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업로드 : 2016년 4월 22일
토요일 밤 10시 50분
MC : 성시경, 이휘재, 김숙, 산이
시청률 : 4.3%(TNmS 기준)
핵심 포맷 : 특정주제로 여행을 다녀온 2인 1조의 여행 VPB를 100인의 방청객이 스튜디오에서 보고 더 선호하는 여행 팀을 선정하는 여행 대결 프로그램.
근래 KBS가 프로그램들을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나를돌아봐>, <인간의조건> <위기탈출넘버원> 등을 폐지했고 몇 개 프로그램의 추가 폐지를 예고하고 있다. 이어 <언니들의슬램덩크>가 방송을 시작했고 지난 주말 <배틀트립>이 첫 방송을 내보냈다. 이어 서수민 PD가 관여하는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어서옵SHOW>가 5월 초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평일 9시대 프로그램도 상당수 바뀔 거라 향후 KBS2의 예능, 쇼양 프로그램의 성적이 어떨지 주목된다. 오늘은 <배틀 트립>을 살펴보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그다지 성공적으로 런칭하진 못 한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그 안에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요즈음 방송 포맷 트렌드를 말할 때 혼종, 장르 복합이라는 말을 입에 많이 올린다. 음악에 미스터리를 결합하고 요리에 대결을 결합하는 등 한 프로그램 안에서 더 다양한 질감을 보여주려는 시도들이 계속 시도되고 있다. <배틀트립> 역시 여행에 대결을 가미한 복합 장르적 성격을 지닌다. 그런데 재미가 없다. 여행과 대결이 시너지를 낳지 못 하고 있다. 또 정보를 주는 것도 재미를 주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왜 그럴까?
여행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크게 정보 제공 중심과 리얼리티 중심으로 나눌 수 있다. 정보 제공 형태는 한때 풍미했던 풍물기행류가 대표적이다. 약간의 인지도를 지닌 연예인이나 전문가가 한 지역을 여행하면서 그 곳의 역사, 문화, 풍습, 음식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화면은 보통 여행하는 주인공과 관찰 대상을 교차로 보여주는 형태다. ‘누가 가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꼈다.’가 반복된다. 틈틈이 대상을 자세히 살펴보는 화면들이 삽입된다. 그래서 상당히 정적이고 또 교양적이다. 근래 화제를 모은 여행 리얼리티는 간 곳 이상으로 간 사람에 집중한다. 그들의 여정, 그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현지 풍물, 풍경은 부차적으로 들어간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는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처럼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모습에 집중하고 그들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화면은 대부분 주인공들로 채워진다.
<배틀 트립>은 이 두 가지를 결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정보 제공 자체가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정보 제공을 하는 사람이 약해서 재미없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인지도 높은 인기 연예인이 여행 정보를 제공하면 될 것 아닌가? 그래서 급을 올려 판을 좀 키워보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듯하다. 그런데 두 요소가 상호 시너지를 가져오지 못 하고 있다. 정보 제공도 충분하지 못 하고 리얼리티적 재미도 찾지 못 하고 있다. 교양과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 같다. 여행 코너를 중심으로 봤을 때 이 프로그램은 폭발력의 한계를 보일 것이다. 정보 제공을 병행하여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쌓기 어렵다. 오히려 교양적 요소에는 기댈만한 곳이 있다. 설민석 강사가 재미있게 여행안내를 하는 것은 인상적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그러기엔 돈을 너무 많이 쓴 프로그램이다. 연예인을 투입하여 살릴 수 있는 게 뻔하다면 차라리 내실 있는 여행을 꾸려 교양적 요소라도 더 살리는 편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정말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목적과 포맷이 상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틀 트립>은 취향에 따라 다양한 여행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동일한 주제로도 차별화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트렌드인 큐레이션 요소를 적용한 것이 눈길을 끈다. 거기에 방청객 선호 투표를 진행하여 승자를 가리는 대결 요소를 적용,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취향에 따른 개별화가 핵심인 큐레이션에 대결을 결합하여 다수결로 선호하는 팀을 가리는 것이 잘 녹아들지 못 한다. 지향점과 포맷이 맞지 않아 흡인력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하고 있다. 말 그대로 표리부동한 셈이다. 모든 것이 다 합쳐진다고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 어울리는 요소들이 힘을 발휘해야 새로운 질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요리사가 맛을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다면 실패란 없을 거다. 피디도 프로그램의 성공 포인트를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요리 이상으로 만들어봐야 승패를 알 수 있는 게 프로그램이다. 나도 자주 그런 맛을 머릿속에서 그려보는데 무엇이 좋을지 항상 자신할 순 없다. 힘든 일이다. 하지만 <배틀트립>의 결함은 미리 한번 거리를 두고 봤다면 짚어낼 수 있는 단점으로 보인다. 그 대목이 좀 아쉽다. KBS의 이미지를 살려 본격 전문 여행으로 방향을 잡아 정보 제공에 힘을 많이 주는 게 이 프로그램의 개선할 유일한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초 업로드 : 2016년 4월 22일(http://blog.naver.com/shinwankim/220689594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