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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May 31. 2024

끝없는 예술의 생명, 빛의 벙커

시즌4. 세잔 프로방스의 빛

미디어 전시가 낯설었던 때가 있었다. 불과 3~4년전만해도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미디어전시가 제법 많고,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다소 엄숙한 분위기의 유화들의 전시보다는 사진찍기도 편하고 소리를 내거나 빠른걸음인듯 뛰는 것도 허용되는 미디어전시가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보려면 원화를 봐야지~ 하는 생각에 좀처럼 마음이 열리지 않았었는데


'빛의~'로 시작하는 전시관의 경우 프랑스의 오리지널팀이 디자인하고 설계했으며 전시도 기획한다고 해서 미디어전시에 대한 오해를 풀어 보기로 했다. 특별히 제주도에서!




제주 동부에 있는 '빛의 벙커'이다. 내가 갔던 작년 6월에는 <세잔 프로방스의 빛>을 전시중이었다. 이 전시를 위해 동부에 숙소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지만 사실 오픈한 지 얼마 안된 '런던베이글뮤지엄'도 가고 싶었다. 허허.


런베뮤는 양치만 하고 나가서 오픈런에 성공하여 바다뷰를 보며 맛있게 아침식사를 했을 뿐 아니라 넉넉히 사오기도 했다.

 




미디어전시는 처음이었다. 원화도 아닌 전시에 2만원가까운 돈을 내는 것이 좀 아깝기도 했고

아무리 클래식음악이라고 해도 볼륨높여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피하고 싶다, 에 가깝다) 어두운 곳+미디어+큰 음악소리를 내가 견딜 수 있을지가 걱정되었다.



들어서자마자 관객을 압도시키는 벽면의 그림들이

원화같은 질감까지 구현했으면서도 미디어의 특성을 살려 움직이기도 하고 음악에 따라 장면이 바뀌기도 하는데, 그 조화로움이 놀라웠다.


사진찍고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진찍기 좋은 공간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원화전시보다 편한 자세로 작품들을 유심히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세잔에 대해서는 사과가 있는 정물화 정도였다. 예상하다시피 그의 세계는 정물화에만 머물러있지 않았다. 생각보다 다크한 그림들도 많았고 중세유럽의 풍경을 영화처럼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벽면마다 같은 그림으로만 재생되진 않았다. 눈길이 머무는 곳과 그 밖의 영상이 달랐다.

그 모든 그림이 영상이 되어 음악과 함께 전개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멋있다는 수준을 넘어 경이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세잔의 많은 그림들 중 엄선하여 그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고 음악과 함께 배치하고 입체적인 영상으로 만든다는게, 입장료가 비쌀만 하구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말미에는 미디어영상에 나온 그림의 레퍼런스들도 함께 나와 아카데믹한 느낌이라 필기해두고 싶은 생각이 들어, 수첩과 볼펜을 챙겨오지 않은 걸 아쉬워했는데 그 영상이 지나간 후 깨달았다. 사진으로 찍어두면 되었다는 것을,


첨단과학의 전시에 와서 내가 나온 사진은 그렇게 찍어댔으면서 정작 기억하고 싶은 것은 사진으로 찍어두지 못한, 아직 아날로그에 머물러있는 내가 좀 웃겼다.


제주에서의 이 전시가 인상적이라 육지로 올라와서는 '빛의 시어터' 전시를 보러 갔다. 제주도 미술관투어에 함께 했던 크루들과^^


빛의 시어터에서는 '달리'의 전시를 했었는데 친구들 모두가 좋아하는, 특별히 좋아하는 화가였어서 더욱 몰입하며 보았다.


예술가라는 직업이 참 멋진 것 같다. 창작의 고통이야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독과 외로움과의 싸움이었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이 가진 특징에 따라 작가가 작고한 후에도 시대가 시대를 타고 옮겨가는 여정에 판화로, 영상으로, 음악과 함께 생명력있게 그 능력을 펼쳐가니 말이다.


예술가의 삶은 끝날 때 까지 끝나지 않고.

어쩌면 끝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끝이 없길 바라는 팬심때문일까.


예술도 생태계의 흐름을 타고 더 능력있고 멋있는 신진예술인들이 생기겠지만 오리지널리티는 옮겨가지 않으므로, 예술가의 인생과 그 후의 모든 스토리에 경이와 부러움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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