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파일럿 리뷰 및 정규화 전망

<미운우리새끼>, <꽃놀이패>, <인생게임 상속자>, <디스코> 등

by 김PD

SBS가 최근 파일럿을 말 그대로 ‘쏟아내고’ 있다. 5월2일 <좋아요>를 시작으로 <엄마야>, <꽃놀이패>, <미운우리새끼>, <상속자>, <디스코>, <신의직장>에 어제 <맨인블랙박스>까지 모두 방송했다. SBS는 이미 <신의목소리>와 <동상이몽>, <스타킹> 폐지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신규 물량이 어느 정도 확보된 다음 기존 프로그램의 폐지를 선언한다는 점에서 SBS의 선 폐지 후 신규 확보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대규모로 말이다. 지금 같은 상황을 보고 어느 PD는 ‘장기이식을 하는데 장기를 구하기도 전에 배부터 가른 모양새’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몇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 봄에 내놓은 프로그램들의 제작비가 세다 보니 폐지를 서둘렀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판타스틱 듀오>와 <신의목소리> 모두 고비용 프로그램이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데 SBS의 위기감이 크다. <판듀>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한다는 평이 많은 상황인데 주말 버라이어티라 교체가 조심스러울 것 같다. <KPOP스타>까지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신목>에 먼저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 <동상이몽>의 경우 <짝>부터 이어져온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편집 논란’이 계속되는 게 부담을 주었을 것이다. 국민MC 유재석도 그 상황을 묵인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폐지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파일럿도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늘은 밤 11시대 신규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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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우리새끼> 7월 20일

현재 <미운우리새끼>의 정규화 간택이 유력해 보인다. 시청률이 워낙 잘 나왔다. 파이럿임에도 시간대 맹주 <라디오스타>를 위협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콘셉트도 확실한 편이다. 일종의 <나혼자산다> 다크 사이드로 노총각들의 구질구질하거나 엉뚱한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하는데 포인트가 있다. 거기에 그런 생활을 하는 자식들을 지켜보는 엄마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누군가를 그렇게 열심히 봐주는 것을 보면 나 또한 집중해서 함께 보게 된다. 엄마들은 자식들이 커도 물가에 내놓은 아기처럼 걱정이 많은 것 같다. 그 지점을 파고들어 새로운 질감을 만들어냈다. ‘다시 쓰는 육아일기’라는 최종 포장도 훌륭하다.


단 프로그램 경쟁력과 별개로 수명이 짧을 수도 있다는 우려는 있다. 비슷한 형태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MBC<나혼자산다>는 그래도 싱글들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차별점을 계속 둘 수 있었는데 나이 많은 사람들의 ‘궁상’이 얼마나 다양할까 싶다. 포맷의 흐름으로 보면 관찰예능이라는 것이 이제 많이 소비된지라 변주를 하더라도 색다른 점을 쉽게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유통기한이 빨리 끝날 수 있다. 시간대 배정도 난항이 될 것 같다. 겹치기 출연을 피해서 심으려면 연쇄 이동이 불가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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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패> 7월 15-16일

이 프로그램을 한 마디로 평가하면 ‘포맷의 실패 그러나 메이킹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포맷은 상당히 명확한 편이다. 출연자들이 여행지에 가서 꽃길과 흙길로 나눠 ‘극과 극’ 체험을 한다. 그런데 팀 구성을 실시간 시청자 투표를 통해 한다. 여행을 하다 모이면 생방송을 한 동안 진행하는데 시청자들은 이때 팀 구성에 참여한다. <18초>처럼 지루한 촬영 과정을 전부 노출할 경우 시청자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을 반영한 기획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마리텔>처럼 확실하게 시간을 정해두고 압축해서 보여주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전 과정을 보지 않은 채 투표를 하다 보니 인기투표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시청자들이 무엇을 보고 판단할지 근거가 없는 셈이다.


이런 새로운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을 때는 항상 아이돌을 활용하고 싶다. 화제성 면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젊은 시청자들의 생방 시청 유인 동기로도 가치가 있다. 하지만 투표가 아이돌의 영향으로 좌지우지됨에 따라 일반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보며 느끼는 재미는 반감되기 싶다.


결정적으로 문제는 이런 투표가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막상 꽃길과 흙길로 나뉘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그치게 된다. 한 마디로 할 일이 없다. 연출이 판을 깔아주면 좋은 출연자는 거기서 재미있게 놀아야 하는데 판이 제대로 안 깔린 셈이다. 이 프로그램은 포맷이라는 측면에서 큰 매력이 없다. 정합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본방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았던 것은 안정환-서장훈의 아재 케미가 막판에 잘 살았기 때문이다. 환승권으로 할 수 있는 재미의 극대치를 뽑아내어 흡인력 있게 후반부를 마무리했다.


<미운우리새끼>를 제외하고 유력한 정규물이 없는 상황에서 정규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 그렇지만 정규화를 진행하려면 큰 폭의 포맷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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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게임 상속자> 7월 17일, 24일

방송 전에는 SBS판 <지니어스>로 알려졌다. 심리-두뇌 게임으로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으로 금수저-흙수저 문제를 은유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출발했다. 결과적으로 <꽃놀이패>와 더불어 정규 가능성이 높은 2군을 형성하고 있다. 현실 문제를 농도 진하게 묘사한다는 점이 꽤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통제된 실험실에서 동물의 특성을 관찰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이합집산을 구경하는 게 흡인력 있다. 그래서 <짝>을 연상시킨다. 실제 프로그램의 제작 배경에도 <짝>과 같은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교양 프로그램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짝>이 인간의 짝짓기라면 <상속자>는 계급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전반적인 질감은 상당히 유사한 편이다.


제작진은 캐릭터에 힘을 주어 플레이어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중계하기보다는 게임 과정에서 나온 현상을 사회 문제와 연결시키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서 관찰예능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우리가 짐작했었던 현실 세계의 불공정함을 한 눈에 펼쳐보이게 함으로써 시청자들이 현실을 직시하도록 돕는다.


단점은 가상공간 자체의 완결성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게임의 룰과 포맷팅에 더 공을 들였어야 했다. 마지막 날 상속자가 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함에도 첫 날 밤에 저택에 사는 사람들이 왜 마지막 상속 순번까지 정했는지, 출연자들 중에 일부는 왜 상속자가 되려고 하지 않고 집사나 정규직에 안주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임 플레이어로서의 ‘나’와 TV에 출연하는 ‘나’ 사이를 명확히 구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2부 막판에 중간 그룹이 특정인에게 돈을 나눠주며 인심을 쓰는 행동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오직 1위만이 모든 것을 독식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쉽게 포기를 하고 좋은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지속성이 중요한 현실에서는 그렇게 했을 리 없다. 게임과 현실의 괴리마저 보인 순간이다. 게임 속 승자가 게임 밖에서 다름 사람들과 상금을 배분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심지어 참가자들이 공모하여 처음부터 상속자들을 정하고 상속자가 선정을 펼쳐 게임 기간 내내 모두 풍족하게 지낸 후 게임이 끝난 후 상금을 1/N로 나누는 상황도 가능하다. 게임 룰을 어긴 것이 아니니 제재할 수도 없으니 프로그램의 재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을 반영한 거울의 역할에 집중하면서 캐릭터들은 산만해졌다. 교양 파일럿으로서 의미를 더 부여하고 싶은 제작진의 의도가 읽힌다. 하지만 정규물로 가면 입장은 달라질 것이고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더 강조될 것이다. 하지만 <짝>의 트라우마가 아직 남은 상황에서 그런 전략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이루어질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런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감정이입과 출연자들에 대한 비평이 강한 편이다. 어쩌면 파일럿에서 의미부여로 방향을 잡은 것도 그런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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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 7월 25일

정규화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디스코>는 출연자들이 자신에게 가장 싫은 이미지를 꺼내놓고 이야기한 후 이를 해명하고 미화한 후 제거, 변형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무릎팍도사>까 떠오른다. 그런데 무릎팍 도사의 경우는 한 사람을 깊이 파고들고 줄다리기도 했다. 연예인을 난처하게도 해서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역할을 했다. 하지만 <디스코>는 짧은 시간 안에 무리한 변화를 시도하다 시청자들의 반감을 샀다. <라디오스타>처럼 신랄한 이야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잘못이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려 했지만 그 부분이 잘 풀리지 않았다.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이끌어갈 MC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박명수, 탁재훈, 지상열은 모두 단타로 웃음을 주는 플레이어들이라 전체를 잘 끌고 가진 못 한다. 김성주로서는 부담스러운 자리였을 수 있다. 최자부터 쯔위까지 연령대도 다양하여 이야기의 톤을 맞추는 것도 무리였다. 최자의 얘기는 쯔위 팬이 보기에 불편했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을 꺼냈으면 완전 연소시켜야 하는데 잘 안 되다보니 많은 구설을 낳았다. 부정적인 화제성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강심장>, <화신>처럼 SBS의 전형적인 떼토크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저렇게 뽑을 이야기가 많은 출연자들을 쉽게 소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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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직장> 8월 1일

역시 정규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 <신의직장>은 <무한도전> ‘무한상사’가 <어서옵SHOW>에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출연진을 보면, 이수근은 <아는형님>에서 상황극으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고 있고 존박은 페이크 다큐 경험으로 투입되었다. 육중완, 김종민은 <나혼자산다>와 <1박2일>에서 제 역할을 했던 멤버들이다. 출연진만 봐도 꽁트와 리얼리티를 결합하려는 프로그램의 지향점이 잘 느껴진다. 하지만 이 둘이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결합이 아니라는 것은 방송 내내 느껴진다. 이들은 직장인 코스프레를 하지만 상품을 잘 팔기 위해 고군분투할수록 상황극에서 벗어난다. 이수근과 존박은 설정이 느슨해지면서 평소처럼 행동한다. 육중완과 김종민은 역할 갈등을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리얼리티쇼로 쏠릴수록 프로그램의 초반 콘셉트가 무너진다. 왜 ‘직장의신’이라는 설정을 요란하게 했는지 무색해진다. 결국 <신의직장>은 두 요소를 결합하여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데 실패했다.


더불어 왜 물건을 팔아야 하는지 공감을 주지 못 하고 있다. SBS<심폐소생송>의 경우 시대나 상황을 잘못 만나 또는 음악적 완성도가 다소 부족하여 사장된 음악을 재생하는 프로그램인데 여기선 편곡이 가미되고 지금 잘 나가는 가수들이 출연하여 곡의 완성도를 높인다. 재탄생에는 재해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신의직장>에서 소개되는 물건들은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을지 모르지만 시장에서 외면 받은 상품 그대로다. 상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재발견할 포인트를 만들지 못 하고 곁가지 물건을 끼워 파는 것으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상품에 대한 호기심이나 완판에 대한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 김광규의 앨범이 방탄소년단이 만든 바지 때문에 1분만에 완판되는 상황은 사실 프로그램이 산으로 갔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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