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ow Sep 13. 2023

아마추어지만 쫌 합니다.

나와의 약속

성공의 80%는 일단 출석하는 것이다.
- 우디 앨런 -




 색소폰 학원을 다니기로 마음 먹으면서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과연 내가 얼마나 꾸준히 할 수 있을까?'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학원을 다녀야 하니 회식이나 출장이 있으면 빠져야 되고, 사람들과 약속이 있으면 갈 수가 없을테고 몇번 빠지다보면 결국 흐지부지 될까봐 고민이었다. 게다가 색소폰이라는 악기가 나에게 맞을 지, 재미는 있을 지 알 수가 없어서 더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예전에 드럼을 배운 적이 있는데 직장이 바뀌면서 중간에 그만 둔 기억도 있어서 스스로를 믿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다.

 그래도 악기를 배우기로 마음 먹은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배워서 '악기 하나를 마스터한다'는 버킷 리스트를 꼭 달성 하고 싶었다. 학원을 다니기전에 먼저 학원을 꾸준히 다닐 수 있는 각오가 더 필요했다.


 악기를 마스터 할 때까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만히 생각을 해봤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최대한 간결하고 단순하게 정리를 하기로 했고,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색소폰 실력 ∝ 재능 + 노력


앞에 공식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위와 같지 않을까?


 내가 앞으로 악기를 배우면서 색소폰을 마스터했다고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재능과 노력 두가지가 필수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 재능이라는 것은 음악적 재능을 의미할 것이고 이건 내가 태어나면서 나에게 주어진 능력으로 바꿀 수 없는 상수(정해진 값)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력을 얼마나 하는가?' 였고 이걸 쉽게 표현하면 내가 얼마의 시간을 연습에 투자하는가? 로 바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학원 원장님은 10,000시간 법칙을 이야기 하면서 매일 꾸준히 2시간 연습한다고 하면 10년이 조금 넘게 걸리는데 대략 10년 정도만 꾸준히 연습해도 프로급의 실력이 된다고 하셨다.

 

 과연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가 10,000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꾸준히 연습하고 그 시간을 축적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기로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기로 했다.


1. 악기를 더 이상 배울 수 없는 시기가 오기 전까지는 연습을 멈추지 않는다.

2. 몸이 아프거나 회사일(출장, 야근, 회식 등)이 있거나 소중한 약속이 있을 경우 연습을 생략할 수 있다.

3. 단, 귀찮다거나 피곤하다는 이유로 학원을 빠지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제 학원을 다닌 지 만으로 6년이 넘었다. 돌이켜보면 다른 건 몰라도 위 3가지 약속은 잘 지켜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 동안 여러가지 일이 생겨서 학원을 못 간 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귀찮거나 피곤하다는 이유로 학원을 빠진 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못할 뻔한 위기와 유혹(?)도 여러번 있었다. 일이 많아서 유독 피곤했던 날이나 몸이 아파서 쉬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학원을 가서 조금이라도 연습하고 왔었다.


 학원에 가면 '초보'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중고참'이 되었다.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후배분들이 계셨는데 내가 학원을 다닌지 6년이 넘은 중고참이라는 것을 아시게되면 어떻게 학원을 그렇게 꾸준히 다닐 수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 분들에게는 '그냥 매일매일 학원을 나오다 보니 6년이 흘렀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게 정말 사실이었다. 만약 내가 '케니G 곡을 멋지게 연주할거야', '색소폰으로 멋진 곡을 연주하는 연주자가 될거야', '색소폰을 잘 연주해서 유튜버가 될거야' 와 같은 목표를 가졌다면 아마 금방 좌절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연습에 지쳐서 중간에 포기했을 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나는 매일매일 학원을 빠지지 않고 매일 연습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6년을 배운 지금 색소폰을 마스터 한다는 초기 목표는 어느정도 달성한 것 같다. 그 다음 목표는 '재즈'를 자유롭게(즉흥적으로) 연주하고 싶다는 것인데 이제는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매일 학원에 가서 30분 이상 재즈를 연습하기!'

작가의 이전글 아마추어지만 쫌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