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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호정
Aug 28. 2023
지금 생각해도 예술 그 자체인 노래가사
늙는건 내가 맡을 테니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막 유행따라 사는 편이 아니다. 음악도 영화도 가요톱텐이나 박스오피스 1위와 상관없이 취향껏 즐기곤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시절 서태지의 국민장악력은 역대급이었다.
취향을 지배당했다고나 할까.
서태지 은퇴
후에 지하철운행을 연장시킨 에쵸티도 있었고 중동까지 가서 콘서트를 한 방탄도 있지만 그들의
중흥기에
나는 그렇게 감정이입을 하지 않았
기 때문에 그렇구나~ 했을 뿐 피부로 그들의 능력을 체감하지 못했다(나는 그냥 은은하게 김동률
좋아했다
).
그러나 서태지만큼은 콘서트실황 비디오를 빌려보고 당시의 하이틴잡지마다 다 사서 서태지 부분 오려서 보관하고 그랬었다(우지원도 같이). 서태지는 "서태지와아이들"로 92년(나 초5)에 데뷔해서 96년(중3)에 은퇴했다.
콘서트를 가본 적은 없고 매번 앨범 나올 때마다 엄마가 CD를 사주셨다. 엄마도 막 좋아했던 건 아닌데 인기가 심하니까 으레 새 앨범 나왔다고 하면 사주셨던 것 같다.
더불어 신승훈앨범도 사주셨다^^
그때는 뜻도 모르고 그냥 따라부르고
목놓아부르고 춤추며 부르고 그랬다.
그러다가 대학 졸업할 때 쯤?
나는 뭘 해야할지
뭘 좋아하는지
뭐가 될 수 있을 지 영 알 수가 없어
방구석 잉여로 하루하루 연명하던 날.
그의 노래가 생각났다.
환상속의 그대
결코 시간이 멈추어 줄 순 없다
YO 무엇을 망설이나 되는 것은 단지 하나 뿐인데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
환상 속엔 그대가 있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그것 뿐인가 그대가 바라는 그것은
아무도 그대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나 둘 셋 LET'S GO 그대는 새로워야 한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고 새롭게 도전하자
그대의 환상
그대는 마음만 대단하다
그 마음은 위험하다
자신은 오직 꼭 잘 될 거라고 큰소리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대가 살고 있는 모습은 무엇일까
세상은 YO 빨리 돌아가고 있다
시간은 그대를 위해 멈추어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고
그대는 방 한 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 한다
https://youtu.be/jLG-RM8AdFo
서태지와아이들의 데뷔앨범("난 알아요"가 타이틀이던)에 있던 곡이다.
내 기억에 서태지가 20대초반일 때 데뷔했으니 어렸던 날에 썼던 가사일 것이다.
20살이 이런 가사가 가능하다고?
나는 방한구석에 찌그려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 할 때 그는 이런 가사를 썼다고?
이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라고
자기연민+정신승리하고 있을 때
이런 가사에 곡까지 붙여 춤까지 만들고
돈도 벌고 있었어.
그의 메가히트곡 중 하나일 것이다.
이 가사의 의미를 알았다면 나는 그렇게 신나게 따라 부르지 못했을 것이다.
인생을 날로 먹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이 가사가 닿을까.
닿았다 해도 과연 들릴까.
30대가 되어서도 40대가 된 지금도 의미없이 휴대폰만 보거나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누워있는 날엔 이 노래가 떠오르곤 한다.
너는 환상, 너는 마음만 대단하고, 그 마음은 위험하고, 잘될거라고 큰소리치지만
너 뭐 되?
뭐가 되길래 처 자고있어?
사람들은 니 머리위로 뛰어다니고,
아주양 방한구석에 누워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하고있구나
폰이나 뒤적이며 조금이나마 날씬하게 나온 사진 찾고 있겠지.
순간순간 정신이 번쩍들어.
마흔넘어 20살먹은 젊은이한테 팩폭맞고 있는 것 같아서.
이 노래를 그저그런 땐쓰곡으로 취급하며
땐쓰속에 가사를 묻어버릴 곡이 아닌데
시대와 사상을 초월하는 명곡인데.
이런 시대초월적 가사는 어떻게 쓰는거야?
20대에 어떻게 쓰는거야?
천재면 쓰는거야?
천재가 평민인생을 어떻게 알고 이렇게 써?
째려보는 이 눈빛역시 살아있다.
어쨌든 비범했다 우리의 서태지는.
초등학교 5학년일때부터 알아온 서태지의 행보는 한번도 평범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계속 그렇게 살아줘요.
박효신이나 김동률에겐 같이 늙어가며
당신의 디너쇼에 나도 갈래요 하고 싶지만
서태지는 30년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피부탱탱함으로
원래 하던 콘서트를 해줬으면
좋겠다
.
"
늙는 건 내가
맡을테니
당신은 영원히 살아주세요."
그리고 되짚어보는 그의 명곡
얘들아 학교밖으로 행군해라.
교실이데아
됐어(됐어) 이제 됐어(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족해) 이젠 족해(족해)
내 사투로 내가 늘어놓을래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속에
모두 똑같은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고 우릴 덥썩 모두를 먹어삼킨
이 시꺼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해
좀 더 잘난 네가 될수가 있어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날을 헤매일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로 들어가면
고등학교를 지나 우릴 포장센터로 넘겨
겉보기좋은 널 만들기 위해
우릴 대학이란 포장지로 멋지게 싸버리지
이젠 생각해봐 "대학" 본 얼굴은 가린체 근엄한 척
할 시대가 지나버린건 좀 더 솔직해봐 넌 알수 있어
https://youtu.be/GfLigKgjzWU?si=soY4tz6ci_kfNYT5
요즘 이런 사태 나올때
애들 문제집 채점하다가 혈압오를 때
주문처럼 읊조리는 가사인데
막상 또 애엄마로 책 읽듯 가사를 읽어보니 또
새롭다
.
내 아이가 이거 듣고 있음 꺼버리고
싶을듯
.
여러모로 우리나라 현대 문화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인간.
퇴사 후 정서적으로 아주 풍요로운 시절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행복감에 젖어있다가도
말길은 알아듣지만 주장도 쎈 내 아이들 수발을 드는게 아주 아니꼬웁다.
9년 전 어느 주말,
똥기저귀만 5번을 갈며 하루를 보냈던 그 날
'내 똥기저귀나 갈려고 대학원 나왔나'
생각하며 우울함의 극치를 찍었던 것이 생각나면서
지금, 이 순간,
'돌밥돌밥이나 하려고 직장관뒀나'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결국 아줌마의 길을 택했구나.
택한 것은 나.
내가 택한 길은 돌밥돌밥하는 애엄마.
휴직이 아니므로 본업없음.
본업이 애엄마. 전업주부. 기혼유자녀여성.
아, 내가 이 길을 택했구나.
밤이 되면 더 센치해지곤 하지.
유튜브쇼츠나 슥슥 올려보고 있는데 그렇게 어울리는 것 같지도 않은 썬글라스를 끼고
무심히
노래를 부르는 언니의 영상을 정말
무심히 보았다
언젠가는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로
떠내려가는 건 한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 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젊은 날엔 젊음을 잊었고
사랑할 땐 사랑이 흔해만 보였네
하지만 이제생각해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같은 시간의 강 위로
떠내려가는 건 한다발의 추억.
눈물같은 시간이었다.
눈물은 강이 되었다.
너에게 가려고...
(원태연 시 같지ㅋㅋ)
아직 추억은 떠내려가지 않고 강위에 머물러 있다.
가끔 다시 와 울적하게도 하지만
내가 그 시간의 강을 건너왔구나
바다도 아닌데 파도가 치던 그 강을 건너왔구나.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은
그 때 그 사람일 수도
그 시절의 나 일수도
그 시절의 그 시간일수도
시간이 돌아 나에게 다시 온다면
헤어진 그 때의 모습은 아니겠지.
하지만 아니어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 신기하다.
추억속에 얽힌 모두는
그 때의 모습부터 미래의 모습까지
다 간직한 채로 얽혀있고 쌓여있고
한 편으론 머물러있고 하는 것 같다.
이 언니는 여전히 예술가처럼 보헤미안으로
멋지게 살고 있는 것 같더라.
추억과 함께 현재까지도 선물이 되어
여전히 멋진 목소리로 노래하더라
.
세월의 풍파는 나만 맞고 싶다.
그 시절의 언니오빠는
여전히 언니오빠였음 좋겠다.
문화의 융성기가 내 인생을 관통했구나.
우울해질
일이
도처에 있는데
위로받을 것들도 도처에 있어.
인생엔 예술이 필요해요.
덥고 고단한 하루의 중간에 노래를 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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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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