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한참이나 새로 바뀐 전자식 도어에 적응하지 못하셨다.
도톰하게 문가에 발라놓은 문풍지 덕분에 현관문을 잠그려면
문을 꾹 눌러줘야 했는데 문을 눌러야 하는 타이밍을 아빠는 제대로 잡지 못하셨고,
아빠가 집을 나서는 아침마다 시끄러운 전자식 도어의 경보음을 들어야 했다.
도어를 바꾼 지 얼마 안 되었을 땐 아침마다 온 층을 시끄럽게 울려대는 경보음 때문에 이웃에 민망해
아빠에게 주의를 몇 번 드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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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빠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셨지만, 경보음은 들리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 나는 경보음을 듣고 잠에서 깬 적이 없었다.
도어를 바꾼 지 5개월, 아빠는 더 이상 경보음을 만들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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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의 시간이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걸까?
좀 더 어릴 땐 시간이 해결해준 다는 말이 무책임해 보였는데,
책임을 묻는 말이 아니란 것을 어느 순간 어렴풋이 나도 알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