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받으면 취업이 안 될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질문
"집행유예 받으면 취업이 안 되나요?"
지인의 간절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아있다. 그는 한 순간의 실수로 집행유예를 받게 되었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취업 준비를 하면서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그날 이후 필자는 집행유예와 취업 제한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기 시작했다. 법령을 뒤지고, 판례를 찾아보고, 실제 경험담들을 모으면서 깨달은 것은 이 문제가 단순히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집행유예 취업 제한이란 특정 범죄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람이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직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을 뒤져보니, 제14조 제1항 제2호에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이 취업 제한 기간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언뜻 보면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조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법원마다 완전히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었다.
핵심 쟁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집행유예 기간 자체가 취업 제한 기간에 포함되는가? 아니면 집행유예가 끝난 후부터 2년이 제한 기간인가?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이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서울고등법원은 2022년 5월 19일 선고한 판결(2021누35485)에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집행유예 기간 중에는 취업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법원은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이라는 문구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원고는 취업제한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몇 달 후, 대법원은 2022년 10월 27일 선고한 판결(2022두44354)에서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집행유예기간도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논리는 이랬다.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실형 집행기간 또는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아무런 제한 없이 취업이 가능하다가 그 기간이 경과한 후에야 취업이 제한된다는 결론은 취업제한 제도의 입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것이었다.
법원마저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어떻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집행유예 취업 제한은 모든 직업에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각 직종마다 다른 기준과 다른 제한 기간이 있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은 가장 까다로웠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4호에 따르면 집행유예가 끝난 뒤 2년이 지나야 임용이 가능하다. 집행유예 기간 중에는 더욱 어렵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한 지인은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절망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그에게는 너무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민간 기업으로 방향을 틀어 경험을 쌓기로 했다.
군 관련 직종도 만만치 않았다. 집행유예 기간에는 현역 입대가 제한되고, ROTC 등 후보생 자격도 상실된다. 이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인생 계획을 다시 세우게 만드는 큰 변화였다.
금융기관은 또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특경법 위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집행유예 종료 후 2년 동안 금융기관 취업이 제한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희망이 있었다.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예외적으로 취업이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은 가장 엄격했다. 성범죄 등 특정 범죄의 경우, 집행유예 종료 후 5년까지 취업이 제한될 수 있다. 이는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였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그런 건 아니었다. 필자가 실제로 확인해본 바로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신원조회를 꼼꼼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는 신원조회를 덜 엄격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느 중소기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를 본다. 과거의 실수보다는 지금 얼마나 열심히 하려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집행유예 기간 중 취업을 고민한다면,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처럼 느껴진다. 또한, 프리랜서나 1인 사업자로 활동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없는 걸까? 그건 아니었다.
취업 승인 신청이라는 길이 있다. 특경법 제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승인을 받으면 취업이 가능하다.
구체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신청서 작성: 취업을 희망하는 회사 정보와 본인 신상, 범죄 경력 등을 상세히 기재한다. 특히 취업이 필요한 사유와 재범 방지 계획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서류 제출: 법무부나 관련 부처에 신청서를 제출한다.
심사 과정: 법무부에서 범죄의 종류, 취업 직종의 특성, 사회적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결과 통보: 심사 결과에 따라 승인 또는 불승인 통보를 받는다.
필요한 서류들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취업 승인 신청서
신원 조회 동의서
범죄 경력 증명서
취업 예정 회사의 사업자등록증
회사 추천서(선택사항)
필자 생각에는, 신청서를 쓸 때 진정성 있는 반성과 향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단순히 "죄송합니다"라고 쓰는 것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반성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계획인지를 적는 것이 좋다.
또한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천서를 써주면 승인 확률이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이는 해당 인물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승인을 받은 한 사례를 보면, 신청자는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구체적인 개선 계획을 제시했다. 또한 채용 예정 회사에서도 "이 사람의 능력과 인품을 믿고 채용하고 싶다"는 강력한 추천서를 작성해 주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복잡한 심정이 된다. 집행유예 기간 중 취업 제한 적용 여부는 현재 법원마다 다른 해석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제한된다고 보는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제한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공무원이나 특정 직종은 별도의 신원조회에서 집행유예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런 건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신원조회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취업 제한을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즉시 해고될 수 있다. 특히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은 위반 시 바로 해고 조치가 내려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한 지인은 이를 몰랐다가 큰 곤경에 처했다. 다행히 법무부 승인을 받아 문제를 해결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법무부장관에게 취업 승인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으면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하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집행유예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물론 쉽지 않다. 법원마다 다른 해석, 직종별로 다른 기준, 복잡한 신청 절차까지. 하지만 포기할 이유는 없다.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의 상반된 판결로 인해 실무상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그래도 길은 있다. 해당 기관의 내부 기준을 미리 확인하고, 필요시 취업 승인 신청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중요한 건 정확한 정보를 아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무엇보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법령과 판례가 자주 변화하니, 최신 정보를 꾸준히 확인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5년 현재도 여전히 법원마다 다른 해석을 보이고 있어,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해야 한다.
다시 그날의 지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는 결국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집행유예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그가 보여주었다. 법령과 판례가 복잡하고, 때로는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집행유예 취업 제한, 2025년 현재 법원마다 다른 해석을 보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집행유예 기간 중 취업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반면, 대법원은 제한된다고 판시했다.
공무원, 금융기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은 별도의 취업 제한이 적용된다. 해당 직종은 취업 제한 기간이 더 길거나, 신원조회에서 집행유예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
취업 제한 상황에서는 법무부장관의 취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청서와 관련 서류를 꼼꼼하게 준비하고, 심사 결과에 따라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확한 정보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집행유예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걸 잊지 말자.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