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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나 Nov 02. 2018

GMF 2018 토요일, 철-저히 주관적인 후기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18 토요일 리뷰


인디 음악, 락 음악, 그리고 페스티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올해로 11년차를 맞이한, 인디 락 페스티벌계의 베테랑이자 고정 팬층이 있는 페스티벌로, 가을을 대표하는 뮤직 페스티벌이기도 하다. 인디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시작했던 이 페스티벌은 이제 힙합, 나아가 K팝의 대표격인 뮤지션들도 종종 라인업에 등장시킨다. 장르는 다양해지고 연륜도 쌓여가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아티스트, 관객, 그리고 페스티벌 제작진 모두. 그리고 2013년, 2016년에 이어 올 해도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GMF를 만나러 다녀왔다.


이 글은 철-저히 주관적이다. 그래서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원래 객관적인 글보다 주관적인 글이 자극적인 법. 2018 GMF 첫째날 내 몸과 마음을 빠운스-빠운스하게 만든 무대들을 골라 소개한다. 당일 유튜브 공연 영상을 연결하니 여러분의 마음도 빠운스빠운스 하기를.



[새소년, 소윤따라 내 몸도 꿀렁여]

셋리스트
01. 여름깃
02. 구르미
03. 덩(미발매곡)
04. 엉
05. 난춘
06. 긴 꿈
07. 새소년
08. 파도

최고의 곡 파도
관전포인트 파도 전주에 맞춰 꿀렁이는 황소윤과 사람들과 나의 물결을 보는 것
꿀팁 다 몰라도 '긴 꿈' 가사는 외워가자. 더 크게 불러달라고 하는데 나혼자 우물쭈물하는 것처럼 민망한 일이 없으므로. 후렴 가사가 좀 헷갈릴 수 있는데, 'I want a shoot a movie with you'로 시작한다. 지면상, 나머지는 음악 앱 검색해보기!


작년 여름 '여름깃'이라는 계절감 충만한 제목의 EP를 들고 나타난 신인밴드는 데뷔 1년도 되지 않아 유럽 투어 콘서트를 마치고, 류이치 사카모토와 친구가 되었으며(어떻게 된 일인지는 잘 모르지만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장면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세상 귀엽다), 코딱지들(팬들의 애칭)과 함께 대한민국 인디계를 정복해버렸다.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은 단순한 증거일 뿐, 이들의 파급력과 행보를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리고 나는, 인디 음악에 대해서 3년째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번에 새소년을 처음 봤다. 작년 하반기에 해외에서 체류했다는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솔직히, 올해 종종 '내가 아직 새소년 공연을 못봤다고?'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울분을 드디어, 2018년 10월에 GMF에서 해소했다!


 직접 본 황소윤(보컬, 기타)의 카리스마는 예상했던대로 대단했다. 탈색한 금발머리는 찰랑인다기보다 휘날린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게 어울렸고, 곡의 분위기가 고조되며 그녀가 머리를 들썩일 때마다 나는 왜 롸커들이 긴머리를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다. 아 정말 그 휘날리는 머리카락이란. 아무래도 밴드의 특성상 퍼스트맨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데(게다가 그것이 황소윤일 경우?) 베이시스트 문팬시와 드러머 강토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베이스, 기타, 드럼 만으로 내가 듣던 그 음원을 재현해낼 수 있다니. 멤버들의 내공이 느껴졌다. 그리고 강토! 밴드 동아리에 전설로 남은 드러머 선배가 와서 '클래스는 이런 거야 얘들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정말 멋졌다.(어쩌면 그 전설의_선배_분위기는 후드티에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 줄 평 : 역시, 괜히 새소년이 인디씬을 휩쓴 게 아니다.



[오존은 기타 한 대로 바다의 공간감을 만든다]

(GMF 라이브 영상이 없어서 박원의 뮤직원더랜드 라이브 영상으로 대체합니다.)
셋리스트
01. Somehow
02. Oooh
03. 언제부터
04. Kalt
05. Thoms Piano
06. R
07. Rolling
08. eeyouin
09. Untitled01
10. Down
11. White

최고의 곡 : Down

관전포인트 : 의외로 멘트에 능숙한 뮤지션

꿀팁 : 다소 우울하고 나른한 분위기에 당황하지말고 몸을 내맡기자


오존의 이름은 여러번 들은 적 있었지만 제대로 알게된 건 스케치북 '너의 이름은' 특집에서였다. 아도이(ADOY)의 오주환과 함께 파마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이야기를 잊지 못한다. 또한 그의 음악은, 전에 리뷰했던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리뷰에서는 '햇살'을 노래한 세이스미의 공연을 다뤘지만 오존이 다룬 '비' 파트도 좋아했다.


오존의 무대는 구 체조경기장, 현재 KSPO 돔이었다. 메인 스테이지인 잔디마당에 못지 않게 커다란 곳이었다. 공연장의 특성과 오존 특유의 에코가 겹쳐져 더욱 특이한 공연이었다. 어항 안에서 음악을 듣는 느낌. 사방이 반사되어 커다란 진동이 일어나는 곳 같았다. 아직 페스티벌의 열기가 무르익지 않은 초반이었지만, 아직 페스티벌로 후끈 달아오른 몸과 정신이 아니어서 더욱 오존 특유의 우울함과 나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세션으로는 아도이의 정다영이 베이스로 참여했고, 곧 데뷔 예정의 싱어송라이터가 키보드와 백보컬로 참여했다. 세션맨의 이름을 제대로 듣지 못해서 정말 아쉬운데, 목소리가 무척 좋았다. 왠지 키보디스트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 (물론 오존이 메인이었지만!) 그래서 혹시 이 공연에서 키보드를 맡으셨던 분의 이름을 아신다면 제보 바란다. (청음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계정이나 아트인사이트 댓글 등등의 방법으로..) 제일 좋았던 곡은 Down. 최고의 히트곡이라고 소개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군, 하며 춤을 추었다. 아 정말 좋았다. 짧게 끊기는 키보드의 리프도 좋고, 여기에 쌓이는 오존의 목소리. 최고!


한 줄 평 : 오존은 소리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아도이, 밴드가 신나면 관객도 신난다]

셋리스트
01. Intro
02. I Just Can`t Forget Her
03. Say That(미발매곡)
04. San Francisco
05. Wonder
06. Grace
07. Young
08. Don’t Stop

최고의 곡 Wonder

관전포인트 분위기가 고조되고, 밴드 모두가 신나서 연주하는 광경

꿀팁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연 영상을 올리고 아도이 계정을 태그하면 스토리를 공유해간다(성덕 느낌 비슷한 걸 느낄 수 있음)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밴드 음악에서, 작년을 새소년이 이끌었다면 아도이는 튼튼히 마무리했다. 부지런한 작업으로 2번째 EP까지 발매한 아도이는 '인디'라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음악을 한다. 애써 인디라는 이름으로 대중들과 거리를 두지 않지만, 독립적으로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간다. 독특한 스타일링과 세련된 음악으로 단번에 첫 EP [CATNIP]이 평론가들과 대중들에게 주목받았고, 이후 [LOVE] 또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앞서 새소년의 무대를 보지 못해서 '내가 아직도..'란 생각을 했다고 썼는데, 아도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직도 아도이를...' 그러니 내게 2018 GMF는 새소년과 아도이의 한을 풀어준 고마운 공연이었다.


 제일 좋았던 곡으로 앞서 'Wonder'를 뽑았다. 'Wonder'가 이끌은 몽환의 세계가, 새소년이 주었던 꿀렁임과는 다른 흐느적거림을 내 몸에게 선사했기 때문이다. 음원으로 들을 때도 그랬는데, 공연으로 들으니 더욱 감각적인 곡이었다. 관객들이 다같이 한마음으로 흐느적거리는 광경도 꽤 장관이었다. 정말 좋은 음악을 들으면 몸짓으로 어떻게든 나오는 모양이다.


 Wonder'가 몽환으로 이끌었다면 'Don't Stop'은 열정의 끝으로 이끌었다. 여기서 잠깐 고백하자면 나는 'Don't Stop'을 몰랐다. 이 곡의 제목은 들어봤지만 아도이의 몽환에 취하느라 아도이의 열정에는 적응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Don't Stop' 도입부, 오주환이 유도하는 떼창부터 완전히 'Don't Stop'에 빠져버렸다. 결국 다같이 방방 뛰는 것으로 마무리. 그래서 여러분도 같이 뛰었으면하는 마음으로 영상은 'Don't Stop'을 붙인다. 워오오오- 워오오오-


한 줄 평 : Don't Stop Me! This is the moment!




[완벽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페퍼톤스]

셋리스트
01. 긴 여행의 끝
02. 도망자
03. Fast
04. 노를 저어라
05. 카우보이의 바다
06. New Hippie Generation
07. 행운을 빌어요
08. 캠프파이어
09. 계절의 끝에서

최고의 곡 New Hippie Generation

관전포인트 GMF 11년 개근에 빛나는 페퍼톤스의 자부심과 전광판으로 흘러나오는 GMF + 페퍼톤스의 역사(흑역사는 아님 제 기준 귀여움)

꿀팁 페퍼톤스 무대에 자꾸 큰 짐볼을 관객 머리 위로 던지는데 머리에 맞지 않도록 조심하자(맞은 자의 뒷북)


GMF의 터줏대감, GMF의 주인마님, 별명이 무엇이든 GMF의 상징같은 밴드 페퍼톤스의 무대를 이번 가을에도 만날 수 있었다. 장장 11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한 번도 변심없이 매 가을 GMF 무대에 오른 페퍼톤스는, 하늘은 청명하고 서서히 해가 지는 최고의 환경에서 노래를 들려주었다. 이번 공연의 경우 올해 발매한 6집 [long way]의 수록곡을 다수 들려주었다. 페퍼톤스는 첫 무대 때에는 채울 곡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추리기가 너무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페퍼톤스 두 명을 비롯해 기타 둘, 피아노, 퍼커션까지 총 6명의 연주자가 공연을 펼쳤다. 유독 좋았던 날씨 덕에 신재평은 몇 번이나 입으로 '좋다', '좋다'를 반복했고 보던 팬들은 덩달아 기분도 좋아졌다는 후문. 팬들 사이에서는 이 '좋다~ 좋다~'하는 부분이 영상으로 떠돌기도 했다. 잘 포함되지 않는 곡인데 깜짝 놀랐던곡은 '계절의 끝에서'였다. 페퍼톤스 팬이 아니라면 잘 알지 못할 이 노래는 EP 앨범 [OPEN RUN]에 포함된 곡으로 요즘 같은 때에 딱 듣기 좋다. 우리는 지금 가을의 끝에 서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GMF는 자꾸 페퍼톤스 무대에 커다란 짐볼을 굴린다. 2016년 GMF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그랬다. 물론 페퍼톤스는 그 광경을 보며 꽤나 즐거워하는 것 같고, 무대를 볼 때에도 조금 스릴이 느껴지긴 하지만, 이 때문에 내가 우리 소중한 밴드의 하이라이트를 놓친다면... 이번 공은 투명한 비닐 안에 색색의 꽃가루가 들어있어서 정말 예뻤다. 하지만 뒤통수에 맞지 않도록 조심하자. 그래도 페퍼톤스의 무대를 보기 위해서라면 뒤통수 10번 맞을 수 있다. (((팬심)))


한 줄 평 : 역시 페퍼톤스로군

(이것이 바로 페퍼톤스와 GMF의 역사다)


[보아는 괜히 아시아의 별이 아니구나]

셋리스트
01. Intro + 공중정원
02. No Matter What
03. 한별(Implode)
04. Love And Hate
05. Only One
06. Valenti
07. 내가 돌아
08. Man In The Mirror(Michael Jackson cover)
09. 아틀란티스 소녀
10. My Name
11. No.1

최고의 곡 My Name (No.1과 고민하느라 5번째 수정)

관전포인트 살짝살짝 움직이는데도 빛나는 춤선에서 나오는 짬과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에서 나오는 바이브

꿀팁 보아가 노래할 때 가사를 전부 따라부르는 스스로에 당황하지 말자


 보아가 온다고 했을 때 정말 의아했다. 작년의 수지에 이어서 올해에는 보아라니. 인디 음악 중심의 페스티벌이 어째서 이렇게 자본으로 물드는가 슬퍼했다. 그렇게, 새소년과 보아의 무대가 겹쳤을 때 나는 추호의 고민도 없이 새소년을 택했다. 물론 새소년의 무대는 정말 좋았지만, 빠르게 달려와서 보아의 무대를 보았을 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보아는 괜히 아시아의 별이 된 것이 아니구나.


 보아의 무대를 라이브세션과 함께 만난 건 처음이었다. 보아 영상은 종종 찾아보았지만, 보아는 의외로 국내에서 콘서트가 자주 열리지 않아서 라이브무대를 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국내에서 밴드와 함께한 무대를 처음 본 것이다. 하지만 무척 잘 어울렸다. 항상 화려한 의상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서 간과하고 있었던 보아의 보컬적 역량이 충분히 드러났다. 예를 들어 '내가 돌아'의 경우 원곡은 알앤비 어반 댄스 힙합 곡인데, 라틴 풍 기타 리프가 두드러지는 곡으로 편곡해서 들려주었다. 원곡에서 느껴지는 힙합 그루브가 쿨했다면 편곡된 버전은 고혹적이고 관능적이었다.


노래를 부를 때는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사이사이 멘트를 할 때 보아의 목상태가 좋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기사로 그 당시 몸이 안좋아서 링거를 맞으며 준비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보아는 프로였고 완벽하게 무대를 이끌었다. 특히 후반부 아틀란티스 소녀의 전주 - 째깍째깍 초침소리가 나올 때, 그리고 마이 네임과 No.1에서 보여주는 춤과 라이브의 완벽한 균형. 아아 기어이 보아는 GMF 무대를 찢어버리고야 말았다. 


이 날 하루종일 음악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결국 집에 오는 길에서 부르고 있었던 노래는 아틀란티스 소녀더라는 후문. (그리고 보아의 완벽한 시간경영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란 이런 것이다 보여주는 것 같았다. 2018 GMF는 유독 시간 운영에 엄격해서 페퍼톤스도, 양다일도 마지막곡을 하지 못하고 마무리해야했는데 보아는 11곡을 하면서도 완벽하게 시간을 맞췄다. 멘트와 댄스와 춤의 완벽한 계획과 실행.)


한 줄 평 : 보아, 유 스틸 마 넘버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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