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프로세스

안하고 살 순 없으니까

누굴 욕할 건덕지가 생기면 최소 2명, 사안에 따라 4명까지 반복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닌데, 뒷담화는 화가 풀릴 때까지 할 수 있다.

뒷담화 준비

분노 유발 상황을 다시 생각한다. 생각만으로 풀릴 수 있기 때문에. 다음 단계는 글을 쓴다. 마구잡이로 생각나는 대로 쓴다. 아무도 안 보는 공간에서 투명하게 솔직해져 본다. 얼마나 찌질한지,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주로 반성보다는 상대에 대해 더 봐줄 생각이 없어지는 편이다. ‘눈눈이이’ 결심도 여기서 많이 한다. 내 분노에 근거가 있는지, 상대의 심리는 무엇인지 자료나 강연도 잘 찾아본다.

뒷담화 친구

주로 아무 관련 없는 어릴 적 친구들이나, 내 지인과 아무것도 겹치지 않는 남편에게 말하고 있다. 어떨 땐 객관적인 피드백을 듣고 싶고, 어떤 날에는 감정만 동일시해줬으면 한다. 답이 예상되는 친구에게 먼저 전화하는 수고까지 놓치지 않는다.

뒷담화의 효용

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까?  화를 잠재우려고 뒷담화 하기보다 빨리 이 감정을 떨쳐내버리고 싶어서 이러는 것 같다. 존중받지 못한 기분을 뒤집어쓰고 왔기 때문에 친구들을 통해 다시 채워 넣고 싶어 진다. 빨리 나를 좋아해 줘! 빨리 나를 지지해 줘! 안달이 나있다.

뒷담화를 반복하다 보면 그 사건이 지겨워진다. 반복해서 사건이 선명해지는 게 아니라 그 와중에도 기억이 조금씩 사라진다.  또, 나보다 더 격분한 반응이 보이면 카타르시스가 폭발하면서, 화를 단번에 잠재울 수 있다.

가장 효용이 좋은 건 생각의 변화다. 말의 오류를 발견하게 된다. 이중적이고 가식적인 나란 인간..반성이 과해서 자책도 많고, 결국 다른 일에 영향을 주는 것도 잦다. 모든 일이 결국 '나'와 연관된 일인건 부정할 수 없다.

시간도 지나고, 이야기할 사람에게도 다 말하면 마음도 잠잠해진다. 그 마음을 가지고 어찌 됐든 또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다음엔 조금 덜 분노하고 싶어 지는데, 그다지 나의 성질을 과하게 누르고 싶지도 않다.

험담은 확실히 효과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