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나에게 힘을 주시오
12년정도 익숙하고 정들었던 직장을 떠났다. 두 세달 쉬면 어차피 돈도 없어질테니 다시 일하고 싶겠지, 다시 일 해야지 생각했는데 세 달이 지나도 딱히 일하고 싶지가 않았다. 직장은 근로노동을 하면 급여를 주는 감사한 곳이기도 하지만 업무와 평가와 관계의 늪에 또 들어가는 것에 용기가 생기질 않았다.
바깥일 만큼이나 주부의 일도 단순 노동의 반복임과 동시에 정신적으로 갈리는 부분이 많다. 차라리 출근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며 이전의 직장생활을 버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업무로 인한 관계형성과 일에 대한 평가는 복귀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망설이지만 말고 커피값이라도 벌어야 할텐데, 하던 차에 발견한 것이 "체험단"이었다. 파워급은 아니지만 수 년전 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블로그가 있으니, 새로 뭔가 만들고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직진해볼 수 있을 것 같아 해보기로 했다. 자신의 업체를 홍보하길 원하는 자영업자들과 홍보해줄 수 있는 SNS사용자들이 모여있는 체험단어플을 설치하고 내가 방문할 수 있는 지역의 업체들을 찾았다.
막연히 식당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홍보를 원하는 종목은 종류가 여럿이었다. 크게는 방문과 제품 카테고리가 있었고 방문 카테고리엔 맛집, 뷰티, 숙박, 문화 등이 있었고 제품엔 생활, 육아, 도서, 식품, 반려동물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아이들을 등교시킨 뒤 하교하기 전까지 9시부터 3-4시 사이였다. 이때 할 수 있는 것들 중 이왕이면 내가 배우고 싶거나 해보고 싶은 것들을 골랐다. 골라서 신청한다고 다 선정되는 것은 아니고 블로그의 색깔이나 이웃수, 조회수 등을 고려를 하는 것 같다.
꼭 이웃수가 많은 블로거가 선정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이웃수가 200여명인 작은 블로거인데 5명을 선정하는, 100명정도가 신청했던 맛집에 선정되기도 했었지만 신청인원보다 선정인원이 더 많았던 프로그램에 선정되지 않은 적도 있다. 선정은 어플의 AI의 몫인지 업체 사장님의 몫인지 모르겠다.
식당, 카페 등에 선정되길 바랐지만 체험단을 시작하고 2-3개월 동안 선정되었던 것은 죄다 필라테스, 요가, 헬스 등이었다. 지금은 운동할 때 인가보다 생각하며 선정된 곳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포스팅했다. 헬스는 보통 PT2회와 한달이용권, 요가는 2주 혹은 4회 그룹수업, 필라테스는 1:1수업 1회 혹은 그룹수업 2회정도를 제공했다. 처음엔 열심히 운동하러 온 사람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게 좀 어색하고 민망하기도 했지만 다들 자기몸에 신경쓰지 남의 행동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포스팅 내용엔 사진 15장 이상, 15초 이상의 동영상첨부가 필수였다. 초상권이 중요한 시대이다보니 필라테스나 요가가 그룹수업인 경우엔 수업 전후에 찍으면 되었고, 경우에 따라 원장님이 사진찍을 수 있게 배려해주시기도 해서 난감한 일은 다행히 나에게 일어나진 않았다.
난감한 일은 사진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니라 1:1로 진행하는 필라테스나 PT수업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