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내게 건넨 선물들

< 나의 미래 귀촌일기 10 >

by 삼분카레

미래 귀촌일기를 쓰는 내내 신명나고 설렜다. 평소 어머니께 전해들은 시골 동네 이야기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몇몇 노인들만 남아 유령마을처럼 변해가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상상만으로도 시골이 환골탈태하는 기분이 들어 연신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이 이야기들이 단지 상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미래의 귀촌 생활에 어렴풋한 나침반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귀촌하재요>글을 연재하면서 내게 큰 변화 두 가지가 생겼다. 남편 퇴직 후 귀촌하는 일이 남편의 일방적 요구 때문이 아니라 나의 자발적 선택이 될 것임이 확실해졌다. 나로서는 매우 큰 심경의 변화이다. 다른 하나는,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는 신의 계시처럼 귀촌을 위한 예행연습의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위해서 작년 이곳으로 이사를 오던 때로 거슬러 가 보려 한다.


또 낯선 곳으로 이사를 왔다. 집 앞 작은 도서관을 발견하고는 며칠 만에 그곳의 문을 두드렸다. 아담하고 정감 넘치는 말 그대로 아주 작은 도서관이었다. 민간도서관이어서 지역주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된다는 말에 당장 후원도 시작했다. 얼마동안 지켜보았지만 도서관은 활발하게 움직여지지 않았고, 오전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오후 한 시에 인근 초등학교 하교 시간에 맞추어 문을 열었다. 재정상태가 녹녹치 않아 보였다. 운영진들도 생계를 위한 직장이 있었고 궁여지책으로 한 분씩 짬을 내어 요일별로 도서관을 지켰다. 인력이 넉넉지 않은데다가 누군가 도서관을 지켜준다고 해도 경제적 여력이 안 되니 오전에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서울한복판 금싸라기 같은 땅에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잘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오전 시간동안 의미 있고 알차게 활용된다면 더 없이 좋은 공간이 될 것 같았다. 마침, 이사 오면서 직장을 그만두었고, 미국에 있는 남편을 주기적으로 방문해야 해서 일을 구하지 않고 있는 나였다. 용기를 내었다. 도서관에 찾아가서 이곳에서 도서관 지킴이를 하면서 지역주민들과 소모임을 가져도 되겠냐는 제안을 했다. 도서관 측은 그렇지 않아도 지켜줄 사람이 없어서 못 열고 있었다며 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나는 즉각적으로 당근마켓과 도서관 밴드에 모집공고를 올렸다. 우선 내가 주동적으로 모임을 끌어 가야했기에 나의 니즈였던 글쓰기와 영어스터디 모임을 먼저 개설했다. 많은 고민없이 시작은 했지만 사람들이 모이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각오했다. 마음먹은 대로 일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마음을 최대한 느긋하게 갖기로 했다. 앗!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글쓰기와 공부에 목말랐던 사람들은 의외로 많았다. 글쓰기모임 5개월 만에 멤버가 12명으로 늘었고, 영어에도 9명이 모였다. 독서토론은 가장 나중에 개설했는데 2개월 만에 10명이 되었다. 집 가까운 곳에서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공감대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 모두가 손꼽는 만족의 이유였다. 소중한 장소를 함께 지켜 나가자는 마음으로 많은 분들이 후원을 자청해 주었다.


나도 물론이거니와 지켜보는 모든 이가 놀랐다. 도서관측에서도 관심을 갖고 모임을 활성화시켜 나가자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 오전과 저녁에는 성인을 위한 공간으로 그 외 시간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지금 도서관은 쉼 없이 우리에게 안락함을 내어주고 있다.


도서관 건재에 지역민들의 이용횟수와 후원은 생명줄과도 같은 일이라고 했다. 도서관측에서도 다시 활력을 되찾게 되었다며 운영진으로 같이 활동하기를 권해 왔다. 도서관이 내게 먼저 자리를 내주었던 것처럼 나도 흔쾌히 나를 내어 주기로 했다.


세세하게 꿈꾸고, 생생하게 그리려 했던 미래의 귀촌일기가 내게 느닷없는 선물을 안겨 주었다. 지역사람들과 소통하는 법, 사회적협동조합을 어떻게 꾸려 가는지에 대해 실전처럼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실한 농작물을 수확하기 위해 비옥한 땅이 필수이듯 시골로 돌아갈 때까지 잘 숙성된 인간퇴비가 될 것을 다짐한다. 어쩌면 꿈을 꾸는 동시에 나는 이미 미래를 살아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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