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기다림

by J 스토브리그

나는 요즘 한 사람을 생각한다. 지금은 곁에 있지 못하지만, 그 사람이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기를, 오늘 하루도 웃었기를 바라며 하루를 시작한다. 마음이란 거리로 재는 게 아니라는 걸, 이 책 앞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를 처음 펼쳤을 때, 솔직히 말하면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위로를 담은 에세이는 이미 서점에 넘쳐나고, 비슷한 말들이 비슷한 온도로 반복되는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달랐다. 허필선 작가는 독자를 위로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느꼈던 것들, 그 사람의 목소리에서 받은 것들, 혼자 조용히 감당했던 날들. 그 솔직함이 오히려 더 깊이 마음에 들어온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건, 행복을 다가올 무언가로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젠가 이루어질 일, 언젠가 만나게 될 순간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발 아래 조용히 쌓이는 것들 속에 행복이 있다고 말한다. 거창하지 않다. 잘 차려진 밥 한 끼, 창밖으로 스치는 바람, 누군가를 생각하며 잠드는 밤. 그런 것들이 모여 삶이 된다는 이야기를 이 책은 말이 아니라 분위기로 전한다.


책 안에 담긴 수채화 일러스트도 글과 함께 오래 머물게 만든다. 설명하거나 꾸미기 위한 그림이 아니다. 마치 글을 읽다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창문 같다. 주황 곱슬머리 소년과 파란 후드티 소녀가 살아가는 작은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느려진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그림이 대신 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기다리는 그 사람을 생각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사람이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 마음이 이 책의 제목과 정확하게 겹쳐졌다. 허필선 작가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말이, 내가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말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꼭 전해져야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말하지 못해도, 닿지 못해도, 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은 그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당신의 그 기다림도 틀리지 않았다고 조용히 말해준다.


오늘도 누군가를 마음속에 품고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잠시 쉬어가는 자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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