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답답한 대화 파헤치기
대화가 안 통하는 것 같아
신혼여행에서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심각한 생각이 떠올랐다.
대화를 하는 도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마음 한편에는 '이런 대화 종종 했었지. 이럴 때마다 대화가 안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그냥 그러려니 넘어갔고, 남편은 별로 심각하지 않고, 대부분은 잘 맞았으니까 이번에도 그래야 하나? 아니.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신혼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일 수도 있다. 대화가 안 통하는 것 같다는 찬물 끼얹는 화두를 꼭 꺼내고 싶었다.
지난날을 떠올려 봤을 때 ' 대화가 안 통하는 답답함'은 정치나 사회 현상에 대한 주제였다. 정확한 사실이 어디까지인지 판단해야 했고, 알지 못하는 정보도 많은 그런 사건들. 보도된 뉴스만 보고 시시콜콜한 감정을 드러낼 때 남편은 동조하기보다 그 사건에 조건을 붙여가며 파헤쳤다. 그럴수록 나는 부족한 느낌이 들고, 남편에게 인정받고 싶은 건지 복잡해졌다. 같은 대화를 했을 때 친구라면 같이 짝짜꿍 하면 신날 텐데 왜 매번 이러는지.
내가 기분이 상한 건 대화 주제에서 모호한 상황을 그대로 두지 못하고 자꾸 조건을 덧붙이는 것이다. 이 사건에는 그런 조건이 서술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없는 채로 판단하고 아니면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데 섣부르게 비난하는 사람들이 싫다는 게 그날의 요지였다. 하지만 남편은 또다시 여러 가정을 끌고 와서 그러면 이 사람이 이해되고, 저 사람이 틀렸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런 정보는 지금 우리가 알지 못하잖아!
그런 조건이라면 나도 같은 입장이지.
하지만 지금 확인할 수 없는 일이야.
언성을 높이진 않았지만 충분기 격분한 말투였고, 대화가 안 통하는 기분이 어디서 오는지 나도 정말 궁금했다. 남편은 이 상황에서도 나랑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궁금했다. 나는 이럴 때면 시원한 느낌보다 빨리 그만하고 싶고, 이 상황이 피하고만 싶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지낼 수 없으니 '안 통하는 대화법'주제를 가지고 온 것이다.
'대화가 진짜 안 통하는 것 같아 어떻게 생각해?'
'나는 이렇게 안 통할 때도 있고, 통할 때는 더 많다고 생각해'
음 뭐 그러겠지. 통할 때가 더 많긴 하지. 부처님 같은 말은 진짜 잘한다니까.
'그런데 왜 자꾸 가정은 하는 것 같아? 지금 뉴스에 나온 이야기는 여기까지가 끝이야. 난 드러난 사건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고 싶어. 오빠는 지금 확인할 수도 없는 조건들을 붙여서 이야기해?'
남편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자신의 일과 관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조회사에서 결함을 찾는 일. 오류가 발생하면 어느 지점인지 계속 생각하고 시험하고, 의심해봐야 하는 일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내 일은 완전히 그와 반대라는 게 떠올랐다.
나는 뉴스 보도를 보고 모니터링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드러난 사실에서만 판단하고 그 이상의 상황은 추측하는 건 내 일을 벗어난 영역이었다. 함부로 '사실화'해서는 안 됐고, 조건에 없는 판단을 했다가는 지적당하기 일쑤였다.
이제야 답답했던 지난날의 대화들이 이해가 됐다.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만 문제 삼아야 하는 나와 그 문제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찾아내야 하는 남편. 그 이후로도 남편은 조건을 가져와서 말하고, 나는 여전히 답답해하면서 확인된 것만 이야기하자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