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의 빛은 계속되다

< 나의 미래 귀촌일기 9 >

by 삼분카레

우리의 행적들이 각종 미디어로 방출되고 났더니 연일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마을 벤치마킹과 워크어웨이 신청자가 늘 만원이다. 말로만 듣던 미디어의 파급력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중이다. 농촌진흥청 산하 기관에서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마을로도 뽑혔다. 전국 마을단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본, 중국에서도 마을 벤치마킹 의뢰가 들어온다. 20전만해도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일본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답습하려 애썼던 일이 지금 거꾸로 되고 보니 몇 배로 더 기쁘다.


그동안 상민은 이곳에서의 체류를 연장했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앞날의 길을 찾느라 분투중이다. 이곳으로 도피하듯 올 때에 비하면 어렴풋하게나마 길의 방향은 찾은 것 같다. 청춘은 앞날이 창창해서 더 불안한 것이리라. 선택지가 너무 많을 때 고르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길을 가야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더 많이 방황할 수 있다. 그 방황을 즐기기로 작정한다면 덜 성급할 수 있다고 상민은 그 깊은 삶의 철학을 이곳에서 깨우쳤다고 말했다. 참으로 기특한 청년이다.


그는 요즘 함박님 부부와 청년사업을 위해 더 많이 고민하며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이제는 아무도 상민이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마을사람들도 워크어웨이 신청자 1호인 상민과 정이 많이 들었다. 상민이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단서가 하나 더 있다. 3개월 전에 워크어웨이로 들어왔던 한 친구와 둘이 특별한 감정을 나누게 되었다.


그 친구는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치유를 위한 목적으로 이곳을 찾았던 지혜이다. 지혜는 이곳에서 지낸지 며칠 만에 자신을 속박하던 무엇인가로부터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 이유의 한 가운데는 상민의 존재가 있었고, 예상외로 젊은이들의 활약을 시골에서 목격하게 된데 놀랐다고 했다.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돌아올 것을 기약하고 떠났다. 상민은 지혜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만약 상민이 나가야 할 길과 경제적 능력을 해결할 자신이 없었다면 지혜와의 미래는 약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상민이 지혜에게 프로포즈를 했다는 건 그가 조금씩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화초 가지 하나 꺾어 무심코 물에 담궈 두었는데 어느새 돋아난 여린 뿌리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과도 같았다. 뿌리가 흙에 묻히면 더 이상 여린 존재가 아니라 나무 생명의 8할 이상을 책임지는 중요한 존재가 된다. 상민도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상민의 활동반경은 날이 갈수록 넓어지고 다채로워지고 있다. 청년창업지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영천의 빵쟁이, 의성의 디지털 농원, 문경의 스마트 팜 등 여러 곳을 견학하기도 한다.


여전히 안개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길이지만 혼자보다는 둘이 가는 길이라 안심할 수 있다.

꿈을 향해 가는 길 위의 발걸음은 무겁지 않다. 내가 처음 이곳에 북카페를 열 때의 일들이 생각난다. 내게 확고한 뜻이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잘 인내하고 났더니 이후의 시간들은 오히려 주위 사람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굴러오게 되었다. 혼자서는 쉬이 느끼지만, 같이 하면 쉬이 잊게 되는 ‘한계’의 속성이라는 생각을 했다.

상민과 지혜의 앞날도 그렇게 될 거라고 주위사람들은 입을 모아 얘기한다. 막 시작된 둘의 사랑 덕분에 모두의 연애세포가 깨어나 대리만족을 느끼기에 바쁘고, 그들의 미래를 자기일 마냥 상상하며 달뜬다.


‘형설지독‘ 독서모임은 여러 가지 색깔로 나누어져 진행되고 있다. 마을을 체험하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도 퍽이나 인기가 좋은 프로그램이다. 특히 워크어웨이 참가자들은 하루 5시간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북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친분을 맺으면서 어떤 이들은 비전을 위한 투자에 시간을 보내고 또 어떤 이들은 오롯이 힐링을 위해 느긋한 시간 보내기에 여념이 없다. 각자가 추구하는 방식대로 이 곳 대반뜰에서 행복을 찾아가길 희망한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대반뜰 북카페>의 불빛이 유난히도 환하게 새어나온다. 반딪불이 처럼 빛을 발하고, 눈처럼 환한 세상을 만들자던 우리의 처음 다짐들은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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