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내가 그런 사람처럼 보여요?

주의 깊게 바라봐줘서 고맙습니다.

by 김평범

또 한 번 일상이 지루해져 갈 때쯤 나는 모임을 찾아 나선다. 지루함에서 죽는 날까지 탈피할 수 없다는 걸 개인적으로 깨닫고 난 뒤부터 낯선 사람들의 사는 얘기가 궁금해지곤 했다. 논리적으로 매끄러운 사고는 아니지만 공감하는 분들도 몇 분 계시지 않을까.


서로의 첫인상을 적어주는 모임이라고 했다. 외로운 연말효과 때문인지.. 적어준 서로의 첫인상만으로 느낌이 통하는 운명의 상대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도 나도 알고 있다,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는 걸.


모임이 끝나고 난 뒤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빼곡한 글이 적힌 롤링페이퍼. 농담 섞인 이유로 참여한 글쓰기 모임의 '킥'은 나의 첫인상을 정성스레 써 내려가준 친구들의 애정 어린 시선이다. 대학교 MT의 해산하는 날의 마지막 순서였던, 술이 덜 깨 누군지도 모른 채 인사말을 적던, 어딘가 모르게 뭉클함이 있던 의미의 롤링페이퍼.


등살에 떠밀려 되어버린 사회인에게 롤링페이퍼란 곤욕이다.

그것도 오늘 처음 본 사람의 롤링페이퍼. 타인에게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의 대한 에너지 소모가 막심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이상 우리에게 롤링페이퍼는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구나. 그래도, 정말, 진심으로 좋은 말들을 적었다. 상투적이라고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적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 만큼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서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작은 애정이 생겼나? 참 하나 같이 사랑스러운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일까! 빛나는 글솜씨가 없는 나인데 어떻게든 잘 써주고 싶어서 고민했다. 언제부턴지도 모르게 애정을 갖고 바라보다 발견한 이 사람들의 반짝이는 장점들. 당신들,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던 터라 진심을 담아가며 고민했다.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새벽까지 얘기를 나누다 돌아와 피곤한 탓에 하루종일 몽롱했던 오늘. 방금에서야 잊고 있던 롤링페이퍼를 꺼냈다. 내가 고민한 것보다 훨씬 더, 이 사람들을 나를 자세히 들여다본 것 같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구에게 이렇게까지 관심과 배려를 받을 수 있을까? 유료모임이라고 해서 당연한 결과물은 아닌 것 같다. 사람 좋게 보려고 노력해 줘서 매우 고맙다 친구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모두 따듯한 연말을 보내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책책책 책을 읽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