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돈버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돈은 받았다.

가구점 방문하고 글 올리는 일

by 김호정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그 어느 시대보다 글쓰기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사진과 영상을, 그 편집까지 잘하면서도 글도 잘쓰는 것이 기본값인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가 오기 전부터 나는 글을 잘쓰는 사람, 글 잘써서 돈버는 사람, 작가가 되고 싶었다. 일단 꿈은 그러했다.


체험단을 하게된 후로 글을 써서 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먹을 것과 내 글을 바꾸고, 영양제나 책과도 내 글을 바꾸고 운동이나 파마, 염색의 댓가로 내 글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게 제품이나 서비스와 내 글을 바꾸다가 드디어 돈과 내 글을 바꾸는 일이 나타났다.



바로 가구점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방문해서 사장님께 설명을 듣고 블로그에 관련한 글을 올리면 4~5만원을 받을 수 있는 모집글들이 체험단 어플에 올라왔다. 경기도 광주나 하남, 이천 등지에 큰 가구점들이 있다. '가구거리'로 이름붙여진 곳들이다.


주변에 비슷비슷한 곳들이 많으니 검색에 잘 노출되는 것이 가구점 사장님들의 숙제일 것이다. 다행히 가구거리가 우리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아서 되면 좋겠다 싶어 몇몇 곳들에 신청했다. 가구점 특성상 외곽에 위치한 경우가 많고 대중교통으로는 어려운 곳에 위치해서 그런지 경쟁률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신청했던 가구점들은 거의 대부분 선정되었다.


결혼할 때도 가구점은 가보지 않았다. 무조건 돈을 안쓰고 덜쓰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너무 싸보이지 않지만 저렴한 것을 선택해서 결제했었다. 더 필요한 것들은 동네에 있는 모던하우스에서 다 해결했었다. 신혼살림 준비할 때도 가보지 않았던 가구점을 결혼한 지 10년이 훌쩍 지나서 가게 되다니. 마침 딸도 침대와 책상 사달라고 아우성이라 여러모로 예습하는 마음으로 가구점을 방문했다.




가구점이라고 다 같은 가구점이 아니었다. 가구점마다 사장님의 개성에 따라 주력상품이 다 달랐다. 쇼파가 주력인 곳이 있었고 침대가 주력인 곳이 있었다. 요즘은 유튜브가 공중파를 능가하는 경쟁력있는 매체가 되었고 연예인의 집뿐 아니라 인플루언서나 일반인들의 집도 SNS에 오르내리면서 어디에 나왔던 쇼파, 누가 사용하는 쇼파, 누구의 픽 식탁 등 트렌드가 지나가는 걸 알면서도 지나가는 트렌드를 붙잡아 식탁, 쇼파 등에 홍보문구를 더한 토퍼가 붙어 있었고 화면으로 보던 것보다 더 크고 고급스러워서 탐나기도 했다. 사실 카피상품일텐데도 좋아보였다.



내가 갔던 가구점 사장님 중 한 분은 내가 가구점에 들어가 안녕하시냐고 인사함과 동시에 속사포랩을 쏟아내시며 설명을 하셔서 휴대폰 메모장에 받아적느라 진땀을 뺐다. 사진도 찍어야 하고 설명도 입력해야하니 휴대폰도 바쁘고 나도 바빴다. 얼마전에 지운 클로바노트앱이 생각났다. 잠깐 멈추시라고, 앱좀 깔자고 하기도 뭐하고. 사장님도 열심히 듣고 두드리는 나를 슬쩍슬쩍 보시면서

"다 썼어요?" 하시면서 박자를 맞춰주시곤 하셨다. 사장님의 온몸에서 풍겨나오는 담배냄새와 열정이 얼마나 사업장 홍보에 진심인지 알 것 같았다.


반면 다른 가구점에서는

"이거 다 내가 만든거요. 사진찍고 내려오세요."

하시고는 휑 가버리셔서 그냥 사진만 찍으면 되나, 블로그에 뭐라고 써야하지 싶어 난감한 적도 있었다. 낮인데도 차가 막혀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도착한 곳이었는데 사진찍는건 고작 10분이었고

"다 찍었어요? 차 뺄 때 조심해요."

이게 끝이었다. 집에가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할 일이 남아있지만 이렇게 4만원을 준다고? 의아하기도 했다.


"제가 좀 강조해서 쓸게 있을까요?"

"검색해보면 다 나올거요."

사장님 말씀대로 사실상 그 가구점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나는 검색해서 얻은 정보로 포스팅을 했고 정해진 날짜에 입금이 되었다.


삶의 현장에선 가지가지 일이 일어난다. 생계의 현장을 부부가 함께 할 경우엔 부부싸움까지도.

"그 잘난 사장님은 일이나 하세요!"

하면서 중년여성분이 출입구로 나오셨다.

"저 오늘 방문하기로 한 블로그인데요..."

"네, 들어가서 사진 찍어요."

들어가서 쭈뼛쭈뼛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인기척을 들으신 남자분이 나오셨다.


"우리는 공장도 여기서 다 하고, 손님이 원하시면 주문제작도 가능하니까....."

"아 일이나 하시라고! 내가 다 설명한다고!! 저기 아가씨, 2층부터 찍는게 순서야."

가리키는 여자사장님의 시선을 따라가니 어두운 2층이 보였다.

"올라가서 불은 켜드려야지."

"내가 알아서 한다고!!! 아이고 내가 심장이 아퍼서 걷기가 힘든데.."

"스위치 어딘지 알려주시면 제가 키고 사진찍을게요."

"계단 다 올라가면 그 옆에 바로 있으니까 키고 찍고, 내려올 때 끄고 내려와요."

"아니, 손님한테 그런걸 시키면 어떡해?"

"내가 알아서 한다고! 이 사람 손님 아니라고!!"


손님이 아닌 건 맞지만 좀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뭔가 짠하기도 하면서 남일이 아니다 싶기도 했다. 여기도 다른 블로그 참고해서 써야겠구나. 짠한 마음에 사진도 더 여러 각도로 찍고 많이 찍고 세세하게 찍고 그랬다. 불끄고 내려가자

"이거 옆집에서 파는 도너츠인데 엄청 맛있어, 하나 먹으면서 가요. 좀 잘 써줘요. 하나라도 팔리게."

내가 이 가구점에 들어설 때 나가셔서 사오신 도너츠인가보다. 아직 따뜻했고, 그래서 진짜 맛있었다.


"카톡이나 네이버로도 상담해드릴 수 있으니까, 요즘 젊은이들은 전화 싫어한다고 해..."

"내가 얘기한다고, 일이나 하라니까 왜 저래 진짜!"

"네, 카톡이랑 네이버페이지 다 링크해서 글 올릴게요. 너무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체험단 포스팅하면서 작문실력도 늘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좋구나. 음식이나 미용에 관련된 것들도 돈을 대신한 서비스이기도 하지만 직접적인 돈을 받는 것은 느낌이 또 다르다. 글써서 돈버는게 소원이었는데 어쨌든 입금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덤으로 삶의 현장의 긴장감과 어떤 면에서는 해탈도 느낄 수 있었다. 가구점은 사실 젊은 사람보다는 중년이상의 분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이다보니 분위기나 느낌이 상당히 정적이다. 물론 그 사이에 구입을 원하는 분들이 들어오시면 저렴하게 사려는 자와 더 많이 팔고 싶어하는 자 간의 긴장감이 팽팽해짐을 손님도 아닌 내가 다 느껴질 정도다. 그렇지 않을 땐 BGM도 없는 정적의 사업장을 느껴보는 것은 드문 경험이다.



딸이 원하는 침대도 볼겸, 책상도 볼겸 가격도 좀 알아보자 하면서 집을 나서지만 가구점에 들어서면 업장에 방해 안되게 빨리 찍고 가야지 하는 생각에 묻는 걸 까먹기도 하고 지나가듯 물어봤다가 상담테이블에 앉게 될까 두려워서 묻지 못했다. 앞으로도 묻지 못하겠지. 삶의 휴식을 주는 가구들과, 사는데는 돈이 들기에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사람간의 어쨌든 이뤄야 하는 조화가 있는 곳이 가구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