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의 기적

< 나의 미래 귀촌일기 8 >

by 삼분카레

귀촌 후 네 번째 맞는 봄이다. 결혼이주민 여성이 많아졌고, 다문화 가정의 유입도 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초창기 충북 옥천의 이주민 여성협의회 회장과 회원들의 도움이 컸었다. 지금은 우리의 변화를 목격하고는 타지역에서 되려 문의를 해오고 있는 중이다. 우리 마을의 변화에 탄력을 받은 의령군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노령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군이라는 오명을 이참에 벗어버리기라도 하려는 걸까. 아무려면 어떠하겠는가.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니 힘을 보태는 일이 최선이다.


결혼이주민여성들의 유입은 파급효과가 상상이상이었다. 노동력 제공, 일자리 창출은 기본이고 출산을 통해 아이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가장 강력한 히든카드였다. 어린이들이 희망이고 미래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의 수가 늘자 연쇄적인 반응들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가장 손꼽을 만한 일은 학교가 문을 열게 된 사연이다. 10년 전 폐교되었던 학교가 심폐소생술로 심장을 되찾는 기적과도 같은 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북카페 뒤쪽에 위치한 유곡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시골마을에 생기를 되찾게 해 줄 것이다. 인근마을의 영유아들도 아침마다 멀리 차를 타고 등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부모와 아이들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부모는 안심하고 일에 임할 수 있고 아이들은 정서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어 좋다.


폐교되었던 학교가 다시 개교를 하는 경우는 유곡초등학교가 전국 최초라고 한다. 아파트가 새로 생기면서 학교가 설립되는 경우는 있어도, 닫았던 교문을 학생 수의 급증으로 다시 여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이룩한 일들에 같이 기뻐하며 우리는 더 큰 희망을 키워가기로 한다.


각종 언론에서 우리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기사화 하고 싶다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더욱 신명나게 일을 하고, 떳떳하게 마을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결혼이주를 위해 이곳을 선택해서 들어온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말에 베트남인 완다의 인터뷰 내용은 이랬다.


“우리는 매일 일 열심히 해서요. 열심히 살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아니에요. 우리는 책 읽고 토론하면서 한 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서요. 함께 목소리를 내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어서요. 우리도 우리의 권리를 찾고 떳떠할 수 있서요. 서로서로 도우며 사는 이 마을이 저는 정말 조아요.”


이주여성들이 주체적인 노동자가 되면서 이방인으로써 갖던 심리적 위축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의령군에서는 “이주여성지원과”라는 부서까지 창설하는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룹창업과 그룹영농 설명회가 개최되고 음식 창업 컨설팅 등 각종 유인작전을 펼치며 도시사람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중이다.


4차 산업시대 시대를 넘어 어떤 시대가 도래한들 땅은 여전히 저버릴 수 없는 존재다. 땅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을 우선시 하는 농촌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고 파도는 더 큰 파도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열다섯평 남짓한 북카페에서의 작은 시작이 이제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런 시골 촌구석에 서점이 가당키나 하냐며 혀를 껄껄 차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마을의 변화에 탄복하며 혀를 내두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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