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기회를 날려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집행 유예라는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이들을 보며

얼마 전, 지인 하나가 전화를 걸어왔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형, 나 큰일 났어. 집행 유예 받고 있는데 또 사고 쳤어."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는지를. 집행 유예 기간 중 범죄라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법원이 마지막으로 내민 손을 스스로 뿌리치는 일이다.


필자는 그동안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여럿 봐왔다. 어떤 이는 "어차피 집행 유예니까 괜찮겠지"라며 안일하게 생각했고, 어떤 이는 정말 불가피한 상황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같았다. 두 배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법원이 내민 마지막 기회


집행 유예라는 제도를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법원이 "당신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내민 손인데, 정작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형법 제63조는 냉정하다. 집행유예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기존 집행 유예는 그 순간 효력을 잃는다. 마치 카드 한 장으로 쌓아올린 탑이 무너지듯,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필자가 만난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정말 열심히 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점점 무뎌지더라고요. 집행 유예라는 게 있다는 것조차 잊고 살았어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다. 집행 유예 기간은 단순히 형을 미뤄주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인데 말이다.



두 번째 실수가 부르는 나비효과


집행 유예 기간 중 범죄가 가져오는 결과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집행 유예가 실효되는 경우:

고의로 범한 죄 +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경우

결과: 기존 집행 유예 취소 → 기존 형과 새로운 형을 모두 복역


집행 유예가 유지되는 경우:

과실로 범한 죄인 경우

벌금형만 받은 경우

결과: 집행 유예 그대로 유지 → 새로운 처벌만 받음


필자가 아는 한 지인은 절도로 집행 유예 2년을 받았다가, 1년 6개월 만에 다시 절도를 저질렀다. 결국 기존 징역 1년과 새로운 징역 8개월을 모두 복역하게 됐다. 그가 교도소에서 보낸 편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정말 바보 같았습니다. 6개월만 더 참았으면 자유로워질 수 있었는데..."



마지막 희망, 벌금형이라는 구명줄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다. 벌금형을 받으면 기존 집행 유예는 유지된다. 이것이 집행 유예 기간 중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다.


실제로 법정에서는 이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다고 한다. 그 사이에서 당사자는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기를 기다린다.


필자가 목격한 한 사례에서는 지인이 집행 유예 기간 중 교통사고로 벌금형을 받았다. 다행히 집행 유예는 유지됐다. 그는 법정을 나서며 눈물을 흘렸다.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시간과의 싸움, 재집행 유예라는 변수


간혹 재집행 유예라는 예외적 상황도 존재한다. 집행 유예 기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범죄를 저지르고, 재판이 길어져 집행 유예 기간이 경과한 후에야 판결이 나는 경우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재집행 유예가 가능하다고 본다.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 가능성일 뿐이다. 실제로는 법원이 두 번째 기회를 주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런 편법에 의존하기보다는, 애초에 집행 유예 기간 중에는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기


그렇다면 이미 집행 유예 기간 중 범죄를 저질러 수사를 받고 있다면 어떻게 할까?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범죄 사실 인정 여부부터 신중하게 검토해볼 수 있고, 기소유예 가능성을 살펴볼 수도 있다. 또한 반성문과 합의서 등 양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판단과 대응은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필자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므로, 구체적인 조언을 드릴 수 없다.


특히 동종 범죄의 경우 법원의 시선이 더욱 차갑다고 한다. 교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일수록 더욱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진짜 중요한 것들


사실 법률적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마음가짐이다.


집행 유예를 받았다는 것은 사회가, 그리고 법원이 당신에게 믿음을 보냈다는 뜻이다.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집행 유예를 제대로 보내는 방법이다.


물론 때로는 정말 불가피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어차피 집행 유예니까'라는 안일한 생각만은 버려야 한다.


필자의 다른 지인은 집행 유예 기간을 이렇게 보냈다고 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오늘도 무사히 보내자고 다짐했어요. 그리고 잠들기 전에는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고 스스로를 격려했어요."


끝나지 않은 이야기


집행 유예 기간 중 범죄는 법률적으로는 매우 명확한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절망과 희망, 후회와 다짐이 담겨 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집행 유예 기간 중이라면, 이 글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만약 이미 실수를 저질렀다면,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길 바란다.


법은 차갑지만, 사람의 마음은 따뜻하다. 진심어린 반성과 노력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전해진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집행 유예라는 두 번째 기회를 받은 모든 이들이,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개인 블로그 글입니다. 구체적인 법률 문제나 개별 상황에 대해서는 반드시 자격을 갖춘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며, 본 글의 내용을 근거로 한 어떠한 법적 판단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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