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체험단의 첫경험은 헬스장
블로그를 꾸준히, 10년가까이 해오고는 있지만 이웃수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방문자 역시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서 체험단으로 선정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와중에 제일 처음 선정된 곳은 헬스장이었다. 집에서 걸어서 20분정도 거리이긴 한데 역근처라 남편도 퇴근길에 운동하려고 서너달 등록했었던 곳이다. 헬스장이용1개월과 PT2회가 포함되어있는 체험이었다. 유선으로 PT약속을 잡고 정한 날짜에 헬스장으로 갔다.
낮에 갔음에도 사람들이 많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얘네 회사 안가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걸 보니 나도 꼰대가 다 되었나 싶다. 회원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체험단을 모집하나 싶을 정도로 복작복작했다. 날 맞이한 PT쌤은 코로나가 한참 지난 시점이었지만 마스크를 낀, 언뜻 봐도 운동하는 사람일 것 같은 우람한 체격의 남자분이었다.
일단 인바디 체크를 하고 일상의 수면상태와 먹는 것, 불편한 곳들을 물었다. 2kg정도의 체중감량을 원했기에 나의 헬스목표를 이야기했고 PT쌤은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바꿔야하는 것과 올바른 운동습관을 위해 PT를 정식등록할 것을 권유했다.
"운동이 습관이 되려면 시간이 걸리거든요. 드시는 것도 체크를 받으시는게 좋고요. 그러려면 PT를 꾸준히 받으시는게 중요해요. 원래는 이 가격인데(1회 8만원정도로 책정된 가격표를 보여주심) 회원님은(아직 회원 아닌데, 할 생각도 지금 싹 달아났고) 6개월 등록하시면 이 정도 가격에(데스크에 있던 종이에 55000이라고 썼다)10번 받으실 수 있게 제가 본사랑 얘기해볼게요."
"저 지금 처음와서 어떤 운동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아, 그럼 운동부터 한 번 해보실까요?"
"네."
PT쌤은 스트레칭이라고 했지만 나한텐 좀 과한 운동을 시켰고 헬스기구를 이용할 땐 이 기계로 갔다가, 아 이거말고 저거, 하면서 저 기계로 갔다가 운동을 시킬땐 기구를 같이 잡고 있어서 내가 힘을 하나도 주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철봉같은 헬스기구로 운동을 했을땐 뭔가 어깨랑 팔이 쫙 펴지는게 시원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거 되게 시원하고 재밌네요."
"근데 이건 회원님 혼자 하시면 안되요. 잘못하다가 떨어지면 사망사고 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같이 봐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흠, 중간중간 추임새처럼 PT의 필요성을 말씀하시는게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었다. 게다가 내가 체험단인 걸 알고 있으니 운동하는 모습 사진찍어야지 않냐며, 자기가 사진은 기똥차게 잘 찍는다면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확인해 보세요. 다양하게 찍었습니다!"
정말 잘 찍어주긴 했다. 다이어트가 필요없어 보이는 뒷태였다. PT는 1시간이었는데 45분쯤 되었을 때
"이제 사무실로 가시죠."
하더니
"운동하시면서 생각좀 해보셨어요?"
"네?"
"어려운 운동기구도 많고 건강하게 살빼는게 중요해요. 회원님 나이엔 다치시는거에 특히 조심하셔야 되서 PT가 필수에요."
...도대체 후기를 뭐라고 써야할지 막막했다. 솔직히 돈내고 헬스장다닐 형편이 아니니까 체험단 신청한거 아니겠니. 비용은 정확하진 않지만 6개월은 65만원선, 1년은 100만원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내가 이 헬스장 등록해서 또 그대를 PT쌤으로 만나 운동해야하는거라면, 그건 더 싫은데!!
"저는 체험단으로 온거라서요."
"근데 살빼고 싶은 목표가 있으니까 지원하신거잖아요."
"네."
"그러니까 하셔야죠, 다음에 오실 땐 이 가격에 못해드려요."
원래 그 가격정도 하나보다. 아까는 본사 운운하더니
"네....생각 좀 해볼게요. 갑자기 몇 십만원을 쓰긴 부담스러워요."
"(한숨쉬고)네. 다음에 오실 때까지 사정을 봐달라고 본사에 특별히 말씀드려 놓을게요. 그럼 다음 예약은 언제로 잡아드릴까요?"
다음 예약을 굳이 잡고 싶지 않았지만 헬스장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기구사용법은 배워야 할 것 같아서 다음 주 같은 요일로 잡았다. 그 다음 주에도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지만 나는 꽤나 완곡하게 거절하는 것에 성공했고 PT쌤은 한숨을 쉬며 설렁설렁 운동을 가르쳐주었다.
PT도 마치고 개인운동도 마치고 샤워하고 집 쪽으로 향하는데 큰 길에서 헬스장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는 PT쌤을 보았다. 피차 힘든 상황이구나, 생각하면서 먼 길로 돌아 집으로 갔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 PT쌤은 주로 저녁시간에 나오는 사람이기에 체험으로 주어지는 1달동안 나는 오전에 운동을 열심히 다녔고 체험종료시점에 맞춰 헬스장어플도 삭제했다.
그 후에 체험했던 요가원과 필라테스, 마사지샵에서도 비슷한 일은 띄엄띄엄 계속되었다. 체험단맞이를 많이 해보신 것 같은 데스크 직원분들이 알아서 시설소개도 해주시고 수업도 받게 해주셨는데 꼭 원장님을 만나고 가라고 하셨다. 부담스럽게 왜, 생각했는데 원장님은 블로그에 후기 하나 더 써주면 1달 혹은 1회 체험을 더 해주겠다, 10회를 사면 1회를 서비스로 더 주지만 나는 특별히 2회 더 주겠다 등으로 영업을 하셨다. 처음 그곳에 발을 들인 사람에게 영업하는거야 당연하고 내가 사장이어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정작 놀랐던 것은 가격이었다. 나의 건강과 미용을 위한 일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 일이구나 싶었다. 요 정도 돈만 들 때 운동을 하며 건강을 지켜야 더 나이들어 큰 돈 들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확 질러버릴까 싶기도 했다. 그래도 몇 달치 혹은 10회씩 결제하라고 하니 그건 목돈이고, 건강이 중요한 건 알고 있지만 선뜻 카드든 계좌이체든 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사는데는 돈이 들고, 건강하게 사는데는 더 돈이 드는구나.
목돈을 벌어야 하는 사장님들과 목돈을 쓸 수 없는 나.
둘 사이의 긴장은 팽팽했지만 지갑의 주인은 일단 나니까, 나의 지갑을 최선을 다해 지켜냈다. 사장님껜 죄송하지만 서비스받은 값만큼 써내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며 업로드했다. 블로그덕에 저렴하지 않은 운동들을 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나는 사진올리고 뭐라뭐라 쓰는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렇게라도 올리는 글이 이 정도의 돈값을 하는건가 싶어 감격스럽기도 하다. 체험으로 스쳐갈 인연인데도 체형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해주시고 운동시켜주신 선생님들의 얼굴은 지금도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