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아이돌 - 2018년 10월
겨우 29일에 데뷔해주다니. 아이즈원을 데뷔하려고 한 달 동안 그렇게 기다려왔는데. [청음]의 첫 '이달의 아이돌'은 아이즈원(IZ*ONE)입니다. 아이즈원 탐구 글에서, 저는 이들의 리얼리티('프로듀스 48'과 '아이즈원 츄'), 발전 가능성에 대해 기고했습니다.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 기고에서 편집+덧붙인 내용입니다.)
▲ 아이즈원(IZ*ONE)
윗줄 왼쪽부터 - 안유진, 강혜원, 히토미, 최예나, 이채연, 김민주
아랫줄 왼쪽부터 - 김채원, 조유리, 장원영, 사쿠라, 나코, 권은비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벌써 국민이 뽑은 세 번째 아이돌이다. (사실 유니티, 프로미스나인 등을 합하면 더 많지만.) 아이즈원은 영어로 써야 더 의미가 잘 읽히는데, IZ는 12의 변형으로 12명의 소녀들이 하나(ONE)가 된다는 뜻이다. IZONE이라고 쓰면 [아이존]이라고 읽힐 가능성이 높아서 정식으로는 IZ*ONE으로 표기한다. 10월 29일 데뷔한 파릇파릇 신인아이돌이다. 새 앨범 제목은 COLOR*IZE인데, 그래서인지 각 멤버가 맡은 색이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은 편. (위 사진은 워너원의 첫 컨셉이랑 너무 겹치는 것 아닙니까?)
먼저 데뷔곡 뮤직비디오부터.
(후술하겠지만, 차트 성적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파트 분배/동선 분배가 프로듀스 시리즈 사상 최초로 큰 잡음이 없는 편이다. 어쩌면 이는 아이오아이/워너원에 비해 팬덤이 작은 영향일 수도 있지만, 멤버들의 능력에 맞게 파트 잘 분배되었다는 것이 대중적인 평이다. 1위인 장원영이 후렴구 첫 센터였다가 12위로 합류한 이채연이 후렴구 두 번째 센터인 것도 보기 좋다.)
아이즈원이 선발된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은 엠넷의 효자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프로듀스 101', '프로듀스 101 시즌 2', 그리고 '프로듀스 48'로 이어진다. 각각 I.O.I와 워너원이라는 거대 아이돌을 배출한, 성공작이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프로듀스 48'은 투표수도, 시청률도 높지 않았다.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부터 일본과의 협업으로 우익 논란에 휩싸였고, 교복을 입은 ‘나의 아이돌’을 선정하는 프로듀스 시리즈 자체에 대한 피로감이 쌓였던 시청자들은 그 전만큼 ‘프로듀스 48’에 열광하지 않았던 것이다.
솔직히, 프로듀스 48의 성적은 수치로 따졌을 때 전작들에 비해 꽤 부진한 편이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시즌 2에서 5%를 넘었으나 48의 경우 겨우 3퍼센트를 넘겼고(물론 이 또한 높은 수치다), 강다니엘이 백오십만표를 받았던 데에 비해 장원영은 삼십만 표 가량을 받았다. 그러나 화제성은 11주 연속 1위였으며, 지속적으로 시청률이 상승하면서 최종회에서는 예정대로 투표 수 상위 12명의 연습생으로 [아이즈원]이 구성되었다.
아이오아이에게 [스탠바이 I.O.I]가 있었고, 워너원에게 [WANNA ONE GO]가 있었다면 아이즈원에게는 [아이즈원 츄]가 있다. 프로듀스 시리즈가 끝나면 Mnet은 데뷔하는 아이돌의 인지도와 각자의 캐릭터, 팬층 형성을 위해 항상 리얼리티 시리즈를 방영했다. 비슷한 경우로 ‘아이돌학교’의 데뷔조, 프로미스나인도 [프로미스의 방]이라는 5부작 리얼리티를 촬영한 바 있다.
[아이즈원 츄]의 경우 총 4부작으로 10월 25일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밤 11시 엠넷에서 방송된다. [워너원 고]를 맡았던 PD와 작가진이 이번에도 동일하게 합류했다. 팬층을 더욱 공고히하고, 12명 멤버의 장점을 살리는 각종 멤버 케미스트리를 살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멤버 케미스트리의 예를 들면, 99년도에 태어난 멤버들은 구구즈, 절친한 사쿠라와 채연은 꾸챈)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의 공통적인 치명적 단점은 그들의 계약기간이다. 프로그램 특성상 데뷔조의 멤버들은 각자 다른 소속사의 연습생 출신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서 회사에서 재데뷔를 해야 한다. 아이오아이의 김세정이 젤리피쉬의 구구단으로, 최유정이 판타지오의 위키미키로 데뷔한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타임라인이 있고, 끝이 있다.
아이오아이의 활동 기간은 무척 짧은 8개월이었고, 와중에 정채연이 다이아로 겹치기 활동을 진행하는 등 허점이 꽤 존재했다. 하지만 워너원부터 제도를 보완해서 워너원의 활동 기간은 2년이며, 아이즈원의 활동 기간은 30개월이다. 이미 일본인 연습생들의 소속사와도 30개월간은 아이즈원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이기 때문에 겹치기 일정 같은 문제는 최소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걸그룹에 국경은 없다. 이미 미나, 사나, 모모, 쯔위는 ‘미사모쯔’라는 별명으로 트와이스 내에서도 공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으며, 블랙핑크에서도 리사는 태국 출신이다. (제니와 로제도 유학 경험이 있다.) 그러니 아이즈원에서 일본인 멤버 세 명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특이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비율 상으로는 트와이스보다 적다.
하지만 더 본격적인 한국-일본의 활동이 예상되는 이유는 제작 당시부터 일본인 연습생과 한국인 연습생이 1:1의 비율로 서바이벌에 참여했고, 그 중에서도 미야와키 사쿠라와 야부키 나코의 경우 HKT48에서 꽤 높은 인기의 멤버였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도 아이즈원의 데뷔에 관심이 있는 팬덤이 존재하므로 타 그룹에 비해 일본 진출 활동도 더욱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늘 발매된 데뷔곡이 무척 훌륭하다. 목소리가 진한 멤버가 없어서 좀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항상 문제가 되었던) 파트 분배와 동선도 양호하다는 평이 많고, 타이틀곡 ‘라비앙로즈(La Vie en Rose)’도 10월 30일 자정 기준 멜론 차트 8위에 올라있다. 물론 내일 낮이 되면 다소 내려가겠지만, 데뷔 앨범 타이틀곡이 차트 20위 안에 들었다는 것은 희망찬 출발이다. 시작이 좋다. 아이즈원의 30개월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