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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Dec 23. 2023

만족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사회

의심

지금까지 나는 만족하면서도 '만족'을 무서워했다. 만족해서 게을러질까 봐, 성장할 동기가 없어져버릴까 봐 그랬다. 그런 식의 생각이 옳은지는 파헤치지 않았고, 그냥 믿었다. 그래서 은근히 불안한 게 맞는 삶의 방식이라고 느꼈다. 어쩌면 습관처럼 불안해했다. 걱정을 넘어서 불안해야만 현재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살아와서 점점 나아졌는지는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 건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나는 지금 행복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 많은 자기 계발이나 영상에서도 알고리즘 때문인지, 불안을 이용하는 법이나 걱정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는 이유 같은 콘텐츠들이 눈에 띄었다. 한편으로 불안하면서도 맞는 길이겠거니 싶었다. 


그러다 얼마 전 한 정신과 의사를 통해 희한한 소리를 듣게 됐다. 우리는 만족한 상태에서 끝이 아니라 더 만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소리를 난생처음 들었다. 불만족해야 뭔가를 나아지게 하는 거 아니었어? 만족하는데 더 만족할 수 있어?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불만족해도 더 불만족할 수 있는 것처럼 만족도 끝이 없을 수 있다. 불만족에서 만족으로 한 번에 바뀌는 게 아니라 만족하면서도 조금씩 나아질 수 있었다. 이를 '지향동기'라고 말했다. 이 이론을 더 알아보기 시작하자 '성취동기이론 중 성격측면에서 바라본 '성공접근동기'와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의 반대인 실패회피동기는 실패가 예측되면 회피해 버리는 경향이었다. 


그동안 나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라고 자주 외쳤던 만큼 내가 회피하는 방식으로 살아왔다는 걸 알았다. 불안해서 목표를 더 작게 삼곤 했다. 이게 현실적이라고 믿었다. 작은 습관부터 만들자고, 성실히 살아왔는데 사실할 수 있는 만큼만 했고, 그게 전부였고 정작 원하는 목표는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정신과 의사는 '같은 지점에서 시작했더라도 지향동기를 가진 사람은 조금씩 더 많이 만족하고 회피동기를 가진 사람은 더 작은 목표를 추구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둘은 확연이 다른 성취를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이 단숨이 이해됐다. 


30대가 지나면서 내 꿈이 왜 더 작아지는지 의문이 풀린 것 같다. 나이 때문에, 철이 들어서, 현실을 깨닫기 때문이라는 건 스스로에게도 설득력이 부족했었다. 연말에 나에게 다가온 이 마음가짐이 크리스마스 선물 같다. 이제 마음껏  꿈꿔도 된다. 찝찝하게 이룰 수 없다고 믿으면서 목표를 삼지 않아도 된다. 만족해도, 지금 행복해도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불안해서 성장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도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우리 행복해도 돼, 지금 만족스러우면 그렇게 느껴도 돼.' 어린 시절의 내가 들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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