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인턴 합격자는 10명 정도 되었다. 경쟁률이 생각보다 강력했다. 내가 인턴이 된 것도 신기했지만 이렇게 경쟁률이 높았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10명의 인원은 2명씩 묶어서 5개의 각 팀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해당 부서에서 인턴 과정을 통해 입사를 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된다고 들었다. 즉, 2명 중 1명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인턴은 3개월 동안 진행되고, 그동안 출근시간은 오전 8시까지 오는 것이 좋다는 인사팀의 안내가 있었다. 이런 기간이 끝나고 2개월 차에는 연수원에서 연수기간을 거치고 인턴 최종 전환 면접을 본다고 했다.
인턴 기간은 3개월이었기 때문에 숙소를 잡을 수 없었다. 단기로 여의도에서 숙소를 얻기 힘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너무 비쌌다. 나는 그동안 매일 5시에 일어나기로 했다. 5시에 일어나 7시 조금 넘어서 회사에 도착하면 8시 근무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집이 먼 것이 고단했지만 아직 젊으니까. 그렇게 일찍 출근하면 내 자리와 팀 자리를 정리하고 어제 회의실 어질러진 곳을 치우고 믹스 커피를 타서 먹었다. 그 커피 한 잔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하고 나면 남자 주임 한 명이 가장 먼저 출근한다. 듣기로는 계약직에서 시작해서 5년 일하고 정규직이 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몸짱이었고 벌크업이 되었던 과거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지금은 딱 봐도 앙상한 팔과 얼굴이 보인다. 계속해서 군것질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마른 이유가 있었다. 그는 내가 오기 전에는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인원이었다. 그리고 출장도 가장 많이 나갔다. 그리고 퇴근시간은 보통 오후 9시 정도라고 들었다. 그의 이러한 근무는 다른 직원들과 대조되었다.
대졸 신입으로 들어와서 근무하는 대리 한 명이 있었다. 입사한 지 4년 되었는데 연차에 따라 대리를 달았고, 주임과 다르게 공채와 같이 정기 채용 출신이었다. 그리고 그는 9시 출근하고 6시 퇴근을 지켰다. 아, 출근시간이 9시였구나 한 부분은 그 대리의 출퇴근 시간을 보고 깨닫게 되었다. 8시 출근이라고 한 건 인사팀의 농간이었구나. 그리고 출근하면 전화 몇 통하고 인턴들에게 이런저런 지시하다가 퇴근하는 게 하루 일과였다.
인턴 기간 동안에는 많은 회사일을 하지 않았다. 그저 방치되었고 바쁜 현업에 치였다. 단지, 어떤 업무를 하고 누구가 누구인지 소개하는 자리 정도 된다고 볼까? 이렇게 하는데 인턴을 뽑고 3개월을 소비한다는 게 너무 아까웠다. 출근하면 자리 치우고 커피 타고 인사하고 이런저런 설명만 듣고 퇴근하는 일상, 3개월 동안 했던 루틴이었다.
그러던 차, 큰 사건이 터졌다. 사내 성희롱과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타 팀의 모 본부장이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 전환을 빌미 삼아 성희롱을 지속했고, 결국 정규직 전환을 시키지 않고 그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조금은 예측이 가긴 했다. 주임도 마찬가지로 그런 계약직으로 시작해서 온갖 일을 맡아서 하면서 정규직이 되고 지금도 그렇게 일을 하고 있다. 대졸 대리는 아니지만. 그렇게 사내에서는 차별과 정치, 그리고 온갖 불합리함이 가득했다. 여의도에서 가장 큰 공공기관 중 하나가 이렇다니.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청문회에도 올라왔던 사건을 마지막으로 체력 훈련을 가장한 연수원 생활을 약 2주간 진행했고, 설문을 했다. 어떤 부서를 가고 싶고,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부분, 그리고 연수원 마지막 날 인턴전환 면접을 보게 되었고, 나는 동기부여와 애사심에 대한 부분이 전혀 없었기에 전환이 되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였고, 그렇게 충격적이지도 않았다.