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호정 Jul 24. 2020

번외2. 부자가 아니라며 여행은 어떻게?

무슨 돈으로 여행다니냐고, 적금깨냐고.

돈은 안쓰는 것이다

남자의 인생모토


지금을 (어느정도는)즐기자

여자의 인생모토


우리 부부가 제일 안맞고 제일 부딪히는 부분이다. 매번 같은 주제로 충돌이 일어나고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결렬되고, 다시 충돌하고 또 결렬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럼에도 여행을 다니며 살았던 것은 서로 조금씩 양보한 것이거나 여자의 비자금출자 방식으로 합의를 도출한 것이다.


결혼 후, 작년까지 거의 매년 아이 둘과 함께 매년 제주와 일본에 갔었다. 제주는 150만원, 일본은 250만원 가량의 예산을 집행했다. 짧게 국내여행도 자주 갔었는데 3박4일에 60만원정도의 예산을 집행했다.

제주의 경우 아이동반이 가능한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예약사이트의 핫딜을 이용해서 숙소비를 세이브했고, 국내여행도 대형체인의 핫딜을 노리거나 비수기 평일에 여행 일정을 잡는 것으로 비용을 아꼈다. 우리부부는 대기업을 다니거나 가족중에 콘도회원이 있거나 한 것이 아니라서 알아서 잘 찾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도 돈이 드는 건 드는건데...



우리는 돈을 모은다기 보다는 안쓰는 것으로 돈을 모아왔다.


1. 대형마트에 안(덜)가요


아무래도 아예 안 갈 수는 없는데 가게 되면, 특히 배고플 때는 이것 저것 많이 사게 되서 되도록이면 밥 먹고 가서 정말 필요한 것만 사오(려고 노력하)거나 동네 마트가 조금 더 비싸더라도 필요한 것만 딱 살 수 있으니 동네 마트에서 장보는 것으로 냉장고를 채웠다.

어느 달에 실험을 해보니 대형마트에 안 간 달에 생활비가 10만원가량 줄었던 것을 확인했다. 대형마트는 아이들도 데려가게 되니 약소하게라도 삥을 뜯기는게 반복되어 삥도 목돈이 된다. 장보느라 에너지를 다 써서 외식을 하고 오게 되기도 하고.


2. 지역상품권 이용하기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아동수당이 카드포인트로 지급된다. 매달 지급되는 24만점(12만점 x 2명)으로 동네 마트에서 식재료와 생필품들을 산다. 가끔 키즈카페를 가거나 외식을 하느라 포인트를 다 쓰면 지역상품권도 이용하는데, 지역상품권의 경우 6~10%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지금 우리지역은 10%할인기간이라 상품권 30만원 어치를 27만원에 살 수 있다). 대기업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이용할 수 없지만 동네 병원이나 식당에서는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작은 돈이라도 아끼는 것에 도움이 된다.


3. 우유팩과 폐건전지


우리 동네 복지관에서는 우유팩15개를 가져가면 두루마리 휴지 1개로 바꿔주고, 폐건전지는 25개를 종량제 봉투 20리터짜리 1개로 바꿔준다. 우리 집은 우유를 하루에 1리터씩 먹는 집이기 때문에 이런 이벤트가 큰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 즐거운 경험이 되기도 하고.


4. 집은 사는 것이다


이번 정권 들어 부동산 정책이 엄청 많이 바뀌어서 전문가들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고. 어쨌거나 집을 팔고 사고를 두 번 정도 해보며 깨달은 것은 "집은 사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 전에 전제는 "집은 오를 만한 곳에 사는 것이다"라는 것이고. 오를 만한 곳에 집을 사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같은 경우 주택담보대출한도가 40%라서, 그것으로는 모자라 카뱅에서 마통을 텄다. 확정일자에서 한달+1일 전까지 마통개설이 가능하고, 그 액수는 주담대 액수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주담대 40%와 남자의 연봉에 해당하는 마통을 거머쥘 수 있었다. 사실 대출은 인생의 올가미이다. 매달 원금+이자 비용이 엄청나다.

그런데 주식은 초단위로 가격이 달라지니 그것을 보고 멘탈 붙잡고 일상을 사는 것이 힘들 것 같다.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장기전으로 가야하는 투자라면 부동산이 정신건강에는 더 좋지 않나 싶다.


5. 단군이래 돈 벌기 쉬운 시대라며.


어차피 개미로 사는 인생이라면 티끌을 모아 조금 큰 티끌을 만드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태산을 벌겠다는 마음보다는 적은 돈을 안쓰며 모아서 조금 큰 티끌을 만들고, 그 다음에 좀 더 큰 티끌을 만드는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본다.

네이버 애드포스트나 쿠팡파트너스를 이용해 티끌을 만드는 방법이 있겠고,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내 생각에 '될 만한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 보다 보통의 아이템을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본다.


재테크 유튜버 신사임당님이 유퀴즈에서 "SNS에서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좋다. 좋아요는 공짜인데 공짜인 좋아요도 받지 못하면 돈내고 물건을 사주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보았다.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많은 플랫폼이 있고, 또 소비를 도모하기 위한 상품노출이 가능한 플랫폼도 많아졌다.

우리집 남자도 처음에는 네이버밴드로만 물건을 팔다가 점차적으로 네이버스마트스토어, G마켓, 쿠팡, 위메프 등으로 판매처를 넓혀갔고, 검색 당 노출이 많아 질수록 실질적인 소비와 잘 이어지는 것도 확인했다.


물건을 팔면 부차적으로 택배박스 접기와 포장, 발송 등의 잡무가 따라온다. 이거 귀찮다고 알바쓰면 모이는 줄 알았던 티끌은 날아가 버리고 만다. 부업 소득이 본업 소득과 비슷해질 때 까지는(사실은 훨씬 넘어설 때 까지는) 혼자(혹은 가족과) 감당해야 한다.


6. 그 밖에.


아이 둘 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다녀서 한 달에 제일 많이 들었던 특별활동비가 둘이 합쳐 17만원 정도였다. 지금은 첫째가 초딩이 되었고 둘째만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지금 코로나 때문에 특별활동이 진행되지 않는 바람에 4만원 정도 내고 있다. "제일 좋은 사교육은 여행과 에버랜드" 라는 기조 아래 학원은 보내지 않고 에버랜드 연간권만 사두었다(어른1+아이2 레귤러 3년차 43만원). 사교육 할 돈이 있으면 내가 소고기 사먹고 힘내거나 명품가방을 사는데 쓰겠다는 생각이다.


맞벌이이기 때문에 작게나마 꾸준하게 형성할 수 있는 비자금이 있었다. 10-20만원정도 6개월 단위로 되어 있는 적금상품에 가입했었다. 사실 돈은 묶어놔야 안쓰고 모을 수 있다. 그것이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크고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할까 말까 고민하기 보다는 엎어져도 여행 한번 다녀왔다 칠 수 있는 돈이 있다면 저질러 보는 것도 인생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천만원으로 한 번 베팅하는 것 말고 50만원으로 20번 베팅하다 보면 한 번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시간의 선물.....이라는 교과서적인 혹은 교과서 만도 못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데, 해보니 그렇기도 하고, 내가 가진 어휘와 경험으로는 이런 설명이 최선이다.


인생의 아침에서 정오로 향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여행의 기회도, 창업의 기회도, 다른 돈 벌 방법과 기회도 충분하길 바라고 부족하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배포도 있기 바란다. 사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