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네트워킹 파티를 열다
인스타그램 부캐를 운영하며 얻은 것이라 함은 수많은 사람들이다. 그냥 사람들도 아니고, 나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제목은 '나 홀로'라고 써놓았지만, 사실상 내 주변의 인적 자원을 훌륭하게 활용한 행사였다. 내 강점이 여기에 있는 것 같기도..
내 계정의 팔로워는 크게 5가지 유형의 사람들로 나뉜다.
1) 스타트업 CEO
2) 스타트업 현직자
3) VC 심사역 등 투자 관련 업무를 하시는 분들
4) 예비 창업자
5) 취준생
계정 운영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함이기도 했던 만큼, 팔로워 중 스타트업 대표 분들을 실제로도 많이 만나 뵈었다. 대표가 아님에도 여러 대표를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일에 대표만큼 진심인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함께 이야기하면 즐겁다.
만나면서 스타트업 대표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힘든 과정임에도 왜 창업을 했으며,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지 등등 평소에 궁금했던 걸 많이 물어봤다. 또 궁금증을 해소한 만큼 내가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게 있는지도 열심히 질문했고, 그간 일하며 했던 생각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 대표님이 투자 유치를 위해 심사역을 많이 만나야 하는데, 네트워크가 넓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또 다른 대표님은 스타트업계에 대해 전혀 모른 채로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인맥이 많지 않아 다른 사람들을 좀 만나고 알고 싶다고도 했다. 계정을 운영하며 여러 대표님들뿐 아니라 심사역, LP에 계시는 분, 또 여러 핵심 인재분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나 혼자 알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들을 모아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대표님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모임이 있으면 어떻겠냐고 묻기 시작했고, 반응을 수집했다.
대부분 빨리 모아 달라는 의견이었다. 아무리 대표여도 처음에는 누구나 어렵다. 그렇게 행사 초기 기획이 나왔다. 서로 필요한 부분이 맞아떨어지는 이들을 모으자. 그중에서도 가장 필요가 강한 사람들 먼저.
주제 : 스타트업 네트워킹 파티
대상 : 내 계정 팔로워 중 1) 초기 스타트업 CEO, 2) VC 종사자
인원 : 약 50명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파티에 대한 내용을 올렸더니, 감사하게도 공간 협찬을 해주시겠다는 분들이 몇 분 계셨다. 1) 교대역 근처 오피스 빌딩, 2) 강남역 근처 카페, 3) 청담 바, 4) 패션 플랫폼 M사 스튜디오 등
가장 큰 고민이었던 공간이 해결되어 빠르게 이외 사항들을 확정해갔다.
처음 진행하는 것이다 보니 공간 + a 지원이 되면 좋을 것 같아, 브랜딩 팀과 협업이 가능한 곳으로 결정했다. 스매치(smatch.kr)의 공간을 사용하는 대신, 브랜드 홍보를 함께 하는 것이다. 스매치 브랜딩 팀에서 포스터 등 전체적인 디자인을 도와주셔서 아직은 말뿐인 파티를 조금 더 손에 잡히게 시각화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디자인을 전달받고, 공간에 필요한 목록을 추렸다. 사용을 허락받은 공간은 스매치 사옥의 한 층이었는데, 아직 아무것도 꾸며지지 않은 거의 텅 빈 공간이라 공간 구성부터 해야 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3D 모델링 툴까지 뒤적거리며 구상했다. 케이터링 조리 공간, 음식 놓을 공간, 앉을 공간, 무대 역할을 할 공간, 스피커를 놓을 위치, 출석 체크를 할 공간 등등.
공간이 대략 구성된 후에는 필요 물건들을 발주하고 구매했다. 현수막, 엑스배너, 포스터. 명찰에 쓰일 목걸이 명찰을 주문하고 그 안에 들어갈 네임택은 직접 제작했다. 명찰용 디자인을 새로 하고 컬러 프린터로 인쇄. 가위로 하나하나 잘랐다. 이와 비슷하게 테이블 장식 물품도 만들었다. 케이터링 업체의 셰프 분께서 테이블 위에 아무것도 없으면 사람들은 본인이 앉을자리라고 인식을 잘 못한다고 하셨기 때문에, 뭐라도 놔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다이소의 도움이 잘 티가 안 나고, 나름 고퀄리티로 완성되었다. 케이터링 조리 공간을 가릴 무언가가 필요해서, 커튼도 샀다. 그 커튼은 지금 우리 집 거실에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스탠딩 파티로 기획하려다가, 음식을 드시게 하려면 의자가 필요할 것 같아 급히 주문하기도 했다. 행사 전날 이케아 MARIUS 스툴 스무 개를 조립하는 기분이란...
세세하게 정리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데, 우선 가볍게 썰을 푸는 느낌으로 글을 발행한다. 다음 편에서는 조금 더 체계적이고 정리된 글로 기획 과정을 공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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