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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Aug 07. 2024

하나둘 겹치는 인연들

결혼 에세이

남편은 연애 전부터 기부하고 있는 보육원이 있다.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같은 이벤트에는 제철 과일과 치킨을 한가득 보낸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단순히 기부금만 보내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나는 국경 없는 의사회같이 비교적 큰 규모의 NGO에서 후원금을 자동이체하는 정도였지, 가까이 있는 누군가를 도와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내 생일에 맞춰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남편은 보육원에 과일을 사가자고 했다. 마트에서 탐스러운 복숭아를 골랐다. 아이들이 하나씩은 먹으려면 3박스는 사야 했고, 한 사람이 들 수 있는 무게는 아니었다. 보육원에 도착해서 나도 어색하게 복숭아를 들고 따라나섰다.


오빠를 맞이하는 직원은 없었고 보육원도 조용했다. 전화받는 목소리만 작게 들렸다. 그분은 우리가 온 걸 눈치채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인사를 가볍게 나눈 후 남편 이름을 말하니 아주 반갑게 인사해 주셨다. 그리고 나를 봤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아서 서로를 계속 궁금해하며 쳐다봤다.


먼저 생각난 건 나였다. 바로 몇 달 전까지 배드민턴을 같이 쳤던 레슨반 수강생이었던 것. 서로 비슷한 시간대에 레슨을 받아서 게임도 자주 했었다. 그 당시 약속한 친구처럼 매번 같이 운동한 터라 내적 친밀감이 생겼던 분이었다.


갑자기 나오지 않길래 무슨 일인지 궁금했는데, 아이를 가져서 당분간 쉬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이를 궁금해하는 눈빛이길래 남편과 나는 얼마 전 결혼한 사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한참이나 축하해 줬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우연이 있나 신기해하며, 남편과 나의 겹치는 인연들이 하나 둘 만들어지는 게 새삼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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