일이지 생각하며 헛웃음이 난다. 그리고 하루쯤 지나서 제대로 폭풍이 온다. 종현의 경우도 그랬다. 처음에는 이 소식을 보고 눈물이 났다는 친구에게 그 정도냐며, 힘내라고 위로를 전했지만 오히려 나는 아직까지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어디서든 종현의 이야기를 읽거나 그를 기억한다는 사진을 보면 울컥하는 마음에 머리가 아파오고 눈물이 고인다.




종현이 MBC 심야 라디오인 푸른밤의 DJ로 선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의아했었다. 과하게 숨소리가 섞인 듯한 말투, 문장을 끝낼 때 오므리는 입술 등을 이유로 어색하다며 듣지 않았었다. 고백하자면, 1주년 기념 방송을 했을 때 솔직히 얼마나 더 할까 싶었다. 그렇게 그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밤 자정 청취자들의 곁을 지켰고 조금의 울음과 함께 의연하게 방송을 마쳤다. 샤이니의 눈물 담당, 큰 댐을 맡고 있는 종현답게 댐 수리공 민호를 만났을 때는 울음을 터뜨렸지만.


심야시간대 청취자들은 까다롭다. 빠른 말투도 느린 말투도 좋아하지 않고 연령대가 꽤 있는 편이라 유희열, 성시경, 정엽 세대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SM, 샤이니, 아이돌, 종현이 DJ를 한다는 소식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라디오만큼 사람의 진심을 전해줄 수 있는 매체는 없다. 꾸준함으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 보인 종현은 수많은 청취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았고 그렇게 더 많은 애정을 받았다.


하지만 남에게 받는 애정으로 스스로에 대한 애정을 채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스스로가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남이 자신에게 부여하는 의미는 그 힘을 잃는다. 나의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누군가가 나로 인해 삶의 의미를 찾는다 해도 결국은 유약해지고 마는 것일까. '영앤리치앤핸썸'이라고 놀림 받았던 그는 사실 많이 힘들었나 보다. 대중들에게 노출되고 끊임없이 평가당하는 삶 속에서 길을 잃고 아래로 아래로 침전했나보다.



그의 유서를 읽고 또 한참을 울었다. 우울 속에서 힘들어했을 그가 안타까워서,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또 일방적으로 위로만 받았다는 생각에 고마움과 죄스러움으로. 한숨을 들으며 내뱉었던 마음의 짐과 수고했다는 그의 노래로 받았던 위안을 돌려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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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좋은 사람이었다. 힘든 생을 끝내고 남겨질 사람들을 위로하며 '환상통'이라는 노래를 남겼고, 웃으며 보내달라며 부탁했다. 차마 웃으며 보내주지는 못했지만 원망하지 않는다. 왜 이렇게 일찍 떠났냐고, 다시 돌아오라 붙잡지도 않겠다. 하지만 추모는 나의 몫이고 기억도 나의 몫이다.


나는 그 노래들을 들으며 힘들다 징징대지 못했던 어른스러운 그를 기억할 것이고 청취자들의 사연을 진심으로 읽으며 소통한 DJ 종현을 기억할 것이며 무대 위에서 빛났던 아티스트 종현을 기억할 것이다. 웃으며 깔끔하게 보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아직은 보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으므로. 조금만 더 추억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이 감정도 추스러지겠지 막연히 생각한다. 편히 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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