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낳은 건 아니지만 01 |
나의 주 고객은 어린이이다. 그들의 어머니들께서는 자녀의 월별 또는 주간 계획표상의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할당해 둔 칸에 대체로 “국어”라고 표기해 두시는 편이며, 아이들과 어머니들에게 나는 “선생님”이라고 불린다. 그렇다. 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어린이들에게 읽기와 글쓰기를 가이드하는 사람이다.
“어린이”라는 존재. 내가 나 스스로 어린이였을 때를 제외하고는 내가 직접적으로 관계 맺고 있는 어린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과 엮일만한 그 어떤 환경에도 처한 적이 없다. 나에게는 자녀가 없고, 지인이나 사촌들의 자녀들과도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아이들은 내게 낯선 존재였다.
그러나 이제 어린이들은 철옹성이었던 내 세상을 완전히 허물어뜨리고 나를 완전히 지배하는 존재들이 되고 말았다. 수업 시간에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마음이 풀리지 않아 다시 만날 때까지 속상하고(놀랍게도 다음 수업 시간에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싹 잊힌다.), 또 어느 날에는 짧은 찰나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오래도록 그 순간을 반추한 탓에 마음이 포근하다. 나의 머릿속은 두통이 일 정도로 어지럽다가도, 빨리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은 귀여운 에피소드로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다. 그에 따라 내 마음도 차갑게 식었다 따뜻하게 녹았다를 수도 없이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이제 막 9살이 된 아이의 최애 순위 2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1위는 엄마와 아빠, 3위는 그녀의 오빠들이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웃고 떠들고 혼내며 보낸 시간들 속에서 발견한 아이들만의 엉뚱하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모습들, 그리고 아이들을 대하는 것에도 또 “교육”이라는 것을 하기에도 서툴렀던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해해 가는 과정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기록하려고 한다. 그 기록 속에서의 나와 아이들은 다시금 나와 우리 아이들을 더 나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가이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