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림 Sep 30. 2022

안녕, 두부야!

엄마가 받아본 양말 중에, 가장 작은 양말을 선물받았어!

최근 양말을 선물 받았다. 내가 여태껏 본 양말 중에 가장 작고 소중하고, 기분 좋은 양말이었다.


이런 양말을 내가 받아볼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가끔 마음이 불안해질 때 이 작은 양말을 꺼내본다. 설레고 행복한 감정이 참 좋다.


양말의 주인에게

작은 편지를 남겨본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새로운 생명이 생겼고, 그 생명을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는 시간이 오다니.

정말 신기하고, 놀라워.


두부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그리고 외삼촌에게 두부의 탄생을 말씀드렸어.

엄마는 사실 하나도 안 떨릴 줄 알았는데, 처음 말을 꺼낼 때 심장이 어찌나 두근거리고 울컥했는지 몰라. 모두가 처음에는 깜짝 놀라서 감탄사와 추임새만 연발하시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크게 축하를 해주셨어. 그리고는 긴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 엄마의 어릴 적 탄생 이야기도 듣고, 그때의 외할머니의 기분과 생각들도 들었어. 모두가 구체적인 '행복'이란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행복해 보였어. 엄마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이 행복을 전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두부의 친할머니, 친할아버지도 무척이나 좋아하셨어.

요즘엔 자주 연락이 와서 엄마의 건강을 물어보셔. 엄마는 덕분에 너무나도 건강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두부의 가족들은 정말 따뜻한 사람들이셔.


엄마의 회사 사람들도 두부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 사실 엄마는 회사에 소식을 알리는 것이 가장 조심스러웠어. 팀이 바뀐지도 얼마 안 되었고, 임신을 함으로써 받아야 하는 배려가 팀원들한테 부담이 될까 죄송스러웠거든. 엄마네 회사는 임신을 하면, 출산 직전까지 2시간씩 단축 근무를 하게 되어 있어. 그 2시간은 바쁘게 달리고 있는 팀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어.

처음 팀장님에게 소식을 알렸을 때, 엄마의 걱정과는 다르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너무 환한 미소로 축하를 해주셨어. 그리고 팀원들도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엄마의 컨디션을 물어주고 배려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 엄마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동안은 정말 열심히 좋은 동료로 일을 해야겠구나 생각했어.


엄마의 친구들은 두부의 소식을 카톡으로 전해 듣자마자 축하한다고 전화를 해줬어. 엄마가 두부를 얼마나 만나고 싶어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던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기뻐하고 행복해했어. 요즘은 두부의 안부를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물어봐주고 있어. 두부가 참깨 크기인 시절부터 하루하루를 공유하고 있어. 요즘 엄마가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야.


아직 엄마도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낯설어서 두부의 존재를 알릴 때

"제 안에 또 다른 생명이 자라고 있어요."

라는 어색한 멘트로 말하고 다니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큰 반응으로 축하해주는 사람들을 보고 있을 때면 엄마는 두부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 같아.


엄마는 요즘 입덧으로 하루 종일 누워있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이제는 제법 배도나오고 두부와의 낯가림도 사라졌어. 엄마는 요즘 매일 두부의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혼잣말을 하곤해. 이 작은 존재가 뭐라고 이렇게 귀여운지. 엄마는 세상 모든걸 다 가진 기분이야 요즘.

두부가 엄마 아빠에게 와준 건 너무 큰 축복이야.


엄마가 이 작은 양말을 소중하게 간직해서, 꼭 너에게 전해줄게. 두부야 사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